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님 경과 보고] 장하고 기특하고 대견한 리지

http://djuna.cine21.com/xe/6316371에서 이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지가 고비를 넘기고 위독한 상태를 벗어났습니다.

신부전은 앞으로 계속 관리(약물치료+처방식 사료) 해줘야 하지만 그래도 내출혈은 자연적으로 지혈이 된 것 같고,

수술 상처도 덧나지 않고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고, 간수치도 일단은 정상범위로 떨어졌어요.

온 식구가 "진짜 장하고 기특하고 대견하다, 우리 리지!"를 외치고 있습니다.

너무 청승 맞고 부정 탈까봐 저번 글에는 적지 않았지만 전 부정적인 인간이라 그런지 리지한테 괜찮아, 우리 리지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뭐 이런 소릴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자꾸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게 또 엄청 괴로웠어요.

나는 왜 잘될 거라고 믿지를 못하나, 어째서 안락사를 생각하면서 리지한테는 나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게다가 또 리지를 구박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라서 '엉엉 리지 미안해 언니가 다 잘못했어' 이러고 울고불고... 여튼 참 가관이었습니다. 

새삼 깨달은 거지만 '있을 때 잘하자'라는 말은 참 어디서나 적용되는 교훈인 것 같아요.

12~14일엔 제가 휴가였는데 광복절엔 일 때문에 출근을 해서 대신 동생이랑 엄마가 병원에 다녀왔고, 전 불안초조조마조마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다행히도 리지는 검사 범위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던 간 수치(정상치는 100까지고 최대 측정치가 1000인데,

리지 혈액 검사 결과가 1000이었고 실제로는 얼마였는지 알 수 없음)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이때까진 간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수액도 아미노산 제제를 공급했었으나 이젠 포도당 수액을 줄 수 있었답니다.

신장 수치는 여전히 매우 나쁘고, 평생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하고 수치를 확인해야 하지만 그래도 오늘내일하는 상황을 지난 것만 해도 감지덕지죠.

리지 장례 문제를 걱정하던 처지에서 '리지가 병원에서 파는 처방식 사료(힐스의 프리스크립션 다이어트, k/d)를 안 먹으면 어쩌지?

로얄캐닌에서 나온 처방식 사료 주문해달라고 하면 해주실려나?' 이런 고민으로 넘어왔다니 이 정도면 행복에 겨운 거랄까요. 

식욕이 빨리 돌아오지 않는 게 제일 걱정되는 부분인데 그래도 차츰차츰 나아지고는 있습니다.(사실 리지 밥 먹는 사진을 올리고 싶었지만 먹질 않아 못 찍었어요) 

15일 아침에 병원에서 식욕테스트를 했을 때는 육포도 먹으려 들었댔는데, 어째서인지 점심 땐 다시 음식에 관심이 없었다 하고,

저녁에 집에 와서는 구토를 여러번 했다고 하고 상태가 전날보다 더 안 좋아보였어요.

병원은 진료시간이 끝나서 전화를 안 받고, 전날 저녁에 동생이 과자 사들고 퇴근했을 때는

비닐 봉지에 뭐 들었는지까지 관심을 보이던 개님(동생의 반응: 내가 오징어땅콩보다 못한 존재였어!)이

제가 집에 왔는데도 개집에서 고개도 겨우 들기래 전 또 덜컥 겁이 나서 공중방역수의사를 카톡으로 귀찮게 했습니다.

공수의의 반응은 괜찮을 거다-였고 실제로 1시간쯤 후 리지는 한결 편안해 보였습니다.

'애가 한번씩 발도 경련하는 것처럼 막 떨어요 이건 처음ㅠ' 이런 소리도 했는데,

리지가 조금 안정되고 나서야 생각난 사실은 우리집 개고 고양이고 자면서 꿈을 꾸는지 가끔 저럴 때가 있었다는 거예요.(네, 쪽팔립니다)

아무튼 리지는 닭 삶은 국물을 약간 먹기도 했고, 좀 전에 자러 들어간 동생 말로는 야밤에 닭고기랑 플레인 요거트도 조금 먹었다고 합니다.

 

전 지금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불침번을 서며 리지의 상태를 살피는 중이고, 제대로 먹질 못했으니 리지는 내일도(엄밀히 말하면 오늘) 병원에 수액 맞으러 가야 됩니다. 

