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와 호칭의 세계

밑에 Kaffesaurus님 글에 댓글 달다가 생각한 건데, 외국어에서 제가 흥미롭게 여기는 게 바로 호칭입니다. 이름을 부르는가, 이름을 부르면 성인가 이름인가, 2인칭 대명사는 뭘 쓰는가.


뉴욕에선 뭐 별거 없었는데 (전)오피스메이트가 종종 저를 이니셜로 연호하곤 했지요. JP! 이렇게 말이죠. JP는 근데 아직도 김종필씨 느낌이고, 제 풀네임 이니셜은 게다가 JYP입니다. 어렵군요. 


회사를 옮기고 이제 한달 반이 지났어요. 새 직장의 상사님은 주로 저를 ___씨라고 부릅니다. 이건 업무할 때 얘기고, 술을 마시면 호칭이 굉장히 다양해 집니다. ___하고 이름만 부를 때도 있고, 딱 한번 "너"라고 부를 때가 있었습니다. 이게 참 미묘한 문제라서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면 "저를 얼마나 안다고 저한테 너라고 하시는 거죠? *_*" 했을텐데 그런 기분은 안들었습니다. 술이 많이 취했을 땐 나름 애칭-_-으로 부르시더군요.  이 애칭은 가끔 쓰는 친구들이 있어서 영 허황된 호칭은 아니지만 와인 마시다가 흠칫 놀랐습니다. 


미국 회사이고 문서는 영어로 오가기 때문에 좀 특이한 점은, 다들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른다는 겁니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었어요. 밤의 호칭과 낮의 호칭(?) 구분은 꽤 넓게 퍼져 있어서, 회식하다가  ____씨였던 분들의 애칭이 !@#$%인 걸 알게 되었다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저한테도 그렇게 불러보라고 해서 이건 뭐 결혼하고 "당신" 이렇게 처음 불러보는 수준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도대체 왜. 

    •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서양에 대한 그림과 나라마다의 문화도 많이 차이가 나죠. 스웨덴은 제가 어렸을 떄 가졌던 그림이랑 많이 일치해서 막상 독일 같은 곳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그러면서 놀라곤 해요. 스웨덴에서는 정말 이름 부르는 문화거든요. 저 처음에 왔을 떄 너무 힘들었어요. 나이 많으신 선생님께 이름을 부르려니. 그래서 제가 정말 이름을 불러도 됩니까? 란 질문을 드렸죠. 그분은 정말 그 질문의 뜻을 모르시고, 그럼 날 뭐라고 부르고 싶은데? 라고 물으셨어요.

      아 기억난다. 제가 박사과정일떄 한국에서 교수님이 오셨는데 제가 저의 지도교수님 대하는 것에 본인이 굉장히 불편해 하셨던게.
      저는 이제 반대로 한국 학생들이 저한테 어떤 호칭을 부칠 떄 너무 괴로워요. 선생님 교수님 이러면 저 교수 아닌데요 (직책이 교수는 아니죠) 내 학생도 나를 선생님이라고 안부르는 데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라고. 그래서 언니라고 불리는 데 하! 지금도 연락하는 그 교환학생이었던 동생이 그럽니다. 누나 그냥 김치해주면서 그렇게 부르라고 하세요. 진짜 이름이 아닌 다른 걸로 불리는 게 저는 힘들어요.
    • 제가 사는 곳에서는 공식석상 아니고는 다 별명만 불러요. 친구 사이에도 (한 학급에서 출석부를 때 풀네임 부르는 걸 못 들어봤다면) 이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고, 성은 거의 뭐... 거의 신격화된 태국 국왕도 별명은 '쪼꼬미'(옹렉)라죠. ^^
      얼마 전에 버마 갈 일이 있었는데, 거긴 성이 아예 없다더군요. 무려 10남매;;; 중 여덟째인 한 친구를 알게 돼서, "그럼 너네는 성도 없이 다들 가족인 줄 어떻게 알아?" 물었더니 "응? 그냥 알아. 나 태어나니까 다들 집에 먼저 와 있던걸." 이라더군요. -_-
    • 늘보만보/ 아우 그런 농담 너무 좋아요. 'ㅅ'* 무식한 거 티내는 것 같지만 완전 처음 들어보는 얘기고요.
      Kaffesaurus/ 제가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지 못해서 마음편하게 얘기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저는 뭐 "완전소중 우리자기"-_-;;;;;;;이런 호칭만 아니라면 나를 부르는 호칭에 나에 대한 거리감이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말씀하신 "저 교수 아닌데요"는 모 영화에서 송강호씨의 "저 학생 아닌데요"가 오버랩...
      •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호칭이 거리감을 만들기도 하죠.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잖아요. 그래서 토마스도 저보고, 너한테 나는 그냥 토마스로 하자라고 했던 거 같아요. 그냥 저는 워낙 이름을 부르는 사회에서 사니까, 누가 그런 식으로 존칭을 하는 게 너무 불편해요. 그런데 참 한국 호칭에는 마땅한게 없는 거 같아요. 아직까지는 언니라고 불릴 수 있는 데 이럴 수 있는 날들도 얼마 안남았어요. 흑흑.
        음,전 어른들한테 가족호칭을 부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왜 다들 이모이고 삼촌일까요? 제가 어렸을 떄 엄마 친구분들은 그냥 아줌마 였는데.

