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좋은 영향을 끼친 어린시절의 한 장면


초등학교 2학년부터 3학년까지 2년 정도 구로동에 살았어요. 


그때 동네 상가에 있던 자그마한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그 시절의 장면들이 종종 생각납니다. 

선생님은 정말 온화한 미소를 띠고 아이들을 예뻐해 주시는 분이셨고 

학원에는 늘 조용하게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어요 

음악은 클래식 라디오이거나 아니면 항상 어떤 특정한 곡이 나왔는데 아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던 기억이 나요. 

저는 최근에야 그 곡이 어린이의 정경.. 이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그 곡을 골랐던 것일까요 ㅎ


공간은 기껏해야 전축과 소파가 있는 테이블과 좀 큰 작업용 테이블, 책장 정도가 전부였는데 

책장에는 잘 모르는 외국 동화책들도 몇 권 꽂혀 있어서

저는 그 중에 하마인지 뭔지 잘 모르겠는 귀여운 동물들이 나오는 책을 참 좋아했어요  

나중에야 그것이 무민이라는 것을 알게됐죠. 십 몇년이 흐른 뒤에 혼자 유럽여행을 떠났다가 스웨덴에서 무민들을 만나 얼마나 반가웠던지... 


저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소라껍질을 연필로 따라 그려도 보고 

지점토로 인형도 만들어 보고 경복궁에 야외 스케치도 나가보고 그러면서 미술이 되게 재밌는거구나 느꼈어요 

그 어떤 학교 미술수업보다도 그곳에서의 2년 정도의 미술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제 지금의 감수성의 상당부분이 그 시간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제 딸에게 자그맣지만 감수성이 충만한 경험들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잘 하고 있진 않지만 ㅎ


혹시 어린 시절 이런 경험이나 장면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된 것 같다.. 고 느끼시는 부분이 있으면 공유 부탁드려요 ^^


    • 훈훈합니다~ 중학교 때 만난 친구가 저의 힐링에 자주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요즘은 연락을 잘 못하고 있네요.
      주말에 본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도 큰 즐거움이었네요.
    • 엄마가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가면 도시락에 쪽지 넣어 주셨어요. 너무 흔한가.. 간혹 책상에 꽃가지 꺽어다 주기도 했고요. 워낙 바쁘고 힘들 때라서 그런게 의외였달까..엄마는 원래 그런 분 맞고요. 아마 저도 아기자기하게 챙기는거 좋아하는 건 그런 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네요. 다정한 면이 있죠, 식구들이.
    • 집 근처에 작은 소극장이 있었어요. 공원 한가운데 있었고 파랑새 소극장의 분원 격이었는데 가격도 싸고 그래서 동생이랑 연극보러 많이 갔었죠.
      여름방학 이었나 '집없는 소년'이라는 연극을 보게되었는데 그날 관객이 어떤 어른 하나와 초등학생이었던 저랑 동생 딱 두명이었습니다. 아이들 없는 동네라 평소에도 한산하긴 했는데 그날은 유독 관객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배우들이 혼신을 다해 연기하더라구요(스탭들도 물론). 정말 집중해서 본것 같아요. 말로 표현못할 뭔가가 맘에 남았습니다.
    • 어릴 때 광화문에서 낮에 어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본 게 인상적이었어요. 뭔가 아닐로그적인 날 것 그대로의 산업세계 견학이요.
    • 제가 유치원 다닐 때 음악교사였던 외할아버지는 막 정년퇴임을 하셨었는데요. 퇴임하고 나선 소일거리로 저와 동생한테 피아노를 가르쳐주시곤 했어요. 유치원 다녀와서 간식 먹고, 할아버지와 피아노 앞에 앉아 뚱땅거리던 게 당시 제 일과였죠. 같이 클래식 레코드판도 듣구요. 제 유년기 가장 소중한 추억 중 하나예요.
      의미를 부여하자면, 가족과 유대감 형성? 음악에 대한 평균 이상의 소양? 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ㅋㅋ
    • 저는 제가 잠들기 전 인사를 드리러 갈 쯤에는 항상 쇼파에 앉아 책을 읽고 계셨던 어머니 모습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이건 장면은 아니고... 비록 전 수능때 수포자였지만, 어머니께서 수학을 무척 싫어하는 절 앉혀다 온갖 실랑이를 다하면서 어떻게든 수학을 꾸준히 시키셨던 게 이제와선 무척 고맙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은 갑작스레 수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하나씩 풀어보고 있는데 어릴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감이 트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래서 어릴 땐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하나봐요.
    • 초등학교 때가 떠오릅니다. 명절때만 만나는 친가쪽 친척들이랑 혼곤해질 때까지 내처 뛰어놀다가 밤에 비디오 틀어두고 서서히 잠들던 기억이요. 아무렇게나 엉켜 누워서 여러 명이 뿜어내는 땀냄새나 숨소리 같은 걸 감각하는 것이 무척 아늑했습니다. <접속>이 그렇게 봤던 영화예요. 되게 소중한 기억이에요... 나한테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주 그리워하는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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