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지브리 레이아웃전
오랜만에 전시를 다녀왔어요.
사실 거의 기대를 안했었는데요.
현대카드의 그 문화 프로젝트..?의 하나인 것 같은데.
http://www.sac.or.kr/program/schedule/view.jsp?seq=15580&s_date=20130823
전시 소개글을 좀 잘 쓴 것 같아요.
쉬운 단어로 분명하고 소박하게 전시 기획을 밝히고 있고, 특히 마지막 문장이
'그린다는 것'과 '창조한다는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식의 말이었는데
전시 전체를 관통하기에 나무랄데가 없는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위의 링크를 따라가면 '레이아웃'이 어떤 것인지 설명이 되어 있는데
전시된 것 하나를 보면 레이아웃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냥 와닿아요.
제 생각에 그게 이 전시의 포인트인 것 같아요.
수많은 인력들에 의해 완성된 130여분 동안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하나가
한 명(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실상 작화 담당은 몇 명이 더 있지만)의 상상력에서부터 시작되는,
딱 그 지점이 레이아웃 한 장에 들어있거든요.
물론 흔히 말하고, 보는 컨셉 아트나 이런저런 설정 일러스트레이션들이
어쩌면 '한 명의 상상력과 작품'의 개념을 강하게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레이아웃'은 관객이 만나게 되는 완성물인 '영상'과 정말로 밀착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좀 남다른 듯 해요.
그게 진짜 멋졌어요. 저는 이미 애니메이션을 보고, 완성물을 알고 있는 상태인데
그것이 구현한 모든 것들이 담긴 한 장의, 최초의 그림을 목격한다는 개념이 정말 멋졌어요.
내가 본 아름다운 이야기, 화려한 영상과 사운드가 한 사람의 상상력과 그가 쥔 연필에서 시작한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것도요.
그건 하나의 애니메이션이 저만의 느낌과 감동으로 수용되는 과정과 대칭을 이루는 것 같아요.
작품 양쪽에 나란히 비슷한 마음을 가진, 감동하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도 참 낭만적이죠.
그리고 그림이..
진짜 잘그렸어요. 정말 잘그렸어요. ...당연한 거겠지만.
애니메이션의 드로잉 테크닉이 주는 즐거움은 진짜 놀라워요. 특히 저는 나무 그림들이 기가막히게 멋지더라구요.
그런데 전시가 너무 길고 작품이 좀 많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레이아웃을 잘 선별해서 전시 규모를 좀 줄이는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후반부에 감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그래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좋았어요. 괜찮은 전시였던 것 같아요.
지브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거의 모두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