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특이하네요 (스포有)

1시 40분걸 봤는데 객석이 거의 다 찼습니다. 돈 많이 쓴 영화 치고는 홍보를 너무 허접하게 해서 어이가 없었는데 감독 이름값 덕인지 어느정도 흥행은 할 모양이네요.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엄청 전형적이고 단순하죠. 말하자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어' 류의 얄팍한 반전; 어쨌든 좁은 일자형 공간에서 벌어지는 난투극 등 액션도 볼만하고... 


근데 특이합니다. 혹은 이상하다? '후지다' '병신같다'라고 말하긴 싫습니다. 아니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솔직히 스포일러 없는 리뷰를 숱하게 훑으면서 김을 팍 빼고 갔거든요. '기대에 못미쳤다' 드립을 칠 이유가 없다는 전제하에 영화의 만듦새가 '후지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특이하다 이겁니다. 거기서 호불호가 갈리는 걸까요? 좀 다른 얘기지만, 이동진은 '범작이라 실망했다'라는 투로 리뷰를 했던데, 그런 얘긴 좀 이상합니다. 마치 마땅히 '걸작'이 나왔어야 했다는 당위가 있는것마냥 이야기하잖아요. 감독이 영화 만들면서 '이것은 나의 최고 걸작이 될것이다'라고 선언할 것도 아니고, 한국영화사상 최대제작비가 들었으니 마땅히 '걸작'이어야 한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영화의 리듬? 이 좀 이상합니다. 솔직히 제일 위화감이 느껴지는건 이겁니다. 달리고 있는 기차라는 공간은 사이즈를 어느 정도로 잡든 본질적으로 제한된 공간인데요. 문을 뚫고 나아가기로 결정하고 일단 스타트를 끊었다면 패해서 좌절하든 결승점에 도달하든 한 호흡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무리의 군대가 산넘고 바다건너 요새를 하나씩 점령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그런 이야기라면 중간에 밤되면 숙영도 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때문에 행군을 멈추기도 하겠죠. 


처음부터 끝까지 돌진하는 내용으로만 채우는게 무리라면 '스타트'를 하기 전의 과정, 뭐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음모들이 꾸며지고 하는 어떤 전초전? 전야제? 같은 부분에 시간이 배분되어야 할테구요. 근데 희한하게도 드럼통 같은걸 이어붙인 공성무기(?)로 식수칸까지 돌파에 성공하고 나서 한번 쉽니다. 딱 그 지점까지는 긴박감도 넘치고 재미있어요.


딱 그 지점까지는 체제전복을 위해 봉기한 혁명군인데, 그 다음칸으로 들어가면서 커티스 일행은 관광객이 됩니다. 너무 엉뚱하다 싶을정도로 확 이완이 되요. 이 영화더러 우화적이다, 라고 했던 사람들의 얘기가 뭔지 알겠더라구요. 이 (어느 정도는 나쁜 의미의)충격이 너무 크기때문에 갑자기 '총알이 멸종된 줄 알았지? 메롱' 하는 깜짝쇼도 놀랍지가 않습니다. 스시 먹을때조차 진지했는데 그 장면에서는 실소가 나오더군요. 너무 작위적인 느낌밖에 안들어요.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재밌긴 했지만 남들 말마따나 '걍....영화' 정도로 봤는데, 그렇게 확 갈린 시점이 혁명군 리더가 관광객이 된 그때부터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뭐 달걀바구니에서 기관단총이 나오고 존 허트 할아버지가 에드 해리스랑 전화로 수다떠는 절친이라는걸 알아도 놀랍지도 않고 쾌감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후지다' 라는 생각은 안들었지만요. 전 아무리 생각해도 기본빵(?)은 한 영화라고 봐요.


근본적으로 감독이 원작에서 매력을 느꼈다는 '기차 끝에서 앞으로 향해가는' 이라는 소재 자체가 구리다, 말도 안된다, 라는 얘기도 많던데요.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앞에 말했듯 괴상한 리듬때문에 김이 빠져서 그렇지 문을 하나씩 열어제끼면서 '다음 칸에는 뭐가 있을까?' 하고 궁금하게 하는 부분은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역급(?) 캐릭터들을 건조하게 픽픽 죽여서 없애버리는 것은 독특한 느낌이더군요. 가차없이 배우를 소비해버렸다, 라는 평도 있던데 이것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옥타비아 스펜서는 나름 배려(...;)를 해준 것인지.. 


'이 영화 후지지 않다'라고 거듭 강변을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좀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솔직히.... 곰이 이쪽 돌아볼때 너무 코믹한 느낌이...


틸다 스윈튼 칭찬 많이 하던데 그럴만 하더라구요. 귀엽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의외로 거슬렸던 인물은 송강호... 글쎄요 정말 감독 말대로 이 영화속의 냄쿵민수-_-의 연기가 탑클래스였다고 생각들 하시나요? 전혀 그렇지 않던데... 대사를 한국어로 치냐 영어로 치냐의 문제가 아니었던거 같습니다. 고아성보다도 걸리적거리는 느낌이었으니;



    • 그 터널 전투씬 이후 영화의 힘이 크게 빠졌다는데 적극 동감합니다. 전체적인 영화톤이 갑자기 찰리의 초콜렛공장이 되버렸어요.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뒷칸 승객들이 쳐들어 왔는데 밍숭맹숭한 앞칸 승객들의 반응도 그렇고, 달걀말곤 전투병도 없이 한 인물이 좀비처럼 악당으로 계속 활용되는 것도 별로. 계속해서 다른 종류의 허들이 있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뒷칸에 아직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무슨 초콜렛공장 견학 방문에 당첨된 쿠폰번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남아있는 뒷칸사람들이 호기심과 그리고 지원을 위해서도 계속 앞으로 와야되지 않나. 왜 딱 몇명만 뽑아서 앞으로 갈 필요가 있나 싶고.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중간중간 듬성듬성 구멍난게 너무 많아요. 이후엔 뭐 조심해서 받았다 치더라도, 가장 맨 처음의 앞뒤간 전화가 어떻게 비밀스럽게 가능했을까. 폭탄이 터졌다고 산사태가 어떻게 나나. 만약 폭탄과 눈사태가 연관이 없다면 이쪽이야말로 더 문제. 어짜피 열차 뒤집혀서 다 죽을껄, 등장인물 전원이 지금까지 개뻘짓한게 아닌가. 장면장면은 괜찮고 이뻤지만 그냥 그게 다였어요.
    • 송강호에 대한 코멘트에 격히 공감.. 특히나 송강호를 아끼고 가슴속 넘버원배우로 생각해오던 제게 이번 영화에서 송강호의 연기는 이상했어요.
      봉감독이 어떤 주문을 한건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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