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칠석이었잖아요. 견우, 직녀 얘기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직녀성(베가성)이 생각났고 그러다 보니 또 자연스럽게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수능 마치고 우연히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서 극장에서 봤었어요. 그 때 무슨 이유인지 자리가 나지 않아 통로에 앉아서 봤었는데, 내가 이 영화를 2년 전에 봤다면 문과 대신 이과를 선택했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었죠. 물론 나중에 코스모스도 보고 천문학 책 들춰보고 하면서 이과 안 가길 잘 했다고 생각하긴 했었지만요.
일이년에 한번은 다시 보는 영화지만 볼 때마다 참 좋다 싶어요. 도입부의 그 지구에서부터 차츰 멀어져 태양계를 지나 성간 우주로 들어가고 다시 거기에서 몇 개의 행성계를 지나 우리 은하를 보여주고 또 다른 은하들도 보여주는 그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조디 포스터의 애로웨이 박사는 언제봐도 멋지구요. 저는 이 사람이 헤든 인더스트리에서 자금을 위해 브리핑하는 그 장면이 참 좋습니다. 볼 때마다 애로웨이에게 감정이입하고 같이 흥분하면서 보는 거 같아요. 뉴멕시코 절벽 위에 앉아있는 장면도 좋아하구요. '펜사콜라' 해변으로 가는 여행에서 웜홀을 통과하면서 아름다운 우주를 바라보면서 감격해서 독백할 때 어린 애로웨이가 겹쳐보이는 그 장면도 좋아해요. 이제는 뻔하다 싶을 정도의 이야기가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여행 후 청문회에서의 애로웨이가 자신의 경험을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그러면서 그것을 나누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 장면도 참 좋구요.
존 허트의 헤든은 볼 때마다 놀라는 게 헉 이 사람 존 허트였어 하는데 역시 헤어스타일 때문일까요. ㅎㅎ 매튜 맥커니히도 매력적이구요.
처음 봤을 때의 감정 때문인지, 아직도 영화를 보면서 울컥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래요. 칼 세이건이 조금만 더 살아서 영화를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오늘 영화를 보고 나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났을 거라는 연구 얘기를 접했는데, 물론 이 부분은 아직 논란이 있지만, 35년만에 태양계 언저리에 있거나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이 탐사선이 뭔가 아쉽기도, 대견하기도, 부럽기도 하는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
언젠가는 인간은 우주에 퍼져 살게 될 지도 모르죠. 운이 좋다면 이웃들도 만나게 될 테구요. 인간답게 그런 기회들이 찾아와도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망쳐버릴 지도 모르겠구요. 어쩌면 애로웨이가 베가인들에가 묻고 싶었던 그 질문, 어떻게 파멸하지 않고 진보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답을 인간들이 찾아냈을지도 모르죠. 그걸 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ㅎㅎ
그냥 마무리 짓기엔 아쉬워서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대사를 써봅니다.
If it's just us,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
콘택트 정말 좋아하는 영화에요. 첫사랑의 추천으로 스물한 살 때 뒤늦게 이 영화를 봤어요. 제게는 SF 첫 입문 영화였달까 뭐 그랬죠. 영화 좋아하는 애인 덕에 많은 것들을 함께 보았는데 이 영화는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이 영화보고 햇빛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곳에서 피자 냠냠 먹으면서 달뜬 마음으로 종알 종알 거렸던 제모습이 떠올라요. 정말 즐겁고 신기하고 재미있게 보았거든요. 저는 10대 때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유명했던 매트릭스도 터미네이터도-_- 안 본 상태였거든요. 당시 남자친구가 우리 함께 볼 영화가 많아서 정말 좋다!! 너는 백지야!! 뭐 이러면서 흥분했던 거 같네요ㅋㅋ 나도 머리를 포맷하고 싶어ㅋㅋ 하면서 저의 백지 상태를 부러워했고=_=^(빠직) 그렇게 많은 영화를 함께 봤어요. 아, 그립네요. 그 시절도 그 시절의 저도, 종알거리는 저를 따뜻하게 바라보던 그 사람도. 레사님 덕분에 오랜만에 옛날 생각나네요. 진부한 말이지만 세월이 참 빠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