앞으로도 리지는 우리집 최고령자답게 약을 달고 살고 병원에도 자주 들락거리면서 엄격한 식이요법까지 해야겠지만

그래도 목숨이 왔다갔다하던 상태에서 훌륭하게 버텨내고 살아남아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엄마친구, 제 친구, 듀게분들 할 것 없이 리지를 걱정해주고 쾌유를 빌어준 것도 정말 감사하고요.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짜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고 놀랄 정도로 다른 사람들의 위로가 의외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정리가 되면 리지 사진 올리겠습니다. 제가 이글루스를 쓰는데 이게 요즘 정상이 아니라서 사진 올리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더군요.

    • 아이고 제목 그대로 참 장하고 기특하고 대견한 리지네요... 리지도 침염수님을 비롯한 가족분들도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빨리 리지 사진 올려주세요!
      • 오늘 아침에 또 닭고기를 조금 먹었어요. 약 안먹으려고 반항할 때 보면 힘도 넘치네요. 주말 안으로 사진 올릴겠습니다!
    • 아침부터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리지 진짜 대견하고 침엽수님과 가족분들 대단하세요. 고냥씨들도요. 사진 기다릴께요.
      • 리지 지켜보는 꼬마 사진도 같이 올릴게요.
    • 지난번 글 보면서 걱정 많이 했어요. 어떤 마음이신지 알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리지 힘내고, 잘 이겨내기를 멀리서나마, 진심을 담아 응원합니다. 리지야, 화이팅!!
      • 오늘 아침에 잘 먹었다니까 병원도 안와도 된다고 했대요. 맛있는 걸로 조금씩 자주자주 부지런히 먹여야겠습니다.
    • 아.. 너무 잘 됐어요. 기특하다 기특하다.. 정말 이 말 밖엔. 사진 꼭 올려주세요!
      • 정말 기특해요. 평소엔 그냥 응석받이라서 이렇게 강인한 줄 몰랐거든요.
    • 이글보니 부모님 집에 계신 14살 먹은 할배개님이 생각나네요..
      부디 리지가 좀더 건강히 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아아 14살 할아버님이라니 저희 리지도 그때까지 별탈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렌지님 본가 개님도 건강히 장수하길 바랍니다.
    • 아 정말 잘 됐어요. 잠깐씩 게시판 들어오면서 혹시 리지 소식 있나 마음 졸였어요. 리지 정말 기특하고 장하네요.
      글 읽다가 엉엉 미안해 잘못했어 이 부분에서 눈물이 찍 나네요. 저도 예전에 그랬거든요.. 저는 잘해주지 못했기에 크면서 철이 들수록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었어요. 지금도 마음 한켠에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남아있어요. 꿈에도 자주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다가 울다 깨곤 해요.
      침엽수님과 침엽수님의 가족과 함께 리지는 정말 행복할 거 같아요. 그 힘으로 버티는 거 같네요. 날도 많이 무더운데 힘드시겠어요. 식사 잘 챙기시고 힘내세요.
      • 앞으로는 리지나 고양이들한테 미안하지 않게 잘해야겠어요.ㅜ
    • 대견한 리지! 궁디팡팡해주고 싶어요

      맞아요 맞아요 뭐든 난자리보다 든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법이에요

      이제 침엽수님 할 수 있을 때 많이 사랑해주시기만 하면 되겠군요

      ^_^
      • 궁디팡팡 집에 가서 제가 해주겠습니다!
    • 좋은 소식이네요. 집 개들이 죄다 중노년이라 뭐라 말이 안 나오더군요. 리지 장하네요. 너무 정신 없으셨을 텐데 리지랑 여유있게 주말 보내시기르
      • 네 오늘부턴 밤샘 간병 안해도 될 것 같아서 여유로운 주말이 가능할 것 같아요.
    • 제 고양이도 14살이라 듀게에서 나이 많은 애완동물들이 아프고 숨을 거두는 소식을 볼 때마다 착잡합니다. 고비를 넘겨낸 리지가 장하고 고맙고 안심되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길 빌어요.
      • 고맙습니다. walktall님 고양이도 무병장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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