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만족스러웠고 생각보다 밝고 희망적이네요 (스포 있음)

제 경우는 영화를 보기 전에 어디선가에서 스포일러를 당했던 것 같아요. '반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마지막에 열차가 뒤집히고 허무하게 끝난다' 정도였던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영화의 메세지를 이렇게 예상했죠.

'분노에 가득차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 전작 '괴물'의 후반부에 나오는 시위대나 뚱게바라가 그랬던 것처럼, 혁명은 가족의 안전에 별 관심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반란의 허망함을 봉준호 감독 특유의 강렬한 화면구도를 통해 냉소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전세계적인 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기에 공동생존의 길이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어둡고 심각한 SF영화...'

그런데 제 예상이 틀려서 좋았어요. 화면이 어둡기만 할 줄 알았는데, 꼬리칸을 벗어나니까 주인공들이 느끼는 분노와는 별개로 일단 보기가 좋아지더라고요. 수족관은 환상적이었고 스시바는 나중에 저런 여행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메이슨 총리는 공식 동영상에서 틸다 스윈튼 본인이 말한 것처럼 귀여워서 보기 좋았고, 에드 해리스는 얼마전에 지상파에서 더 락을 봐서 그런지 그냥 반갑더라구요.

마지막에 북극곰이 고개를 돌리면서 관객을 쳐다보는 장면에서는 '살인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80년대를 살아가던 박두만 형사가 2030년대에 북극곰으로 환생...) 사실은 기차밖에도 생존자가 의외로 많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결국은 시야를 넓히면 더 좋은 길을 찾을 수 있다,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북극곰 장면은 전혀 안좋게 생각 못하고 희망적 결말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나왔는데... 코카콜라얘기와 북극곰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걸 알고 아 역시 인간은 재밌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구나 하면서요.



      글과는 무관하지만 닉네임에 반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 댓글 한번 달고 싶었습니다. ㅎㅎ
      •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ㅎㅎ
    • 저도요. 시작할 때 자막에서 모든 생물이 멸종 어쩌고 할 때부터 설마 그럴리가! 이래서 북극곰 나올 때도 역시! 살아있잖아? 라는 생각만 했어요.
    • 물방울무늬 아아... 코카콜라 얘기가 북극곰때문에 나온 거였군요. 인제 알았어요. 그리고 해물손칼국수를 좋아하신다니 왠지 반갑네요 ㅎㅎ

      침엽수 그렇죠. 북극곰이 살아있다는 건, 그들이 대를 이어 생존할 수 있도록 추위를 피할 공간과 물고기 같은 먹잇감이 처음부터 있었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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