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사계, 스탠 바이 미
스티븐 킹의 사계 시리즈 중 스탠 바이 미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한동안 절판됐다가 2010년경에 황금가지에서 재출간이 되었죠. 그전엔 영언문화사에서 출판이 됐었는데
그게 1993년이었습니다. 영언문화사에서 처음 출간했을 때는 지금처럼 분책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았고
원작자의 의도되고 중편 4편을 모아서 한권으로 나왔죠. 그런데 국내에 사계 시리즈가 번역되면서 분량이 원서보다 많아져
한권으로 출판하기엔 버거운 양이었습니다. 말이 중편이지 여름 편과 가을 편은 단행본으로 따로 출판해도 될 정도의 분량이에요.
정상적인 다단과 글씨 크기, 페이지 여백을 두고 일반 국배판으로 출판한다 해도 여름,가을 편은 얼추 250페이지가량 되죠.
처음 영언문화사에서 출판했던건 4편의 사계 이야기가 다 실렸고 그래서 600페이지가 넘었는데 이것도 지금의 출판 형태와 달리 글씨 크기가
훨씬 작고 다단이 좁았기 때문에 600페이지 정도에서 분량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사계라는 큰 테마 아래 한권짜리 중편 모음집을 시도한
원작자의 의도가 국내에선 두권으로 분책되면서 퇴색된 감은 있지만 지금처럼 두권으로 나누어서 나온게 나은것같군요.
1993년도엔 사계 시리즈 중 유일하게 영화화됐던 스탠 바이 미를 타이틀로 내세워서 출판됐지만 이후 쇼생크 탈출이 국내에서 초대박이 나면서
봄,여름편이 따로 분리됐고 같은 출판사에서 쇼생크 탈출 국내 개봉 무렵에 쇼생크 탈출이란 제목으로 재출간이 됐습니다.
이때즈음부터 스탠 바이 미를 구하기가 힘들어졌죠.
시간이 지나면서 쇼생크 탈출도 절판됐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다가 2009년경에
판권이 황금가지로 넘어오면서 개정판이 시도됐습니다. 판권이 넘어왔다기 보단 영언문화사는 무허가로 번역해서 출판한것이고
황금가지는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내친김에 개정판을 시도한거였죠.
황금가지가 내놓은 쇼생크 탈출도 원제를 살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 됐습니다. 그 사이에 여름 편은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하여 영화로도 나왔고요.
암튼 쇼생크 탈출 개봉 무렵에 봄,여름 편을 재미있게 읽었고 그후 가을,겨울 판을 읽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네요.
스탠 바이 미 번역자는 스티븐 킹의 매니아 독자이고 스스로가 좋아서 번역을 한 뒤 출판계약을 한건데 당시 두번째 번역이었다죠.
2000년대 후반에 황금가지에서 재출판 제의를 받고 손을 보다가 오역이 너무 많은걸 확인하고 아예 다시 번역했다고 합니다.
번역을 보면 번역자의 애정이 팍팍 묻어 나옵니다. 성의있는 번역.
책은 재미있습니다. 중편이라곤 하나 280페이지 정도 되니 사실상 장편.
사계란 테두리 안에서 가을을 담당하고 있고 극중 이야기의 배경은 여름경입니다. 부제는 시체고요.
영화를 오래전에 봤는데 구체적으로 기억은 잘 안 나요. 리버 피닉스가 맡은 배역이 죽었다는것 정도 밖엔 기억이 안 나는 영화인데
원작 읽어보니 주인공 빼고 시체 찾으러 떠난 3명의 아이들은 다 요절했군요.
그래서 극중 화자가 옛 기억을 더듬으며 아무한테도 밝히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기로 한것이고요.
가장 소중한 기억은 그만큼 남들한테 말하기도 어렵다, 라는 식의 구절이 서너번 등장하는데 그 구절에 공감했습니다.
이야기도 술술 읽히고요. 그런데 전 영화는 향수를 자극하는 서정적인 따듯한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었고
원작도 그러할것이라고 예상하고 읽었는데 그렇진 않네요. 유년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과 사춘기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회고록 성격을 띄고 있지만
그 안에서 주인공의 시선은 의외로 차갑고 냉정해요. 성장하면서 사회계급이 분리되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바라볼 때의 주인공은 냉정하기 그지없습니다. 감상적으로 옛날 기억을 추억하는게 아니라 현재의 삶에 입각하여 끊임없이 거리두기를 하며
감정이 감상적으로 흐를 때마다 차단하네요. 오랜만에 추억하는 옛 기억, 유년시절에 대한 회고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개선하는게 아니라 그냥 특정 시기의 친구들이
다 요절하고 떠나자 그 친구들과 함께 했던 특정 사건을 언급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그 이상의 감정적 굴레가 없어서 한편으론 신선했고
가물가물하긴 해도 영화가 원작과 달리 상당히 이야기를 서정적인 60년대 회고록으로 그려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겨울 편, 호흡법은 내일 부터 읽어야겠네요. 봄편은 순식간에 읽었지만 여름편은 너무 지루했고 가을 편도 순식간에 읽었는데 겨울 편은 어떨런지.
여름 편인 우등생은 영화가 나오기 전에 읽었었는데 너무 재미없어서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대체 이 재미없는 책을 왜? 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 읽어보면 감상이 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