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번째야?"

 

아래 게시물을 보면서 든 생각을 적어 봅니다.

 

지금의 남자 친구가 저를 만나기 전에, 6년을 사귄 첫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6년 연애 말미에 6개월 정도 직장 상사와 교제하며 이른바 양다리라는 걸 걸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고 그 상사와 결혼했죠. 전 상처받은 남자 친구의 그 시절에 관한 얘기가 뭔가 성역 같은 것으로 곱게 간직되는 것이 편치가 않았어요.

연애의 추억이란 게 결국 자기 편리에 의해서 미화되기 마련인데, 그걸 꺼내서 희석하고 편안하게 농담까지 할 수 있는 지경이 전 좋다고 생각해요.

바로 옆에 있는 애인에게 집중하고 충실히 하는 사랑을 하려면 첫사랑이나 지나간 사랑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과거 연애사가 무슨 애정의 전리품을 전시하듯이 꺼내지는 건 지나간 연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건 맞죠. 하지만 지나간 연인들에 대한 얘기를 너무 깊숙이 숨겨놓은 채 자신만의 감성으로 잔뜩 덧칠하는 상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가 몇 번째야? 라고 묻는 여자를 위한 가장 달콤한 대답은 "그동안 몇 번의 연애를 해봤지만 당신 같은 감정을 주는 여잔 처음이야" 겠죠 아마도.

이제 좀 제발  '이 여자 저 여자 마음 못 붙이고 헤매다가 드디어 사랑을 찾았노라 외치며 달라지는 남자' 캐릭터는...... 작가들이 그만 썼으면 해요.

어릴 때부터 그런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혹은 주변 여자 친구들의 체험담 (자기 편리에 의한 착각)을 들으면서. 무의식적으로 그 특별한 마지막 여자가 바로 자신이기를 바라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몇 번째야? 라는 질문도 하게 되는 거고요. 예컨대 그 질문은 오로지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대답이 따로 있는 질문이란 거죠.

남잔 여자 하기 나름이란 말에 오히려 여자들이 더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됨됨이가 훌륭한 남자를 운이 좋아서 그 여자가 만났을 뿐이에요. 혹은 좋은 남자를 알아보는 시선을 지닌 여자였거나 말예요.

 

상대 남자가 지닌 연애의 커다란 상처에 관한 거라면, 꺼내서 그 상처가 좀 지워지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너는 세 번째 여자지만 내겐 첫 번째고 마지막이야" 식의 대답을 원하는 거라면, 물어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다 보면 꼭 그렇게 서로가 특별하다고 고백하며 요란 떨지 않아도 이 사람이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죠.

 

 

 

 

 

    • 글쎄요. 전 묻어두겠다는걸 굳이 꺼내려고 하는게 오히려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예전 연애에 대해선 모르는게 약이겠지만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걸 다 오픈하고 치유(?)하고 그러는게 현재 애인에 대한 충실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진 않네요. 묻어두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잊어버리는게 자연스러운거라고 봅니다.
    • "... 자긴 뒤에서 첫번째 여자야. " ㅋ

      근데 가장 마지막 사랑이 가장 특별한 사람이어야 하는건 맞는거 아닐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사랑의 방랑을 하러 떠나는 수 밖에~
    • 현재 상대에게 저는 첫사랑이고,그는 제 첫번째 연애대상은 아니었습니다만 지금 제게는 최고의 남자입니다.
      과거 연애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는 묻지않고 저도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현실에 충실하다면 일부러 꺼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구요.
    • 순서가 뭐가 중요한가 모르겠네요.
    • 순서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순서가 문제가 되기도 해요. 만난 순서대로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선 연애가 어떤 것이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더라고요.
    • 상대가 지나간 사랑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을까봐 걱정된다면, 궁금할 수도 있지만.. 우문에 현답으로 대처하는게 좋겠죠?
    • 아 좀 딴소린데, 자기 옛날 여자친구 닮았다며 작업거는 남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그게 작업에 도움이 된 경험이라도 있는건지..
    • ID // 그건 정말 큰 실수죠. 입밖에 내서는 안될 말인데..
      그리고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수도 있는데, 온전히 개인의 문제일 거 같아요. 그 무게가 버티기 힘들다면..
      굳이 짊어질 필요는 없을테고요.
    • 어렸을 땐 지금 사람을 위해서 예전의 제 연애들의 가치, 느낌들을 스스로 부정하는 방식을 저도 모르게 취하게 되더군요. 그걸 현재 연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잠정적으로 인정해주고, 묻어주고. 그러지 않으면 어느 순간 많이 허전해진 과거들만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일테구요. 지난 사랑을 지금 우리 품안으로 끌어 들여오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

      ID/ 예뻐서 작업 거는 겁니다, 보다는 더 순정적이고, 덜 허접해 보일거라는 생각들 때문이겠죠. 앞에 '몇년 전에 죽은' 안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
    • ex들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대수롭지 않게 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말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이야기하라고 할 수는 없겠죠. 사람들마다 사는 게 너무 틀려서..
      감정을 잔뜩 칠해놨을 지 말하기도 귀찮을 지 누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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