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잡담 (스포일러 있음)
0. 손현주씨를 은근은근하게 오래 좋아해온지라 숨바꼭질 개봉일에 관람했습니다. 예매가 꽤 되는 것 같던데, 듀게에도 오늘 보신 분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1.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반응은 '뭐가 어찌됐든 무섭긴 무섭다!!' 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중간중간 입을 가리며 숨죽인 비명을 지르기도 했고, 무서운 걸 잘 못 보는 동행인은...상태가 심각하게 안좋았습니다;;; 둘 다 손현주가 주인공인 추리물쯤으로 생각하고 들어간 게 큰 오산이었죠. (손현주 주인공 추리물/탐정물 원합니다.)
2. 영화에 대한 제 대략적인 평은 듀나님의 리뷰와 거의 일치합니다. 별점은 듀나님의 두 개보다는 조금 더 줄 수 있을 것 같구요. 일단 제 동행인이 거의 울먹일 정도였으니까요. 현실세계에서 레어한 장면을 득템하게 해 줘서...(응?) 저는 두개반 할게요.
3. 저는 실제로 회자되었다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괴담들을 들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라기보다는 영화의 문제인 것 같지만) 이 얘기가 보편적으로 있을만한 두려운 일이 아니라 '정신 나간 사람 하나때문에 여러 사람 힘들었던, 그런 일이 있었답니다~'정도로 마무리 되는 느낌이에요. 불 꺼진 집에 들어왔을 때 나한테도 그런 일이 있으면 어쩌나 하며 집을 뒤지는 일은 없었다는 얘기.
아, 영화 관련 자료에서 중요하게 언급되지는 않지만, 조금 더 보편적인 공포로 다가오는 건 엘에베이터에 동승한 사람 괴담이 사용된 부분이었습니다. 그건 무서워요.
4. 손현주는 결벽증이라면서 결벽증 같지 않은 짓을 좀 하더군요. 예를 들어 코트를 벗어서 얼마나 더러운지도 모를 자기 형의 이불 위에 놓는다든가. 사실, 뒤에 가서는 이 사람의 정신적인 문제나 공포의 근원이었던 형과의 사정 같은 건 싸그리 무시당했죠.
5. 얘기 자체가 지금보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의 수준이 낮았던 때에서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핸드폰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고, 고급 아파트의 보안이 지금처럼 철통같지 않다면 여러모로 좀 더 수긍이 갔을 지도요. CCTV에 그렇게 수상한 장면이 많이 잡히는데도 경비가 출동하지 않는다면 그게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보다 더 무섭죠. 물론 주인공들이 112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인터폰을 들고 소리를 지를 줄 모른다는 것도 큰 문제지만. 참, 요즘 현관문에 우유 구멍을 사용하는 아파트가 얼마나 되나요?
6. 이렇게 얘기했지만 1번에서 얘기한 '제대로 놀라게/무섭게 해준다'는 이유 때문에 흥행은 좀 될 것 같습니다.
7. 손현주가 많이도 얻어맞는데, 전 속으로 '야 이것들아 현주찡 그만 때려라!!!' 라며 꿍얼대고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