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와 남성해방

세탁기와 냉장고와 같은 가사기술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1860~1960년 사이 미국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줄지 않았다는 루스 코완의 연구는 가사기술의 해방적 기능을 맹신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다. 세탁기를 사용하여 빨래를 하는 것이 손으로 빨래판을 이용하여 빨래를 하는 일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의 절감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코완은 가사기술이 널리 보급되는 과정에서 함께 일어난 몇 가지 변화가 평균 가사노동 시간을 일정하게 묶어두었다고 지적한다. 우선 세탁기와 같은 가사보조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실질적으로 큰 힘이 드는 가사노동은 남편과 아내가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 혼자 빨기 어려운 큰 이불 같은 것은 남편이 거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사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힘든 일들이 이제는 여성 혼자 할 만한 일이 되었고, 남편들은 더 이상 가사노동에 힘을 보태지 않게 된다. 


이처럼 여성과 기술의 관계는 기술이 여성에게 주는 영향이 아니라 여성이 기술의 발전과정에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조연으로 참여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해되어야 한다. 이런 이해에 기반한다면 최근 의학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성인지의학(gender-specific medicine)처럼 기술의 발전방향을 보다 여성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여성의 참여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조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강모씨의 엉터리 냉장고 철학보다 훨씬 낫네요. 링크는 여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326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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