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무숲] 싫은 손님들.

집안 환경 상 손님 치르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한두 명에서 몇 백 명까지. 덕분에 프로페셔널 손님맞이 또는 손님맞이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절대 당황하지 않는 접대의 화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당황스럽고 아주 싫은 손님들이 있습니다.




1. 여기 분위기 좋아서 들어가 봤어요.


너는 손님, 나는 주인입니다. 손님이 왕이라 해도 니가 내 침실을 들어올 이유가 되지는 않아요. 도대체 안방 화장실, 드레스룸, 침실을 왜 들어가십니까. "방이 몇 개인지 알고 싶어서 들어갔다"라. 이런 성의 없는 핑계를 보았나.


2. 어머, 책 많으시네요. 사진 좀 찍을게요.


남의 서재를 왜 찍으십니까. 섹션 나눠서 따박따박 다 찍으셨습디다? 왜 남의 책을 들춰봅니까? 눈으로만 봐도 충분합니다.


3. 어머, 이쁘다, 이게 뭐예요?


이쁘죠. 저도 좋아해요. 그런데 장식장 문을 열고 기어코 접시 뒤집어서 브랜드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립니까. 그러다 깨지면 어쩌시려고???


4.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우리 약속은 아침 열시. 하지만 왜 아홉시 이십분에 오시나요. 아직 정리도 안되었는데!!!


5. 어머, 예쁘다, 이거 파는데 없던데 저 주시면 안 돼요?


으허허허허허, 십년 전 가격으로 달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요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그런 물건 이젠 구할 수도 없고 가격도 0이 하나 더 붙어서 팝니다.


6. 이 책 구할 수 없던데 저 빌려갈께요.


우리 집은 가족 사이에도 대출카드 쓰고 책 빌려 갑니다. 


7. 아프시다고 하셔서 걱정되어서 왔습니다.


네, 무지 아픕니다. 죽을 것 같아요. 식은땀에 쩔어서 사람 몰골도 못 갖췄는데 뻗어있는 사람이 걱정되서 오셨다구요. 레알??? 땀을 질질 흘리는 모습이 걱정되니 그 앞에 앉아계시겠다고요. 왜 이러세요. 쉬고 싶습니다... 살려주세요...


8. 아프시다고 하셔서 청소를 하겠습니다.


사람이 아프면 청소를 못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60대 남자 손님께서 청소기를 돌리시면서 "편히 쉬어라"라고 하시면 전 죽고 싶어집니다.....살려주세요....222222



핫핫핫, 오늘 손님은 1번부터 6번까지 골고루 찍으셨습니다. 아....싫다.


    • 댁이 청와대이신가보군요 휴가중이시라더니
    • 도대체 무슨 집이길래;;;
    • 어떤 집안이길래.... 어마어마하게 잘 사시나봐요
    • 아...어머니께서 콜렉터의 혼을 태우셔서요. 또 하시는 일이 그러시다 보니 손님이 좀 많아요ㅠㅠㅠ
      아우 민구해라 조금있다 글 지울께요ㅠㅠ
      • 그래요 대놓고 자랑하는게 나아요 빚대어 자랑하는것 보다는요 겉으로는 하하호호 해도 속으로는 다들 찡그리거든요
        • 이게 자랑같습니까...... 어머니께서 일 때문에 모은 책과 물건에 손대는 것에 대한 불편도 자랑이었습니까. 몰랐습니다.
    • 가족친구나 친척을 손님이라 표현하신 줄 알았습니다
      • 생판 타인입니다. 오늘 오신 손님은 저도 처음 뵙는 분이셨어요.
    • 6번. 말이나 하고 가져가면 양반입니다. 전 책 안 빌려준다고 소문나서 몰래 가져갑니다. 몰래 가져가면 없어진 걸 모르나요??
      • 그렇죠. 저도 상권만 있거나 하권만 있는 책이 좀 있어요. 이래저래 작은 소품들도 많이 없어지고.

        왜 그럴까요. 그런 사람들은 왜? 어째서 그럴 수 있을까요?
        • 그런 사람들은 본인의 졸렬함을 자랑으로 여기기 때문에...
    • 7번은 이해가 안되네요. 찾아온 친절함이 불편할 수있지만 고마움이 베이스아닌가요. 누가 나 아프다고 집까지 찾아온다는게.
      • 그 사건은 어머니께서 몸이 정말 안 좋으셔서 몸 추스리고 계실 때였어요. 제가 간병하고 있었구요. 걱정된다고 하시면서 누워있는 환자에게 계속 말을 거는 상황이라고 이해하시면 될거예요. 아플 때 찾아와 주시는 분들 고마우신데 손님이 오셔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정신 못차리시는데 계속 말 거시는 것 좀 그랬어요.
    • 2번... 물론 '곤란하다'라고 하시면 안찍겠지만... 찍겠다고 양해 구하는 것도 불가인가요? 예전에 아는 분 집에 놀러갔을때 희귀한 책을 전집이 있길래 촬영 양해를 구한적 있어요. 물론 허락하셨고요.
      • 양해를 구하진 않으셨어요. 제가 다른 분 모시다 들어갔더니 이미 사진을 찍고 계셨구요. 사진 찍으면서 하신 말씀이었어요. 한참 웃연배라 말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구요.
    • 그 외의 경우에는... 손님들이 놀랍네요. '집'에 와서 저런 행동을 한다니... 무개념 경연대회를 하는건지...
      • 무지하게 당황했습니다. 전 사실 저런 분들이 계실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냥 상식은... 아니 남의 집에 방문한 사람들의 예의 아니었습니까. 그것도 처음 오신 분들께서 저러시면 우어어어어
    • 이걸 자랑으로 읽는 분들은 참;
      • 저도 당황했어요. 저는 이런 진상 손님 콜렛터입니다,라 자랑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T^T
    • 이 글을 어떻게 자랑으로 읽죠? 듀게분들 참 착하다싶다가도 가끔씩 속이 뒤틀린 듯한 댓글 보면 깜짝 놀랍니다.

      원글님, 힘드시겠어요. 저희도 어머니가 사교적이시라 손님이 많이 왔었는데 그분들이 한마디만 해도 열 마디... 너무 피곤하더라구요. 어머니 편찮으실 때도 병문안이라고 찾아와서 가만히 앉아 점심 저녁 다 드시고 가던 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 아, 저희 손님들께서는 아침 열시에 오셔서 새벽 두시 또는 다음날 점심 드시고 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자녀분까지 함께요. 아들 고민 상담이셨는데 그분 나이가 저보다 연상이었습니다, 핫핫핫.

        그리고 위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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