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쨌든 외국에서 살면서 진짜 친구 사귀기

1. EBS에서 하는 <대괴수 용가리>를 보고 있는데 눈동자를 치켜 뜬 용가리가 참 귀엽네요. 뭔가 잔뜩 삐친 것 같은 표정.

   서울을 휩쓸고 다니면서도 숭례문은 가만히 놔두는 문화적 식견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우라는 등장 인물의 남자 배우가 잘생겼네요. 이순재씨도 나오고요.

 

2. 지인의 친척이 고등학교 때 이민 갔는데 어쨌든 미국에서 꽤 오래 산 편입니다.

    그런데 '미국인 친구'는 한 명도 없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좀 놀랐습니다.

    이 분뿐 아니라 주변에서 미국에 이민 간 사람들이 친구를 못 사귀어서 처음에는 화장실에서 혼자 점심 먹었다는 둥

    이런 사례를 몇 번 들어서 아무래도 언어가 문제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것도 한 가지 이유겠지만

    한 웹툰 작가 인터뷰를 읽고나니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영어를 잘해서 의사 소통에 문제는 없었고 

    다들 친절했지만 아무리 다가가도 뭔가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 있어서 결코 자신이 주류에 진입하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그냥 미국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며 교포들 뿐 아니라 외국 본토 사람들을 한국에서 처럼 허물없는 친구로 사귀기는 아주 어려운 일일까요?

 케바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상황 하에서 외국에 오래 거주하셨거나 지금 살고계신 분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보고 싶어요.

 제일 좋아하는게 낯선 사람 만나기라는 노홍철씨 정도의 멘탈과 태도를 가져야 외국 사람도 척척 친구로 사귈 수 있는 걸까요?

 하긴 생각해보면 한국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있긴 한데 마주칠 기회도 별로 없고 그러니 사귀거나 할 일도 없긴 하네요.

 

  

    • 거기서 거의 나고 자라서도 겉도는 한인 타운 사람들도 많지 않나요. 제 얘긴 아니지만 반대로 대학생 때 건너갔는데 아주 잘 적응한 친구도 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언어의 유창함이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핵심적 요건은 아닙니다. 물론 언어야 살다 보면 느는 거고 결국 결과적으로 다들 비슷하게 잘 하지만, 아무튼 초반에 건너갈 때 영어 거의 못하던 친구는 적응 잘 하고, 어릴 때 외국에 살아서 언어 구사에 별 문제가 없던 친구들은 또 의외로 적응을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제 보기에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자의식이 너무 강하지 않은 경우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외국 거주 경험이 있더라도 한국 문화 그 너머를 잘 못 보거나 자문화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한 사람들은 잘 못 어울립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저는 거꾸로 한국에 사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는데, 한국말을 거의 완벽하게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한국 사람들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더군요.
      한국어가 완벽해도 자신의 중국인스러움/중국인다움(어느 쪽이든 위험한 표현이지만)을 버릴 생각이 없거나 버릴 수가 없는 사람이라면 한국인과 '친구'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랑 친구하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한국말 잘 한다고 모든 한국인이랑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건 아니듯이.
      오히려 한국말은 살짝 어눌해도(그래도 그 정도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하는 거지만), 희한하게 한국인의 정서랄까 문화, 행동방식을 정확하게 파악한, 혹은 체화한 친구가 있었는데, 한국 남자와 연애를 쉽게하는 건 물론이고 동성 친구들도 잘 사귀더군요. 좀 더 한심한 수준에서 설명을 해보자면, 20대 한국 여자의 패션, 20대 한국 여자들 특유의 말투와 대화 방식(한국어가 살짝 어눌해도, 사실 이건 핵심을 잘 잡아서 따라하면 됩니다), 20대 한국인의 세계관과 정서를 너무나 잘 익힌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성격도 좋고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인간이었지만요.
      • 동의합니다. 이민1세대로 대학교때 건너와서 8년째 살고 있는데, 점차 '한국인'이라는 자의식이 희미해져 가네요. 그렇다고 '미국인'이라는 자의식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고 개인주의성 (individuality) '나의 다른 사람들과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랑스러워하는' 자의식이 강해지는데 이게 21세기의 미국인이라는 자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그냥 사람 사이 문제죠. 한국에서 한국인 끼리는 뭐 쉽게 친구가 되나요
    •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도 한국사람끼리 놉니다.
      나중에 커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고.
      넓게 잡아야 아시안들끼리 놀죠.
      일부 안그런사람들도 있지만.. 문화나 정서를 무시 못하죠. 대부분 아직도 아시안들은 2세 3세정도니까..
      몇백년 같이 산 흑인들과 백인들도 따로 노는데요 뭐.
      사실 대한민국처럼 하나의 통일된 인종과 통일된 문화권의 나라가 잘 없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인종 문화 종교별로 갈라져서 서로 각자 사는게 보통인듯 하더군요.
      • 그럴 거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그 분들에게는 차라리 잘 된 일이겠지요. 아 그리고 정말로 한국이 통일 문화권입니까? 미국에서 한국 인터넷으로만 보기에는 경상도 전라도 사이의 반목과 차별은 신체적 폭력만 빼면 미국 인종차별 못지 않은 것 같던데요. 미국도 또 인종차별이 인터넷이나 티비에서 보는것만큼 심한 것도 또 아닙니다.
        • 인종차별 기준을 통일하심이.

