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까기

그렇지 않아도 퍼시픽 림 까고 싶었는데 마침 까는 분위기가 되니 저도 조금 거들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퍼시픽 림은 그냥 돈 많이 들인 멍청한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단순히 제 덕력이 충만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솔직히 이 영화를 좋게 보신 분들은 그다지 진지하게 보지 않으셨거나 애초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보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감상 방식이야말로 덕후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퍼시픽 림은 일본 괴수물의 전통을 무리하게 따르려 했던 탓인지 조금 심할 정도로 말이 안 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먼저 카이쥬부터가 말이 안 됩니다. 어떤 행성의 문명을 멸절시키려고 하는 외계인의 입장에서 크고 눈에 잘 띄는 괴물을 딱 한마리 씩만 보내는 것보다 더 비효율적인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행성의 여러곳을 동시에 공격하지는 못하면서 여러곳으로부터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기 쉬운 방식이지요.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은 뇌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기까지 한 고도의 사회적 생물들이고, 진화 과정에서 그 이점을 이용해 세력을 키워왔을 테니 카이쥬 방식의 비효율성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인류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라면 또 모르겠지만, 여하간에 이 외계인들이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카이쥬를 제압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거를 만들었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왜 하필 인간형 거대로봇이어야 합니까? 우리 모두의 어릴 시절 로망이라서요? 기계를 사람 모양으로 만들면 무슨 없었던 힘이 생기기라도 한답니까? 초반에 나온 설명처럼 독성이 강한 괴물의 피로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방식은 제외한다 하더라도, 사람 모양의 기계를 타고 가서 두들겨 패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난 것만 써보더라도, 뭔가 그물 같은 것으로 괴물을 둘둘 휘감은 다음 그 위에 고경도 수지를 뿌려서 굳힌 후 전기로 감전시켜 죽인다던지.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싸움은 바다 속에서 이루어지는데 (저는 이게 물 속에서는 전파를 이용한 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격 조종 방식이 아닌 파일럿이 직접 탑승해야만 하도록 만든 근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처음부터 물 속에서 싸운다는 전제로 만들었다면 왜 로봇들의 모양이 최소한 수중에 적합한 유선형도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싸우다가 괴물이 헤엄으로 도망이라도 친다면 번거롭게 다시 수면으로 예거를 띄운 다음 헬기로 건져내서 쫓아가야 될 판인데, 그 따위 쓰잘데 없는 고철을 만들 기술이면 차라리 수중 기동성이 높은 다관절 잠수함 같은 것을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각 나라에서 카이쥬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자국의 해안선을 따라서 장벽을 짓는 것이 나옵니다만, 괴물이 들어오는 경로를 이미 알고 있는 이상, 굳이 벽을 세울 거라면 최대한 포탈에 가깝게 둘러싸는 형식으로 세우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주위로 예거 기지를 세우는 것이 방어하기 훨씬 간편하지 않을까요? 바다가 너무 깊어서 벽을 쌓기가 어렵다면 어떻게든 최대한 두껍고 무거운 구조물을 만들어서 포탈 위로 가라앉혀 버리는 방법도 있을 거고요. 상식적으로 우리가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어떤 방법이라도 태평양의 해안선을 따라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정신나간 짓보다는 효율적일 겁니다. 어쩌면 애초부터 대운하처럼 그 사업 자체의 쓸모보다는 관광 자원이나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집시 데인저는 원자력이니까 아날로그라는 것도 개소리입니다.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쓴다고 해서 제어방식까지도 다 아날로그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게다가 두 사람의 파일럿이 좌뇌와 우뇌를 제공하여 예거를 조종한다는 것도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과학자라고 하는 자식들이 지구에 관한 정보가 모조리 새어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카이쥬와 드리프트를 하려 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퍼시픽 림 관객들이 무슨 대머리 여가수 같은 부조리극을 보러 온 것도 아닐 거고, 이 정도까지 되면 감독이 판타지를 만드는 데에는 제법 소질이 있으나 SF에는 별 재주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 격하게 동의합니다. 왜 인간형 로봇이어야 하는지도 설명이 안되는데 게다가 왜 예거 래놓고 사냥꾼이 아닌 싸움꾼이랍니까. 체인소드가 그렇게 효율적으로 쓰이는데 진작에 무장해서, 장창이나 장검이나 청룡언월도 등으로 거리를 유지하며 싸울 것이지 괜히 근접기 위주로 목조르고 엎어치고 하다가 물려죽는 거 아닙니까!
