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14(영화) 설국열차에 대한 길고 복잡한 의문과 감상(스포일러가 다양함)

1. 저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SF의 오랜 팬입니다. 물론 듀나님의 소설도 거의 다 읽었구요. SF장르를 좋아하지만 과학자도 아니고 문학가도 아닙니다.

   제 취향을 반영해서 감상을 적어봅니다. 영화를 비판할 생각도 광고할 생각도 없습니다. 모든 감상은 저의 주관에 의존합니다.

 

2. 봉준호 감독은 왜 이런 소재를 택해서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설국열차]라는 특이성이 봉감독의 눈길을 끌었나 봅니다만 봉감독은 혹시 영화를 찍으면서 약간 후회하지 않았을까요?

 

3. 감독이 사이언스 장르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이언스( 라는 개념과 범위는 매우 다양하지만)라는 의미보다

 어두운 공상( 느와르 판타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SF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장르 아닙니까.

 [설국열차]는 과학적 설정에 대한 추측을 할 건덕지가 별로 없습니다.

 

4. 나는 영화내내 [설국열차] 를 움직이는 동력원과 물자공급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정말 궁금했습니다.

기차를 움직이는 운영원리에 대한 매뉴얼이라도 보고 싶었습니다. .... ...........없었습니다. 그냥 17년간 자급자족하며 달리는 신기한 엔진말고는.

 

  대체 이 열차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걸까요?

기름? 원자력? 수소융합에너지? 아니면 바퀴벌레?

열차는 상당히 빨리 질주하고 도중에 정차하는 법이 없고 외부와는 단절되어 있으며 완전히 자급자족 합니다. 추측 가능한 것은 물과 얼음을 분해하여

연료로 쓴다는 것인데 그 기술이라면 발명즉시 역사가 뒤 바뀔 겁니다. 물론 새로운 빙하시대도 없어질 것입니다.

-그 엄청난 기술을 고작 기차엔진 만드는데 쓰다니.

 전세계를 관통하는 레일을 까는 것도 현 지구의 정치와 사회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합니다. 1년에 한 번 기차타고 세계일주는 정말로 공상입니다.

조금만 삐긋해도 탈선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단언컨대 일주 첫주년에 분명 고장이 났거나 탈선할 겁니다. 기차가 보기보다 관리할 곳이 많답니다.

 

5. 열차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활 필수품은 대체 어디서 공급받는 걸까요? 의식주에 필요한 것 말고도 정밀가공품, 고급목재, 내장재, 갖가지 도구들..

철이나 플라스틱을 만드는 주물공장이나 기계조립공장이나 하다못해 대장간은 있는걸까요? 유리,컵,식칼,주방기구?  가구공장,옷감제작, 인테리어 제작소는?

갖가지 장식들은? 척봐도 빤딱빤딱 한 것이 수시로 새 것을 공급하는 것 같은데 17년동안 이 수많은 것들을 어디서 가져왔을까요?

 책상이나 의자나 문구류는 또 언제 다 준비해 놓았을까요? 번쩍이는 전등, 안락한 소파, 화려한 장식들은 다 어디서 어떻게.

기차안에 수십개의 공장과 제작소가 있는걸까요? 자원과 재료는 미리 충분히 쌓아놓은 것일까요? 

 

6. 소고기와 닭고기는 있는데 소와 닭을 키우는 곳은 어디? 그리고 갇힌 곳에서 고기들이 알아서 번식하고 잘 자랄 수 있을까요? 소는 대체 누가 키우나?

 

7. 남는 것은  사회계층간의 극한 갈등과 대립. 처절한 액션. 이 모든 것이 운명이랍니다. 모두가 절망적이고 죽든지 미치거나 둘 중 하나랍니다.

 

9.기차안 수영장 사우나 바 나이트 클럽 온실 치과 양복점을 보는 뒷칸 사람들의 표정이 희극적이었습니다. 커티스의 처절한 대사와 비교하면 꿈같다고 할까요.

