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맘 놓고 울 수 없는 극장분위기-스포있음

좀 전에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워낙에 말들이 많아서 맘 비우자 하면서도 정말 마음이 비워질까 걱정도 했습니다만..

영화가 시작되자 마음을 비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훅 빠져들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더 문이나 디스트릭트9 봤을 때 정도의 만족감.

원작 만화를 이미 몇 년 전에 봤기 때문에 애초에 장르영화나 잘 빠진 블락버스터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분들은 웰메이드 상업영화를 볼 준비를 하러 갔다가 딱 할리우드 

저예산영화스러운 정도의 특이한 것을 보는 바람에 실망한 '일반관객'이거나 그 자리에서 당장 메울 수 없는 그 갭때문에 

영화에 빠져들지 못한 분들이라 짐작합니다. (옛날에 그랑블루를 처음 봤을 때 제가 후자의 경우였습니다. 그냥 시원한 

해양블락버스터인 줄 알았다가 전혀 다른 거라서 무감동, 무재미. 그랬다가 일년 쯤 후에 비디오로 나온 걸 별 생각 없이 

다시 보고서야, 아... 이 좋은 영화를 왜?? 그 후로는 때 되면 생각나서 계속 보고 또 보는)


대체로 조조를 보러가기 때문에 영화 볼 때 맘 놓고 우는 편입니다만 오늘은 아침부터 거의 매진에 가까운 인구밀도와 함께 

'이거 뭥미? 재미없고 지루함'의 분위기가 너무 팽배해서 눈물이 나올 때마다 입 틀어막고 속으로 삼켰습니다.

처음에 어린애들 끌려갈 때부터 그랬다가 특히나 제이미 벨 죽을 때, 몇 초간을 망설이던 커티스가 에드거(맞나요?)를 포기해 버리고

메이슨을 택할 때.. 초반부에 보여지는 둘의 관계, 에드거가 커티스를 생각하는 마음-커티스가 에드거를 생각하는 마음, 혁명에 대한 

의지 따위와 합해져서 눈물이 울컥울컥 났습니다. (그런 에드거의 죽음마저 건조하게 보여준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던 커티스, 옥타비아 스펜서의 죽음등등 마음을 때리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마지막에서 요나가 시선을 돌렸을 때..

와.. 온통 눈 뿐인 언덕을 거슬러 오르는 백곰의 모습이 뭐라 할 수 없이 복잡하게 감동적이었습니다.

평소같으면 사람 없는 극장에서 맘 놓고 울었을텐데 워낙 다들 분위기가 싸하고 밍밍해서 도저히 그 분위기를 깰 용기가 안 생기더군요.

(심지어 내가 눈치 없이 훌쩍거리면 예의가 아닌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인간세상에 대한 우화'라는 말이 딱 맞는 영화같습니다.

설국열차 안에는 악인도 선인도 아닌 그저 인간들이 있을 뿐.

열차가 폭발하기 직전, 스테이크 조각을 찍은 포크를 들고 'nice'하는 윌포드의

'내 언젠가는 이런 날 올 줄 알았지''잘들하는 짓이다'스러운 반응까지 정말 인간적으로 보였습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일반적으로 많이들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영화가 아닌 것은 분명해서 천만관객돌파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나, 어쩌면

500만 정도에서 스코어가 멈출 것 같다는 예상이 듭니다.







    • 사실 천만관객같은 걸 노렸으면 [설국열차]가 아니라 [설국열차 7호차량의 선물]같은 걸 찍었어야 합니다.
      아마 '기대와 좀 달라서 실망'했던 사람들도 그런 걸 바랬을 거 같구요(...)
    • 주말관객과 평일관객의 성향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눈치 안보고 울기엔 평일 극장 분위기가 더 나은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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