    • 장벽을 세운단 이유로 예거쪽에 예산을 끊는단 설정도 말이 안되는 게, 극중 뉴스화면을 통해 그것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었음이 언급됩니다만, 이런 위기상황에 그같은 멍청한 정책이면 바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야죠! 크립톤에서 조드장군이 그런 것처럼! 게다가 군사력의 최정점이 예거 쪽에 몰려있는데 이걸 내비둡니까 숙청해야지! 숙청이 두려워서라도 예거측은 쿠데타를 일으켜야 하구요. 근데 그냥 사이좋게 정부는 장벽 짓고 예거는 마피아 자금 끌어들이고?
    • 첫째 질문에 답을 드리고자 한다면(딱히 답이랄 것도 없지만..)퍼시픽림에서 마지막에 나온 외계인들의 모습을 보면 전투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직접적인 전투에 나서기 힘들다는 거죠. 만약에 이들의 개체수가 인류의 비해서 심히 적다면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영화에서처럼 컨트롤 가능한 괴수들을 침투시켜 철저하게 문명을 파괴한 후 진입하는 형태를 취할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편집되었다지만 괴물들은 우리와는 다른 물질의 기초로한 생물입니다. 처음부터 디자인된 괴물들이 아니라는 거죠. 따라서 처음 시작부터 5등급으로 명명된 거대한 괴수들을 만드는 것에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구를 해서 5등급을 만들어 낸다음에 보내면되지 않느냐 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그들의 뇌가 연결되어있는 것은 실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보다는 실전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보다 더 강력한 생물을 만들수 있는 것이죠. 한예로, 초반에 나온 카이쥬들은 예거에게 힘을 못쓴데에 반해 점차적으로 진화하면서 예거들의 생산 속도를 앞지르게 이릅니다. 포탈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몇주에 걸쳐서 한마리를 보내는 것이 고작이였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화 되면서 다수의 괴물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였죠. 이것은 그들이 괴물을 만들거나 포탈을 여는 것에 있어서 어느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들을 지구의 환경에 맞게끔 안정화시키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거를 만든 이유에 대해서도 의아하시는데, 딱히 영화적 장치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하겟습니다만, 예로 드신 그물로 휘감는 방법은 그 거대한 그물을 어떻게 만들 것이며 감전시킬 전기 에너지를 어떻게 장치시키고 발사 할수 있는지 헛점이 생깁니다. 미사일만 퍼붓는다고해서 해결할 수 없는 괴물이 아니고(껍질만 상하는 것처럼) 권투와 같이 생물이 가진 뇌등 중요 장기 자체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해치워야 되는데, 이에 대해서라면 인간형 로봇이 좀더 효과적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예거는 처음부터 물속에서 싸운다는 전제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전천후 병기죠. 단지 해안가 도시에 친입하기 전에 싸우느라 바다에서 많이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데, 영화에서 보면 각 예거들이 도시에서 싸우는 장면들도 많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장벽은.. 그냥 뻘짓입니다. 정치인들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뭐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겠습니다만. 이건 슈퍼맨이 안경 하나로 클락으로 변신하는 것만큼, 총알이 떨어지지 않는 주인공의 총만큼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건 과학적으로 말이 안된다라고 따지면 살아남을 수 있는 영화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 지금 오고 있는 괴수는 지구 정복 목적이라기보단 데이터 수집에 불과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물론 이들이 정복할 행성이 지구만 있는 것도 아닐 테니 예산 부족 등의 문제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이것으로 먹고사는 종족이고 지구에 쳐들어오려고 중생대부터 벼르고 있었는데 그동안 연구개발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면 조금 태만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 1천년만 서둘렀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예거를 만들 정도의 기술이라면 그와 비슷한 크기의 그물을 만드는 거야 일도 아니지요. 그리고 미사일을 퍼붓는 거나 같은 운동량의 주먹으로 패는 거나 어차피 받는 충격은 똑같습니다. 폭발한 파편에 의해 카이쥬 피가 흘러나오는 게 문제라면 탄두 대신 끝부분을 뭉툭하게 만든 고무탄 같은 것을 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제어하기 까다로운 이족보행 로봇을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지요.
        • 직접적인 전투에 나서기 힘들다는 거죠. 만약에 이들의 개체수가 인류의 비해서 심히 적다면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영화에서처럼 컨트롤 가능한 괴수들을 침투시켜 철저하게 문명을 파괴한 후 진입하는 형태를 취할 것입니다.

          이런 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참 어린아이들이 마징가가 쎄냐 에반게리온이 쎄냐 그렇게 싸우는 것하고 별반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되는데, 최소한 댓글은 올바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언제 카이쥬가 데이터 수집에 불과하다고 했나요. 카이쥬가 좀더 진화하는데 데이터 링크가 사용됬을 것이라고 했지..