        그런데 송강호씨가 저 학생 아닌데로 라고 말하는 영화는 뭐나요?
        • "조용한 가족"입니다. 'ㅅ'
    • 안녕하세요. 어쩐지 오랜만인 느낌 '-' 그건 제가 듀게를 오랜만에 와서ㅎㅎ
      토끼님이 지금 계시는 나라는 왠지 사람들이 애칭을 더 많이 사용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드라마의 영향인가;;
      낮과 밤의 호칭이 다른 건 한국도 약간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동생이 얼마 전 회식 중에 저에게 택시 타고 들어간다고 전화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누가 옆에서 00야 하는 거에요. 그건 제 동생 이름! 아니 회식 중인데 누가 00야 라고 부르는 거야!?;; 00씨도 아니고 00야 라니!! 했더니만 부장님ㅎ엄청 모범적이고 일 열심히 하시고 부하 직원에게도 예의 바르신 그 부장님께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모두에게 자주 이름을 부르신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어어!? 이런 경우도 있어?하며 저는 오히려 당황;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데 거기만 그런지 한국 기업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곳은 더 덥고 습할 텐데 건강 조심하세요! :D
    • 호칭에 관한 우리나라 문화는 최악인거 같아요. 서열 관계에 따라 호칭에 너무 많은 룰이 있는 거 같아요. 일본만 해도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그냥 "**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거 같은데.
    • bunnylee/ 높임말도 좀 그런 면이 있지요. 물론 친해지면 나이가 차이나도 반말을 쓰는 경우가 드물게 있지만 나이차이가 아주 벌어지면 그런 케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요.
      봄의 속삭임/ 동생분은 그 손이 예쁜 동생분이시죠? (이 비상한 기억력!) 그런 상황 좋네요. 그다음날 아침엔 다시 점잖고 쌀쌀맞아지신(?) 부장님...이러면 더 좋고요 (변태라고 놀리지마세욧)
    • 아랍권에선 남자들끼리 좀 친해지면 "하비비"라고 불러요. 무슨 뜻인고 하면 내 사랑... 네, 직장 현지 카운터파트에게 실제로 이렇게 부른단 말입니다!!처음엔 오글거려서 도저히 입에 붙지 않았는데 쓰다보니 친근해요 ㅎㅎ
      • 아 그게 그런 뜻이었단 말입니까. 좋은데요 그런 문화. *_*
    • ㅎㅎㅎ 토끼님의 이런 글 좋아요. 여러 문화권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ㅅ^
      • 언젠가님 간만에 뵙는 것 같아요. 묵은 피로는 조금 풀리셨나요 'ㅅ'
    • JYP..순간 조용필옹을 떠올렸습니다.(박진영도 아니고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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