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스포)

지난 주말에 본 마스터. 저는 막 별 만점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좋은 영화였습니다. 듣던대로 연기들도 훌륭하고요.

어느쪽이냐 하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밖으로 발산하는 연기라면 호프만은 그 반대라고 생각되고요.

영화에 대해서 쓰고 싶은 생각이 백만년만에 들은 이유는 제가 영화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느꼈던 장면에 대해서 (제가 읽은 몇몇 리뷰들에서는)아무도 언급조차 안 해서요.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데요, 침대에서 퀼이 여자에게 눈을 깜빡이지 말고 자기가 묻는 말에 정직하게 대답하라며 마스터가 처음 자신에게 했던 것을 따라하잖아요? 아주 자연스럽게.
이 장면 어쩌면 새로운 마스터의 탄생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이 영화는 이 새로운 마스터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 너무 단순하고 식상한 해석일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보니 머리 둘 곳도 없는 퀼의 처지라던지, (그 몰골을 하고도)여자들을 끄는 힘이 있고(마스터의 딸까지도)

무엇보다 마스터의 전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 과학자도 의사도 철학자도 아니지만 그에게 남다른 무언가가(무학의 통찰? ㅎㅎ) 있다는 뜻이고

마스터 머리 꼭대기에 있는 사모님이 퀼을 못마땅해 했던 건 '견제'의 차원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영화 포스터도 사모님과 마스터의 데칼코마니 그 위 가운데 마스터 글자 밑에 뙇 자리잡은 퀼의 모습이 어쩐지 아래 두 사람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있네요.
영화의 모티브는 사이언톨로지, 존 허버드라지만 앤더슨 감독이 말하는 마스터는 '퀼 마스터'는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 저는 언급하신 그 장면을 조금 다르게 봤어요. 프레디는 영화 전반적으로 여성의 부재를 트라우마처럼 안고 있고 이것이 전쟁의 경험으로 병처럼 증폭된이후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술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 백화점 여성과의 데이트를 망치는 것도 살리나스에서의 정착을 망치는 것도 바로 그 술이죠. 전쟁이 끝나고 배에서 내린 뒤 육지에서의 생을 술로 망친 프레디가 마치 과거에 천착하듯 배에 다시 뛰어들어 만난 게 랭커스터죠. 그렇지만 그 역시 하나의 불완전한 인간임에 불과함이 드러나고, 이에 랭커스터를 떠난 프레디는 스스로 서 보이려는 의지를 보이며 도리스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결혼한 뒤죠. 이에 또다시 프레디는 랭커스터의 전화를 받고 영국으로 향하는데, 영국에선 오히려 랭커스터 자신이 프레디에 의존적임을 고백하고 말아요.



      저도 처음에는 이 뒤에 이어진 행보가 프레디가 마스터로 재탄생하는 행보인 줄 알았는데 생각할수록 미심쩍어요. 우선 프레디는 다시 술을 집어들고, 여체에 집착하며(심지어 여성상위 자세로 짓눌리죠. 마치 랭커스터가 여성의 나체들에 둘러싸여 있던 모양처럼요.), 이미 허울뿐인 마스터임이 드러난 랭커스터의 말들을 따라해요. 그 다음 장면에선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프레디가 모래 여성의 가슴 옆에 누워 있는 장면이 다시 등장하죠. 전 그래서 이게 완벽한 퇴행처럼 느껴졌어요. 우리가 결코 과거의, 역사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암울한 비전처럼 보였다고 할까요.
      • 댓글 읽고보니 제가 영화를 설렁설렁 본다는 걸 새삼 느꼈네요.;; 동감 가는 부분이 많네요.

        프레디가 극장에서 전화받는 장면은 프레디의 꿈이라고 듀나님이 리뷰에서...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0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4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5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9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4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4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0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7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5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9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6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8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