          • 제가 잘못 읽은 것 같군요. 제 본문에는 카이쥬가 충분히 강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은 게 아니라 문명 파괴를 목적으로 카이쥬를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했던 건데, 만약 지금 보내는 카이쥬가 정보 수집용의 정찰병에 불과하다면 그게 어느 정도 설명되는 면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읽은 것 같습니다.
    • 동의합니다. 진짜 관대하게 저런 어거지같은 설정에다가 어거지같은 이유라도 붙인다면 그래 그래도 나름의 이유는 있군 하고 생각할텐데 심지어 이유따위를 암시하는 장면같은 것도 없어서 뭐랄까 어느 정도 접어두고 보다가도 당황했습니다..
    • 어이쿠.... 나름 덕후스럽게 진지하게 봤는데도 재밌게 본 사람은 바보되는 느낌이네요. 민망합니다. 그려.

      영화볼때 이것저것 다 따지시면서 말이 안되는 설정에 통탄을 하시면서 재미없어 하시고, 이를 만방에 천명하면서 재밌게 본사람들 맹하게 만드는 고행을 겪으시는 님께 애도를....
      • 진격의 거인 설정도 따지신 예전 글을 보니, 이런 거대 피사체 출몰하는 내러티브에 반감을 가지시는 것이지도?
    • 인간형 로봇이 나와서 치고 박고 하는게 그물치고 본드 뿌려서 잡는 것 보다 딱 생각하기에도 훨씬 재밌을 것 같아요. ㅎ
    • 뭐 까려고 보면 한도 끝도 없는 영화죠. 그렇게 보는 사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요. 저도 그런거 따지기 좋아한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욕먹는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는 재밌게 봤습니다. 애초에 하드SF 영화도 아니고 영화가 지향하는 지점이 뚜렷이 보였기 때문에 그런 단점들이 크게 문제시 되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한 건 렌즈맨님 같은 생각만을 가지고 제작을 한다면 애초에 거대 로봇 영화나 만화는 나올 일이 절대 없고 소수의 하드SF만 나와야되겠죠. 어차피 퍼시픽 림은 거대 인간형 로봇이 거대 괴수를 때려잡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실사영화를 만드는게 목표인 영화입니다. 기본 설정 자체가 황당한데 그것을 둘러싼 세부 설정들을 비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거대 로봇물이나 특촬물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만화에서나 가능한 스펙터클한 설정과 장면을 실사 영화로 볼 수 있었다는게 만족스러웠습니다. 델 토로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기대한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타협했겠거니 하네요.
    • 본인이 재미없는건 뭐 그러려니하겠는데 재밌게 본사람들을 디스할 필요까진...
    • 멍청하다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역시 문제는 돈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지요. 마치 몇년 전에 나왔던 모 괴수영화처럼 말입니다. 평이야 어쨌던 간에 이런 영화는 들인만큼 흥행이 되어야 하는데 과연 속편이나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와도 전 안보러 갈 것 같습니다만.
      문제는 지적하신 것들을 말이 되게 고친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보러가지는 않겠지요. Transformers 영화들은 어쨌든 흥행이라도 되지 않습니까.
    • 퍼시픽림에 이렇게 관대한 평이 많다는게 좀 놀랐습니다.

      디워를 가루가 되도록 깟던게 퍼시픽림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동덕으로 면죄부 가 주어지는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아요. 두영화의 차이점이 뭐죠?
      • 전 디워도 영화 자체로는, 딱히 불만이 없어요. 쌈마이 괴수영화로서는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스스로 헐리웃을 정ㅋ벅할 한국영화의 유일한 희망이자 사상 유래없는 최고의 영화입네, 충무로의 꼰대들한테 차별을 받네 어쩌네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면서 슬슬 스팀이 올라오기 시작한 거죠. 물론 심형래의 헛소리에 경도된 일부 국뽕환자들과 논쟁이 붙기 시작하면서 비난수위가 강해진 면은 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판타지와 SF 팬덤으로 살아온 저 같은 입장에서는 심형래가 인터뷰마다 늘어놓았던, 쥬라기공원이니 반지의 제왕이니 돈처바른 CG빨이지 내용은 개뿔 아무 것도 없더라, 는 주장에 완전히 뚜껑이 열리고 말았죠. 장르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그 분야의 거장들에 대한 티끌만한 존경심도 없는 장르물 감독이라니요. 그건 장르물의 감독이 아니라 돈과 명예를 찾아 장르판에 뛰어든 뜨내기 졸부일 뿐이지 않습니까.