          인터넷에서 보이는 건 좀 더 극단적인 케이스, 과열된 표현들이지요 당연히
    • 전 미국 올때 아예 한국 사람 비교적 적은 곳으로 왔고, 한국 사람들 만나는 교회나 모임 같은건 전혀 안나가고 5년째 살고 있어요.

      그게 도움이 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 친구 중 하나는 진짜 평생 가도록 친구 할 수 있겠다 싶은 친구가 하나 있어요. 그것도 제가 활발하고 사람들 만나기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말이죠.
      • 그정도까지 친하지는 않아도 다른 친구들도 전부 미국인이구요. 어느 정도는 미국 문화 (미식축구라던가)를 공부하면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고등학교때부터 운동이나 특별활동 같은거 친구들이랑 많이 해서 더 친해졌던 것 같아요
    • 필요성 때문이죠. 그 사람은 현지 친구를 사귈 필요를 못 느낄 겁니다.
      원래 고등학교 정도에 이민 간 사람들 (특히 미국으로) 거의 부지기수가 저렇습니다.
      물론 예외도 존재하지요.
    • 흠 미국 대학에서 조교로 몇년 있으면서 학생 그룹을 보다보니, 흑인 애들은 흑인끼리, 아시안은 아시안끼리, 백인 애들은 백인 애들끼리 놀고 예외가 극히 드물긴 하더라고요. 얘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나고 자랐을텐데 말이에요. 대학원생들도 그렇죠. 출신 나라 학생들끼리... 그래도 저는 친해진 동료(미국인, 중국인, 유럽인 etc)들이 좀 있는데, 중국인과 이야기할때는 중국 역사 폭풍 질문을(당 태종 이세민 얘기 꺼내면 좋아하더이다), 미국인과 이야기할때는 미국 정치 얘기를(텍사스 출신만 아니면 함께하는 부시욕), 유럽인과 얘기할 때는 그나라 역사/문화 뭐 조금이라도 아는거 박박 긁어서 이야기하는 게 처음 친해질 때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평생 함께할 친구인지는 아직 모르겠고요.

      아무튼간에 타지에서 친구 사귈때는 본국에서보다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듯 해요. 그리고 관계가 한국에서처럼 끈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아주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 팔자 같아서 저 또한 좀더 적응하고 외국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 익숙해져야 할 입장이라, 밑에 달릴 댓글들도 살짝 기대가 됩니다. 행여 도움이 될까나..
    •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아시안은 파티를 할 때 앞에서 어떤 공식적인 행사가 진행되고 그걸 바라보는 걸 즐겨요. 진행자 한 명이 있어 다 같이 게임을 한다거나... 그런 게 없으면 굉장히 불편한 거죠. 근데, 미국에서 파티라고 하면 노래 틀어놓고 술병 돌리고 알아서 마실 사람 마시고, 알아서 돌아다니며 사람에게 말 붙여야 합니다. 그 때 아시안은 본격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됩니다. 그러면 자길 파티에 초대한 사람에게 괜히 화를 내는 (실제로도 이런 경우 많이 봤습니다) 거죠. '아니, 이 친구는 날 초대해 놓고 날 챙겨주지도 않네'

      담배 한 대 피려고 밖에 나와 벤치에 앉았는데, 벤치에 앉아있는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날씨 참 좋지?'라고 합니다. '엉, 이 할아버지 뭐야. 이상한 사람 같아. 나한테 왜 말을 걸지? 나보다 한 50살은 더 먹은 이 할아버지가 왜 나한테 말을 걸어?' 그냥 꽁하게 앉아있는데 할아버지가 계속 자기한테 말을 거네요. 그냥 '네, 네' 하는데 매우 불편합니다. 담배를 피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리를 피합니다.

      뭐 이런 것의 연속이죠. 자신의 문화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상하다고 느끼는 게, 더 나아가서는 분노(;;;)를 느끼는 게 한국인인 것 같아요. 아시안 중에서도 한국인은 이런 유연함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외국 나가서 많은 한국인들을 보고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에요.
      • 뛰어난 관찰력이시네요. 확실히 공감갑니다. 수다와 사교는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게 미국식 파티문화죠. 그런데 아시안이 보릿자루가 된다구요? 흠.. depends on how hot you are lol.
    • 영미권이아니라 좀 다른이야기가 될수있습니다만...

      아시아에가도 한국적습성을 전혀버릴생각이없으면 한국인끼리놀다오는경우가 태반인거같아요.



      저는 애초에 한국인이없는동네를 골라들어가서 한국인들이없는곳에서 생활하는데 포인트를 뒀지만, 여전히 한국인괴 어울리는데 신경을 쏟고 외국인을 초대손님쯤으로 대하는사람들은 뻘쭘해하더라구요.



      저도 그들과 격없이 어디까지 친해졌는지 사실 객관적으로 알지못하지만,

      격없이 지내던사람들은 많이만나고왔지요.
    • 알찬 답변들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진짜 친한 '친구'가 적어도 한 두명은 있어야 삶이 즐거운데, 더군다나 외국에서 사람들과 겉으로만 별 트러블 없이 사는 정도라면 답답하지 않을까 해서요.
      미국 정도로 한인 사회가 크면 굳이 미국인 친구가 없어도 큰 불편없이 살 수 있겠죠. 하지만 한인 사회가 상대적으로 큰 나라라고 해도 한국 사람끼리만 지낸다면
      좀 더 재미있고 활기차게 살기엔 어렵지 않나해서 글을 올렸어요.
      하지만 외국에서 "좀 더"를 바라는게 너무 기대치를 높이 잡은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