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삶의 목적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삶의 목적
-죽은 시인의 사회 John Keating-
제목이 좀 거창하네요-_-;;
1
전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었고
그러다가 동대문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전태일 열사가 평화시장 노동자였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동대문은 여전히 열악했고 그곳의 노동은 쉽지 않았네요.
그래서 일이 힘들어질 때면
두타 옆에 평화시장이 있고 거기에
전태일 다리가 있으니까 가끔 찾아가곤 했죠.
버들다리에서 전태일 동상을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읽던
조금 이상한 나날들이었는데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에게 ‘일’은
‘내가 어떤 사회를 원하고’
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이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전 낭만이, 한 사람의 성품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인이라고 생각하니까
나한테 선한 마음 같은 게 있다면 그런 걸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자신도 세상도 지킬 수 있다고....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낙시(燭淚落時)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姓高)라.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았더라.
춘향가에 나오는 구절인데
제가 좋은 사람이 못 된다고 하더라도
노력의 결과가 괴물인 인생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행복한 가운데 저도 행복해 지고 싶어요.
물론 가끔씩은 바라는 모든 것들이 별처럼 느껴져서
닿을수 없는 아득한 일렁임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옛날 뱃사람들이 별을 바라보며 어두운 망망대해를 건넜던 것처럼
낭만,소망,이상,꿈.. 그런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들은
살아가는데 어떤 방향이 되어 줄 순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운이 좋다면
원하는 곳에 닿을지도 모르구요
결국 누군가는 지구 넘어 장소에 발자국을 남겼잖아요.
2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이 있는 인생이었으면 좋겠고
일로써 뭔가를 이뤄보고 싶어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에 성적표를 매겨야 한다면
역시 사랑이 가장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내 일을 포기하는 건 자아를 배신하는 거라 생각도 하지만
누구는 자명고도 찢는다고 하니까
일과 사랑 중 택해야 한다면 역시 사랑일 수밖에 없고
내가 언젠가 만들어 낼 풍경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있는 풍경이었으면 좋겠고
가는 길이 너무 가시밭길은 아니었으면 좋을 것 같고 그렇네요.
그리고 행복에 대한 역치는 별로 높진 않은 것 같아서
(사실 집과 차에 대한 욕망도 크지 않은 편인데 자동차 이름도 잘 모르구요.
어쩌면 결혼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성향인데...ㅜㅜ 그래도 일하는 이유가
집과 차의 소유,그리고 그 크기를 키우기 위한 것이 되진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밥벌이는 할테고 아내 그리고
처가식구 에게 경제적인 안전판이 되기 위한 노력도 할테지만요)
좀 많이 옆길로 가버렸네요-_-;;
하옇튼 저는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산책만 해도 좋고
자판기 커피에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로도 많이 기쁜데...
그래서 나름 평온한 나날들과 잔잔한 행복의 나날들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분명히 혼자서도 꿋꿋하게 잘 살아가겠지만
역시 한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네요.
어디 있을까요? 그 사람...
듀게에 계시려나...
3
릴케의 일화 중에서
릴케가 파리에 있던 중
항상 구걸하던 노파에게 장미 한 송이를 주게 되었는데
릴케의 뺨에 키스를 하곤 1주일 후에 나타났다고 해요.
그 때 친구가 릴케에게 1주일 동안 가진 것도 없던
저 노파는 무슨 힘으로 살았을까?라고 묻자
릴케는 ‘장미의 힘으로!' 라고 말했다고...
사실 저는 꽃이나 시 같은 거 잘 모르고 살았는데
꽃은 행사용이고 시는 시험용이고 뭐 그랬죠.
그런데 내 안에 상처 같은 것들이 따뜻한 시간 속에서 승화되고 난 뒤에
그 자리에 시와 꽃이 들어오더라구요.
방 청소는 하면서 살지만 생각해 보면 방을 꾸민다는 개념은 없었던 것 같은데
(하긴 제 친구들도 딱히 그런 건 없는 것 같고 남중 남고 녀석들이라 그런가...)
지금 제 좁은 방에는 싸부가 선물해준 장미 한 송이가 있거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꽃을 걸어 놨는데
내 안의 뿌연 회색 같은 풍경이 변한 것처럼
그렇게 방 안에 빛깔도 변한 것 같아요.
그리고 시는
김초혜 시인의 사랑굿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 녀석은 제 주변을 눈처럼 사푼사푼 맴돌다가
제 마음이 좀 더 따뜻해질 수 있게 되자
사르르 녹아서 스며들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사랑굿을 보면 아프고 애달프고 시린데 그런데 좋아지는(좀 이상하긴 한데)
예전에 네멋대로 해라에서 이나영이 마음을 울려서 양동근을 좋아한다고 했던 것과 비슷하게
저도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젠가 사랑이란 걸 할 수 있다면
김초혜 시인의 ‘사랑굿’을
그 사람에게 읽어 주고 싶어요.
그리고 결혼이란 걸 할 수 있게 되고
아이가 태어난다면 아이에게도 읽어 줄 거에요.
아빠가 엄마를 이렇게 애달게 시리게 사랑해서
많이 행복하고
그래서 일생을 같이 하게 되었다고
너도 그렇게 사랑한다고
너 가 좀 더 크면 아빠 엄마 이외의 사람에게
그런 사랑을 줄 수 있고
그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읽어 주고 싶어요.
사랑굿/김초혜
그대에게 가는 길이
저승에서도
더 먼 길인 걸
모르는 것 아니어요
들키지 않을
눈짓만
넉넉한 그대 이마에
얹어 놓고
서 있는 이 자리가
어둡고 험해도
노래할 테요
일찍이 가졌던 것
모두 버리고
타지 않으며
그대 곁에 머무를 것이어요
/
하늘에
해가 하나이듯
물 흐르는 도리에
두 가지가 없어라
그대로가 하나이어
마음에 두 길을 내지 못하고
짧은 생명에 갇히어
내 영혼은 울어라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채
어지러움을 견디며
세월을 돌려 놓아도
눈먼 돌 속에
아득히 있는 그대
/
내 한숨 바람 되어
그대 목에 감기어들면
그게 난 줄 알아
모른 체 비켜 주요
살을 베어 살을
벌지 못하듯
물이 피가 될 리 없겠지마는
잊은 마음 전혀 없어
바람이려오
몇 천 년을 살려고
그대 나의
기쁨이어서는
아니 되오
허리 묶인
홍사(紅絲) 풀어내고
나도 그대의
꽃이 되고 싶으오
돌을 심어 싹이 나도
아니 오시겠오
바람 불면
멀어 있는
달로 오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