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분노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은(혹은 책은) 없는가?

어제 상가집에 갔다가 역시 문상온 후배랑 술을 좀 마셨습니다.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때는 주제로 삼기 힘든 정치 이야기를 간만에 했지요.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한 후배라서요.

 

돌아가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며 촛불집회라도 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역시나 허무주의에 빠지는 결론을 내립니다.

 

서점을 둘러보면 인생에 대해 이런 저런 충고를 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나같이 화내지 마라, 인생을 길게 봐라, 계획을 세워라, 목표를 높게 잡아라..같은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그런 책들을 보다보면 왠지 내가 잘 안풀리는 이유가 혹은 우리 식구가 힘든 이유가 다 내 탓인 것만 같습니다.

 

화내고 분노하는 사람은 무능력자의 표상같기도 해서 언감생심 그럴 맘도 못먹겠다 싶구요. 물론 지나친 화는 건강에도 안 좋은게 사실이라고 합니다만..

 

왜 분노하라고 가르치는 책은 없을까요? 옳지 않은 것들에 대해 부당한 대우에 대해 늘 그래왔던 것에 대해 분노하고 화내고 바꾸려고 노력하라고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적어도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거야 말로 니치마켓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술자리를 끝맺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의 저는 말잘듣고 규범을 지키고 조직에 순응하는 한마리의 순한 양으로 되돌아와 있네요. 물론 "복수와 분노는 차가워야 제맛.."이라는 말이 앙금처럼 남아있습니다만.

    • "분노하라"가 꽤 베스트셀러인 줄 알았는데.
      • 2011년 베스트셀러였더군요. 부끄럽게도 몰랐습니다. ㅎㅎ
    • 당장 떠오르는 건 "88만원 세대"요. 짱돌 들고 바리케이트 치라고 말하죠.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법이라는 책'도 있었던 것 같네요.
      근데 아무래도 입소문이 퍼지기 힘든 제목이 되겠죠.
        • 그렇군요. 지나가면서 제목만 본거라... 인상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네요.
    • 개인적 분노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라고 하는 책들은 사회과학서적에 엄청 많을텐데요.
      분노하라는 제목부터 대놓고 그렇고.
      • 알고 계신 것중에 몇권이라도 추천 좀... ^^;;
    • 동명의 책제목이 떠올라 웃었네요ㅎㅎ
      • 저의 무지를 마음껏 비웃어 주소서. ㅎㅎㅎ
    • 우화 형식으로는 최규석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도 괜찮습니다
      • 읽었습니다. 저도 최규석 작가 참 좋아해요.
    • 그런 책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냐 아니냐의 문제보단, 전반적으로 분노나 회의보다 긍정같은 개념이 더 많죠.
      이게 무슨 자기계발강사가 TV에 나와 강의하면서 강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긍정적으로'라는 말이 일상에서 너무 많이 쓰입니다. 책들도 책들이지만, 이런 일상에서의 쓰임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 어찌보면 대중을 세뇌해서 더욱 더 쉽게 조종하도록 만드는데 그런 분위기가 일조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적당히 먹이를 주고 달래면서 사육하는 느낌이랄까요. 분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 안티오이디푸스도 독자가 중간에 책을 덮고 뛰어나가 세상을 바꾸길 원했다고 하죠^^
    • 책 중에는 자기 스트레스 먼저 관리하라는 내용이 꽤 많지요. 그게 그거 아닐까요. 분노하라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한 예로 "아내여 항복하라" 라는 (후덜덜한)제목의 책도 들여다보면 참으라는 소리가 아니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 한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기록하고 실천하라는 것이에요. 괜찮았습니닥
    • 공자도 예수도 부처도 화를 냈습니다.
      • 공자도 부처도 예수도 화를 냈으니.. 저같은 범인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만 의외로 화는 잘 안내는 성격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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