        디워가 자초한 재앙은 자신이 속한 카테고리의 위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는 것. (굇수물은 누가 뭐래도 매니악한 서브컬쳐지 세계 영화계의 메인스트림에 위치할 장르는 아니죠.) 자기 작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일 계열의 걸작과 거장들에 대한 거침없는 모욕을 가했다는 것.(그러니 굇수물 팬들에게조차 실드를 못 받았죠.) 끝으로 작품의 질이 그래도 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 (다시 말해 그냥저냥 쌈마이 굇수물로서는 적당히 봐줄만한 수준은 됐습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고 헐리웃을 정벅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했죠.)
        그러니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에게는 디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인드로 만들어진 퍼시픽 림에는 왜 면죄부가 주어지는가?
        사람이 어른은 넘어 학부모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까지 세간에서 '만화같은 것'이라고 매도당하는 (만화같다는 게 매도의 의미로 쓰이는 것 자체도 불만이긴 합니다만) 장르를 찾아헤매이다 보면... 사실 서럽다고까지 하면 좀 과장이겠지만 적어도 섭섭하고 억울한 일은 좀 당하며 살게 마련입니다. 조심성이 필요해지죠. 저만 해도 매주 본방사수하는 애니와 즐겨보는 라이트노벨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간 ... '상종해선 안 될 더러운 오타쿠' 취급을 받다 못해 그와 관련해 이제껏 쌓아온 인프라들이 와르르 무너질 위험조차 있는 바닥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말을 꺼내도 될 자리와 안 될 자리를 대단히 민감하게 감지해내야 하죠. 또 꺼내도 되는 자리라 해도 수위의 문제도 있고요. "이영도 정도면 판타지 작가 치고는 제법(밑줄 쫙!) 글재주가 있는 것 같아" 부터 "이번주에 쿠로네코 짜응 쿄스튬 한 거 완전 카와이 하지 않았냐?" 까지... 이른바 촉이 예민해지게 마련이죠.
        그리고 저같은 경우에는 그 촉이 말하더군요. 델토로는 같은 편이라구요.
        물론 디워 시절의 심형래는 그런 거 없었죠.
        공정한 반응은 아닐 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이 바닥 룰인 걸 어쩌겠습니까. 매니악한 굇수물이나 SF나 판타지가 나왔을 때, 제일 먼저 지갑 여는 사람들이 우리들이에요. 남들이 한 번 볼 거 두 번 보고 세번 보다 디비디에 블루레이에 설정집에 소설판에 완성도 개판인 모바일 게임도 다운 받아서 엔딩 볼 때까지 플레이하는 사람들도 우리들이고요.
        당연히 우리 입맛대로 씹기도 하고 까기도 하고 빨기도 하는 거죠. 기준이야 당연히 이 바닥 진창에 빠져 허우적 대는 사람들이 느끼는 주관적 감정이고 말이죠. 그런데 그게 대체로는 대세를 하나 만들어서 거기를 따라갑니다.
        • 전 심지어 트랜스포머 보다도 디워를 더 재밌게 봤습니다.

          심형래 때문에 디워가 과도하게 까이는게 좀 억울합니다.

          따지고 보면 괴물나오고,스토리 엉망 또는 별거 없고, 배우들 연기 지랄맞은 CG떡칠한 같은 종류의 영화를 두고 이렇게 이중적인 평가가 나온다는건 뭔가 잘못됬다고 생각합니다
          • http://aprilnoten.egloos.com/3048280
            퍼시픽림은 도달했지만 디워는 이루어내지 못한 게 무엇인지 잘 설명해준 글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조금만 덧붙이자면, 퍼시픽 림 세계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속한 세계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있죠. 분명 단순하고 유치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엉망인 스토리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 안에 배치된 각종 소품들과 무대들 역시 대단히 충실하죠. 그 외에 다른 디자인은 도저히 떠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수많은 동종 작품들의 오마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영화의 모든 것들이 대단히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반면 디워의 경우, 그들이 속한 세계가 정확히 뭔지... 걸음마 하던 시절의 기억 속에도 그로이저X가 남아있고, 시중에 공개된 온갖 로봇 및 괴수대백과사전을 수백 원 이상 독파해온...(자랑은 아닙니다만)... 저 조차도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모르겠어요. 조선시대에 난데없이 RPG게임 코스프레 하는 것 같은 악의 무리가 나타나고,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작전회의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영화사 소품창고 얼른 치워놓고 테이블 하나 세팅해둔 곳 같은 허술한 세트잖아요. 말씀드렸듯, 그냥저냥 쌈마이 괴수물 중에 그만큼 성의없는 작품들은 많고, 디워의 품질이 특별히 더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퍼시픽 림 처럼 장인의 손으로 한땀한땀 만들어낸 수공예품 같은, 그야말로 작가의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아트하우스 영화와 비교할 건 아니죠.
