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옥희의 영화를 보고
집 케이블 tv의 무료영화 목록에 옥희의 영화가 있어서 며칠 전에 보았습니다.
영화자체는 재밌어서 실실+피식거리면서 봤는데, 영화 덕분에 조금 명확해진 사실이 있었어요.
어떤 교수님이 있었는데, 선생님으로서는 좋아하지만(강의가 마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대할때 좀 감을 못잡겠는 분이 있었어요.
어떨때는 원래 스타일과 다르게 굉장히 상냥하게 대해주시다가, 다른 교수에 대한 칭찬을(저는 같은 교수들끼리니 욕하긴 뭐해서 그냥 의례적으로 한 말인데) 적당히 해도 별로 기분 안좋아하고(다른 교수님도 그러길래, 그냥 교내 정치싸움을 내가 모르고 섣불리 칭찬한건가 생각을 했었죠), 일개 학생인 제가 교수님에 대해 인정하는(?)듯한 발언을 하며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셨어요. 그런데 원래 이미지는 안그랬었지만(좀더 정치에 능수능란한 느낌), 저는 그냥 일개 인간인 교수들의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무시했었군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죠. 그냥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시고, 저에대해서도 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 같았는데, 제가 특별히 어떻게 한 것도 아닌바에야 그건 교수님의 영역이라 그냥 신경안쓰고 있었어요.
절 탐탁히 여기지 않거나(아니면 일개 학생이니 염두에 안두거나) 싶으면, 저에대해 주의를 기울이는게 느껴지고, 그렇다 싶으면 또 무신경하시고 그랬거든요.(자세한 거 쓰기는 뭐하네요) . 가끔 저를 과도하게 의식하시는게 느껴지곤 했는데, 제 자의식 과잉인거 같아서 그냥 무시했습니다. 가끔 절 무시하는 듯 하면서 이상하게 제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한 요구사항(두리뭉실하게 썼지만 제게 특혜를 주는 건 아니었어요)을 뒤돌아 생각해보면, 처음엔 안된다고 하셨지만 결국엔 제 부탁을 들어주는 형태는 아닌듯 하면서도 다들어주셨네요.
그런데 옥희의 영화의 옥희의 영화편에서, 교수가 옥희한테 진구에 대해 질투를 표현하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 장면을 보고 '돈오'의 순간이 왔어요.
저와 친한 남자 동기가 겪은 일들과
저는 그 교수님을 '교수'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게다가 결혼했거든요), 별 생각없이 넘어갔던 교수의 행동이나 말 같은게 갑자기 의미있게 다가오면서,
아 ㅋㅋㅋㅋㅋㅋㅋ 교수는 A를 말하고, A'정도의 반응을 기대했는데, 나는 E,F정도로 반응했었구나, 어쩐지 이유도 알수없이 심통을 부리더라 ㅋㅋㅋㅋ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예전에는 뭔가 꺼림직은 한데, 에이 교수고 유부남인데 뭘 내가 자의식 과잉인거야ㅋㅋㅋ이러고 넘어갔던거나, 아예 의식을 못했던 것들이(제가 교수에 대한 환상이 있거든요; 홍상수식의 찌질한 지식인 모습을 이전에 잘 접하지 못한지라)종합되면서 팍 하고 돈오가 된거죠.
어쨌든 다행히도 저는 멍텅구리일정도로 순진했고, 교수가 노골적으로 어떤 제스쳐를 취하기에는 제가 속한 곳이 그나마 합리적이었고, 어쨌든 이미 떠나보낸 버스네요.ㅋㅋㅋㅋ 그런데 제가 그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교수의 행동들이 지금은 막 너무 웃겨요. 찌질한데 웃겨요ㅋㅋㅋㅋㅋㅋ
P.S. 저는 홍상수 감독 영화를 이제서야 처음 봤지만, 제게 딸이 있다면 20대 초반에는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홍상수 감독이 딸바보라는데, 갈수록 딸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