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우는 영화를 보기 전에 어디선가에서 스포일러를 당했던 것 같아요. '반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마지막에 열차가 뒤집히고 허무하게 끝난다' 정도였던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영화의 메세지를 이렇게 예상했죠.
'분노에 가득차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 전작 '괴물'의 후반부에 나오는 시위대나 뚱게바라가 그랬던 것처럼, 혁명은 가족의 안전에 별 관심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반란의 허망함을 봉준호 감독 특유의 강렬한 화면구도를 통해 냉소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전세계적인 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기에 공동생존의 길이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어둡고 심각한 SF영화...'
그런데 제 예상이 틀려서 좋았어요. 화면이 어둡기만 할 줄 알았는데, 꼬리칸을 벗어나니까 주인공들이 느끼는 분노와는 별개로 일단 보기가 좋아지더라고요. 수족관은 환상적이었고 스시바는 나중에 저런 여행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메이슨 총리는 공식 동영상에서 틸다 스윈튼 본인이 말한 것처럼 귀여워서 보기 좋았고, 에드 해리스는 얼마전에 지상파에서 더 락을 봐서 그런지 그냥 반갑더라구요.
마지막에 북극곰이 고개를 돌리면서 관객을 쳐다보는 장면에서는 '살인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80년대를 살아가던 박두만 형사가 2030년대에 북극곰으로 환생...) 사실은 기차밖에도 생존자가 의외로 많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결국은 시야를 넓히면 더 좋은 길을 찾을 수 있다,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