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무심한 타인이 된 오늘..

1.

기분좋게 취한 상태로 귀가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도로변에 떨어져있던 스마트폰과 통장 세 네개..

어떻게 봐도 가방에서 흘린 것처럼 보이는 형태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길거리에 서서 20초간 고민을 하다가 뒤돌아 섰습니다.

왜냐하면 그걸 줍는 순간 불법 점유물 이탈죄에 걸릴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잘해봐야 본전, 잘못 걸리면 골치아프게 될텐데 괜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워낙 괴담같은 실화가 많은 요즘이니까요..

 

2.

그런데 집에 가면서 다시 고민에 빠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네. 잘해봐야 본전인 그런 일이요.

 

2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저 앞에서 걸어가는데

두 번쯤 멈춰서서 토를 하는 겁니다.

세 번째 멈췄을 때에는 아예 기둥을 붙잡고 앉아계시고요.

 

'저 분도 어차피 동네 주민일텐데 좀 도와드릴까.. '

'지금 시간에 인적도 드문데 위험하진 않을까...'

다가가면서 몇 번을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냥 무심하게 지나갔습니다.

그저 방향이 같을 뿐인데 제 앞에서 괜히 발걸음 빨라지던 많은 여성분들이 생각났거든요.

그와 비슷하게 내 호의가 그 사람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그 사람에게는 호의가 아닐테니까요.

 

3.

제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그냥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왜 내가 이렇게 무심해졌을까.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뭐.. 토박이가 드문 현대 사회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경계하는 건 어쩔 수 없기도 한데 왠지 좀 아쉬웠어요.

먼저 손을 내밀어보면 거의 다 비슷한 사람일 뿐인데 말이죠.

 

괴담같은 실화와 하루에도 몇 통씩 거려오는 텔레마케팅, 길거리 도인 등..

이런 것들이 모두 타인에게 무심해지는 주요 원인 같기도 해요.

불신하는 사회를 만든 1등 공신이라고 하면 너무 나간 걸까요?

 

4.

벌것 아닌 밍숭맹숭한 경험이지만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났어요.

오늘 달이 밝아서 더욱 감성적이 된건지도 모르겠군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 예전에 버스를 기다리다가 정류장 벤치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여자분을 뵈었는데, 손수건이라도 건낼까 한참 고민하다 괜히 부담이 될 것 같아서 결국 그냥 버스에 올랐던 기억이 나요. 타인에게 어떤 호의를 베풀고 싶어도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석될지 몰라 머리 속으로 맴돌기만 하다 스쳐가는 일이 점점 늘어가네요. 마음만으로도 따뜻한 세상이 된다면 참 좋을텐데...
      ripa님도 좋은 밤 되세요. :D
    • 괜찮으세요? 라고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힘든 걸까요?



      무심하다기보다 주눅들어 보입니다.
    • 타인의 선의를 의심부터하게 만든 사회가 주범이죠.
      나자신부터도 누군가 뜬금없는 친절을 베풀면 한번생각할거 두세번 더 생각해보거든요.
    • 그래서 전 사람의 호의를 이용한 범죄가 정말 싫어요

      그런 일 때문에 도움을 받는 사람도 도움을 주는 사람도 서로 고마움보단 경계부터 하게 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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