            참고로 저는 듀게를 비롯 진지한 영화매니아들이 활동중인 커뮤니티들에서 칭송받는 걸작급 예술영화들 중 상당수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해를 못해서냐구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해석과 관점의 차이에 따라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 인정받는다면... 그런 영화 대부분에 대해 무슨 소리를 하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그 따위로 만들었는가...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만 지긋지긋하고 하품나는 걸 어떡해요.
            하지만 그런 영화를 즐겨보는 이들에 대해 "이런 더러운 스노브들, 내 악평 앞에 당장 무릎을 꿇어라!" 같은 짓은 안하죠.
            그런데 퍼시픽 림으로 인한 감동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제 눈에 '이런 더러운 오덕들, 얌전히 목을 빼고 내 칼을 받아라!' 같은 뉘앙스의 글들이 넷상에 제법 오르내리는 게 보이는 거죠. 그리고 급기야 이 바닥 팬들 입장에서는 완전 장르판에 분탕질을 치다 제 발에 걸려 자빠진 걸로 밖에 안 보이는 디워까지 언급되고 마는 겁니다... 약간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싸우자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어요...^^
    • 1. 브리치에 있는 통로가 불안정하지만 통로를 사용할수록(?) 안정화 되기 때문에 더 큰 물체를 더 자주 보낼 수 있다는 이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1등급 카이주가 나오다가 점점 2등급, 3등급 식으로 큰애들이 더 빠른 주기로 출몰하고 나중에는 5등급 카이주들이 분단위로 출몰할거라는 박사의 설명이 나왔죠. 지금까지 나온 카이주들은 통로를 안정화 시키고 지구를 정찰하기 위한 정찰 수준이라고..

      2. 인간이 드리프트를 통해 직접 신경에 연결하여 조종하기 위해서는 인간 형태가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과학적, 논리적으로 따졌을때 말이 되는 영화는 아니지만, 최소한 영화에서 나온 설명도 무시하고 까는걸 보니 표값이 매우 아까우셨나 보군요.
      • 1. 통로 용량설이군요. 아무도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포탈을 본 적이 없으니 사실상 이게 제일 편리한 설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 인간형 로봇을 제어하려다 보니 신경연결 방식이 나온 것 아닐까요? 그게 아니면 굳이 신경을 직접 연결해서 조종하는 게 괴수를 제압하기에 더 유리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5/read?articleId=18047892&objCate1=&bbsId=G005&searchKey=subjectNcontent&itemGroupId=&itemId=143&sortKey=depth&searchValue=%ED%8D%BC%EC%8B%9C%ED%94%BD&platformId=&pageIndex=2

      라는군요.
      • 어느 정도는 의문이 해소되는 글이군요. 감사합니다.
    •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났던, 어린 시절의 추억 '아이젠버그' 역시 말 안되기는 마찬가지죠.
      일본의 전통적인 괴수물들 역시 과학적 근거가 희박했었죠. 뭐 말이 되는게 하나 있기나 했나요?
      그저 거대한 덩어리들이 맞서 싸우는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되는 거죠.
      굳이 아이젠버그가 아니더라도 울트라맨, 고지라 시리즈, 마징가Z, 철인28호, 짱가 등등 다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퍼시픽 림'을 매우 즐겁게 봤습니다.
      드리프트는 아무래도 아이젠버그의 '철이영이크로스'에서 가져온 것 같더군요. ㅎㅎ 여기에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이라던지(대부분의 거대 로봇 만화의 주인공들이 이런 설정이죠) 엘렉트라 컴플렉스가 있는 여주인공(이건 완전 에반겔리온) 말도 안되는 생각만 하는 괴짜 과학자 등등 과거 추억의 만화 속에서 봤던 설정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혼자 낄낄거렸습니다. 여기에 (쓸데 없이) 합체하는 조종석이라던지,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방어막을 치려는 노력이라던지(마징가Z의 기지 역시 맨날 방어막을 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별 소용이 없죠. 거기에 괜히 나갔다가 미사일 쏘고는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 여자 로봇은 덤) 등등 깨알 같은 설정에 즐거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 한마리씩 보내는 건 예산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더군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4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8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8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7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5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