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주제는 없는 글.

1.

 

일전에 고민상담성 글을 올렸는데

글은 삭제하였지만 듀게 분들의 여러 의견들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단은 여자친구와의 프라이빗한 영역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줄 것을 요구했고

이전부터 얘기했던 부분이긴 하나 크게 받아들이지 않던 남자친구도

그 이후로 잘 지켜주고 있어요.

 

얘기할 때 그에게 가장 소중한 부분이 공격당한다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어요.

그 때 제게 부정적인 댓글 남겨주신 분들도 계셨는데

그런 댓글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더 조심조심 남자친구 마음을 신경쓰면서 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처럼 지내고, 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 조심해주면

혹 나중에 다시 껄끄러움이 생기면 그 때 왜 그런지 생각해서 서로 생각이나 행동을 고쳐보자고요.

그 이후로 사이는 아주 좋습니다.

 

의견 많이 주셨는데, 글도 삭제해버려서

도움받고 입 닦는게 영 개운치않아 경과 보고 합니다  :)

 

2.

 

예전에 한 선배가 대학가 뒷골목을 지나면서 포장마차를 보고 그러더군요.

'요즘 포장마차는 옛날에 그 포장마차가 아니고, 춥고 가난한 낭만을 파는거다'라고요.

춥고 가난한게 낭만씩이나 됩니까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말하려다가 문득

가난한 사랑노래는 낭만적이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그 시를 낭만적으로 소비하지 않았는가 생각이 들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얼마전에 사주 이야기가 한창이었죠.

저는 정신과도 다녀보고 심리상담도 받아봤지만 거기는 너무 밝아요.

제 상황, 제 마음 결까지 누군가가 관찰하고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 제게는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을 너무 못믿는다고, 속는 셈 치고 친구들에게 마음을 말해 보라길래

그럴 거였으면 여기 안왔지요,라고 대답했는데 그 때 알았어요.

제게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분석당하거나 평가받을 일 없이  '안심하고' 쏟아낼 수 있는 동굴같은 상대였어요.

 

너무 힘들어서 사주라도 보러 가볼까, 하다가

책꽂이에서 맑스 앵겔스 선집의 붉은 표지를 보고 흠칫 했던 날

저는 저 스스로에게 이 정도의 비합리적 소비는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어린시절 무섬증이 일면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 더 이상 그러지 않게 되어서 저는 제가 좀 더 강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는데 이불을 뒤집어쓰면 이불 밖의 영역들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무서워서 이불을 쓰지 않게 된 것이었어요.

저는 여전히 겁쟁이이고, 너무 밝은 곳보다는 적당히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곤 합니다.

 

3.

 

남의 차를 타는 건 항상 조심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어제 오늘 외제차로 여자들 태워준다고 하고서 성폭행한 사람 뉴스를 보니 더 그러네요.

 

제가 좀 초췌한 편이어서 야근이 끝나고 택시 잡으려 길에 서 있을때나

시장 다녀오는 길 짐이 많을 때나 비가 많이 올 때 같은 경우에..

모르는 사람이 태워준다고 하면 보통 거절하지만 한 번 얻어탄 적이 있어요.

 

예전에 밤샘근무 하고 비가 많이 오던 날

우산도 없고 피곤하고 해서 그냥 모르는 분이 태워준 적이 있는데

다행히 별 일 없이 왔지만 생각해보면 위험천만한 짓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뉴스 보고 들었어요. 

그 때도 걸어올 수 있는 거리여서 우산 빌려서 걸어왔어도 됐는데 진짜 쓰러지기 직전이라 그냥 탔는데.

 

그러고 보니 어두운 길에서 택시랑 일반차를 분간을 못해서

운전자가 태워준다고 '콜!' 이랬는데 '콜택시 안불렀어요'라며 동문서답하고

몇 번 그랬더니 운전자가 막 웃으면서 설레설레 고개젓고 가더군요.

 

금요일에 야근하려니 슬퍼요.

핵심은 1번인데 쓰고보니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안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갑자기 나가자고 해서 시덥잖게 쓰고 등록버튼 눌렀는데 나가는게 미뤄져서 시간이 또 애매하군요.

바낭질을 이어갑니다.

요즘 듀게에 아주 가끔씩 글을 쓰는데 왜 쓰는 글마다 바낭인지 참..

그래도 시간 조금 지나면 뒷페이지로 쑥쑥 넘어가는 관대함을 믿으니 덜 민망하지요.

 

금방 든 생각인데

바낭 하고 싶을때마다 새 글 쓰지 않고

그냥 이 글에다가 수정 눌러서 업데이트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앗, 다시 나가는군요. 

 

 

    • 기억해요 남자친구분이 좋은 분이네요~ 얘길 잘하신거 같음
    • 모르는 사람이 태워준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니요!
      이것은 다름아닌 미인 인증글.. ㅠㅠ
      모르는 사람 차는 타지 마세요! 요새 무서운 일들이 많아서..
    • 1. 기억나요 그 글, 까칠한 댓글까지도 영양가 있게 소화하신거 다행입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죠 ㅋ
      2. "제게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분석당하거나 평가받을 일 없이 '안심하고' 쏟아낼 수 있는 동굴같은 상대였어요." 역시 '사람'은 참 복잡한 존재이고 '인생'이란 .... 맑스 앵갤스 선집...부분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 써도 될만큼의 시퀀스가 보이는 문장이었어요.
      3. 운전자 입장에서도 선의로 태우기가 여간 껄끄러운 상황이기도 하죠. 공포영화의 클리세;;;
      왠지 그냥 사는거 자체가 참 피곤하고 날씨탓인지(먹장구름 탓에 한 낮인데 저녁처럼 어두운 실내) 이 글의 리듬이랄까 분위기에 젖어버리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3. 저는 모임에 처음 나온 분이 같은 방향이길래 가다 내려주겠다고 했더니 거절을... (나 범죄형인가..) 그런데 나중에 여자들은 첨보는 사람 차는 안탄다고.. (아니 같은 모임 사람인데..) 길에서 누구 태워준다고 제안해본적은 없네요.
    • 연대입구 역에서 연대 세브란스 병원에 가야 했는데, 예약 시간에 늦게 생긴 거예요. 너무 급한 마음에 택시를(뒤에 할머니가 타고 있었는데 승객인 줄 알고 합승하려고), 잡아 탔는데, 미터기가 없네요. 왜 택시에 미터기가 없냐고 했더니, 뭔 소리하냐고. 이거 승용차라고. 근데, 왜 세워줬냐고 했더니, 하도 다급해 보여서 그랬다고. 얼결에 차 얻어 탄 적 있어요. ㅋㅋ
    • 예전 이야기 기억해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정말 세상이 험하니까 호의라고 순수하게 생각해도 막상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요.
      고등학생때 친구들이랑 히치하이킹도 많이 하고 그래서 그런지 전 아직도 위험신호가 잘 안들어와요.
      bunnylee 님 에피소드는 재미있고 민드향본드 님 에피소드는....무섭네요; 다음날 또 만나서 그런 것이;;
    • 저는 여행지에서 히치하이킹 많이 했는데 지금생각해보면 그것도 위험하긴 한 거 같아요;;
      남자친구분과 잘 대화하셨다니 다행이에요-
      전 어떤 문제를 가진 것보다,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느냐가 그 사람과 미래를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
      현명하게 대화하시고 서로 이해하신 것 같아 보기 좋아요 ^^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5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