영미권 현대소설은 이상하게 안 읽혀요.

저의 독서 취향은 소설에 편중되어 있어요, 그것도 장르소설 아닌 그냥 순문학이요.

한국소설이나 고전문학을 주로 팝니다만, 밥만 먹고 고기만 먹고 살 수는 없듯이 가끔 다른 문화권의 소설도 고르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영미권 소설만 집어들면 그렇게 진도가 안 나갈 수가 없다 이겁니다. 재밌건, 안 재밌건, 속도는 비슷.

1Q84 3권을 네 시간여에 완독했으니 꽤 속독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얘네들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심하면 몇 주도 갑니다.

이런 증상은 애니 프루의『브로크백 마운틴』이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은데..05? 06년도였나요 이 책이 나온게? 아무튼

무지 버벅버벅 읽으면서 되게 당황했어요. 그전까진 어렵든 쉽든 책을 읽을 때 '집중력'이 달리는 일이 없었거든요.

근데 재밌긴 정말 재밌더라는 겁니다. 이후로 레이먼드 카버(네 권 있는데 네 권 다...). 『더 로드』를 제외한 코맥 맥카시에게

완패. 지금은 필립 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읽고 있는데 역시 도입부부터 집중이 안 돼서 엄한 김애란

집어들고 '아 재밌다(구미호의 신민아 말투로 읽어주세요-_;;;)~'하면서 읽었어요. 김애란 다 읽고서도 집중이 안 되길래

요시다 슈이치를 집어서 읽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일본 소설은 '읽는다'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스스스슥 책장이 넘어가 버리죠.

애인님이 법의학 스릴러를 좋아해서 학교 도서관에서 제프리 디버를 잔뜩 빌려다 줬었는데, 오명가명 읽어봐도 그것조차

잘 안 읽혀요. 이건.................병인가?  그런데 주변에서 얘길 들어보면 한국소설은 잘 안 읽힌다, 재미 없다, 일본소설 잘 안 읽힌다,

이런 반응이 있긴 해요. 취향의 영역인듯.

그래서 전 오늘도 '그래, 굳이 영미권 말고도 내가 못 읽은 소설은 많아'하고 자위합니데이..

    • 영어 번역체가 안받으시는(?) 모양인데, '더 로드'는 괜찮으셨다면 정영목씨 번역작을 주욱 달려보시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 아마 읽어보셨을것 같은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 추천드립니다. '대성당'에 수록된 거의 모든 단편들은 좍좍 입에 붙었던 것 같아요. 김연수가 번역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휼륭했다고 생각합니다.
    • 빠삐용 /네 그 영어 번역체의 문장구조가 저의 뇌내를 교란시키는 느낌이에요. 가독성과는 상관없이 조동섭씨 번역 참 좋아하는데ㅠ.ㅠ.ㅠ.ㅠ.ㅠ 정영목씨 번역, 참고할게요:>

      반군/ 대성당이 참 재밌고 잘 읽혔어서, 레이먼드 카버의 나머지 작품들을 싹 다 샀는데 참패했어요, 엉엉ㅠ.ㅠ.ㅠ.ㅠ.ㅠ.ㅠ 아 그치만, 카버의 소설작법은 참 좋아해요,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안 읽히니까 더 슬퍼요.
    • 으하핫. 저랑 비슷한 경험을-_-;; 음음, 장르 쪽을 보시는건 어떨까요? 데니스 루헤인 책들이라던가. : )
    • 그럴..까요? 재밌는 작품이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영화화 된 살인자들의 섬, 가라 아이야 가라, 미스틱 리버.. 모두 원작이 훠얼씬! 좋습니다; 모두 황금가지에서 출판되었구요. 개인적으로 추천 베스트는 '전쟁 전 한잔' 입니다.
    • 네 꼭꼭 읽어볼래욧. 추천 감사합니다:D
    • 저도 번역체 넘 오글거려요 꼭 더빙한 외화 같아서요
      특히 현대문학들이 더 그래요
      귀찮아도 원서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요
    • 원어로 읽으실수 있다면 능력자 ㅜ_ㅜ
    • 전 번역체는 참을 수 있어요(80년대 이전의 그 참혹한 번역서들도 잘 참고 견디며 읽고 단련된;)
      하지만 영미권 소설에 등장하는 이름들 때문에 몰입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미식 이름만 나오는 것도 아니죠. 라틴식, 슬로비아식, 프랑스식, 독일식 이름들까지 나와서 뒤죽박죽이면 워낙에 이름치인 덕에 이름의 미로에서 헤메다가 머리에서 증기가 나버리더군요;; 등장인물 많은 영미소설은 그래서 쥐약이에요.
    • 그나마 가능한 건 현대영미소설 뿐이죠
      영어 실력에 무관하게, 문체가 간단한 소설은 번역본보다 원서가 간명하고 이해가 쉬운 경우도 있구요
      영미소설도 좀 지난 거-가령 순수의 시대 같은 건 진짜 따분한 문어체라 못 읽겠더라구요
      일본소설은 번역체도 괜찮은데 아무래도 공유하는 어휘도 많고 언어적으로 일본어와 더 호환이 되서 그런 걸까요
    • 소부/저도 그랬는데 도스토예프스키-_-와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단련하니 그 이후엔 내성이 생기더군요.=_=;
    • 만연체의 끝판왕 하디나 오스틴 소설에 비하면 천국 아닌가요;;
    • 저도 영미소설은 잘 안맞아서 안 읽어요. 번역체도 힘들고. 무엇보다 전 주로 대사로 이어가는 소설구조가 많아서 그런거 아닌가 싶어요. 서사의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대화를 통해서 내용을 전달하기떄문이 아닌가. 캐릭터가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서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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