 

10.  기차안에는  뒷칸 말고 중간계급의 사람도 많이 살고 있던데 저런 상황이라면 뒷칸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칸 내부에서 반란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11. 영화는 뒷칸 사람들만이 의식적이며 앞칸 놈들은 다 싸이코나 생각없는 놈으로 묘사합니다. 

 앞칸에서 놀고 먹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냥 다 포기하고 생각없이 기차타고 17년간 여행만 다닌다는 말입니까?

물론 이 영화에서 이런 설정의 모순은 간단하게 무시됩니다. 이 모두가 다 비유고 풍자라는데 할 말이 있겠습니까?

  마지막에 윌포드가 중얼거리던 대사들도 다 그 이야기 아닙니까.

우리 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고통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어차피 우리 전부 다  멸망한다.

그 때까지 늬가해라. 나 그동안 외로왔서.

 

12. 배역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지만 나는 배우들은 다 좋았습니다.

내가 에드 해리스를 좀 좋아합니다. 북유럽혈통이 분명한 그의 각진 인상과 투명하고 깊은 눈동자와 절도있는 동작을 좋아합니다.

 틸다 스윈튼은 말할 것도 없이 정말 놀랍습니다. 크리스 에반스는 잘생기고 근사합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이 역활을 해도 재밌을듯 하지만)

그리고 다른 조연도 적절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평가가 좀 갈리지만) 송강호나 고아성도 괜찮더군요.

 

13. 알고 봤더니 제 정신을 가진 놈은 미친놈 같이 보였던 송강호 밖에 없었어요. 그만이 '바깥'에 관심이 있었더군요. 열차의 닫힌 생태계가 금방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탈출하려 한 사람이 어째서 송강호 밖에 없었을까요. 한국인은 역시 진취적이고 대단합니다.

 

14. 17년은 너무 긴 시간입니다. 채광과 통풍도 안되는 곳에서 양갱만 먹고 비위생적인 곳에서 수시로 점호를 받고 벌받고 학대받는 사람들이라고 보기에는

뒷칸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너무 멀쩡한 것 같았어요.  저 작은 열차 생태계안에 마법처럼 은밀한 공간이 어디엔가 잔뜩 있는 것 같은 기분이...

( 호그와트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윌포드는 볼드모트, 커티스는 해리포터,길리엄은 덤블도어, 메이슨은 ?)

 

15. 내가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문제점을 말했다고 해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만드는 솜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몰입도는 매우 높고

 2시간을 어떻게 봤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음에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흥행은 잘 될 것 같습니다. 기묘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 예전에 열차 도면을 봤는데 영화상에 등장하는 칸들 이외에 수많은 칸들이 더 있더군요. 분명 도면에는 동물원칸도 있었는데 영화 흐름과 리듬상 삭제된거 같아요.
    • 소와 닭은 머.. 지금도 양계장 보면 기차안이나 그닥 달라보이지 않으니 가능할거 같아요.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도 식용 동물들은 갇힌 곳에서 잘 자라고 있으니까요 ㅠㅠ
    • 봉준호감독은 열차안의 인간사회를 주제로 만들었지만 저는 이 영화에서 열차존재의 허구와 비현실성때문에 좀 마음이 많이 걸렸습니다.
      즉 관객인 나는 인간보다 [열차]에 더 관심이 많은 거지요. 이 영화는 [1]열차동력의 실재 [2] 열차내부 관리의 문제 [3]폐쇄공간의 인간심리
      라는 점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럴수도 있다는 거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17년은 너무나 깁니다.
      저 상태에서 저 안의 인간들은 1년도 못견딥니다. 저런 환경에 몰아넣고 1년후에 관찰하면 생명체는 모두 사멸할 것입니다.
    • 아마 제가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당연히 열차운영에 관한 것을 주로 언급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관계된 열차내부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소재로 할 것
      입니다. 이 것만해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관객은 당연히 안 오겠지요-_- 누가 그런데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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