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추억의 추억
며칠전에 어쩌다가 살인의추억을 다시봤습니다. 딱 10년만이죠. 올드보이를 비롯해서 그당시 쏟아져나온 한국영화의 중요한 작품들은 죄다 두번이상은 본거같은데 유독 살인의
추억만 10년전 극장에서 본게 다였어요. 그런데 다시 보니 참 이 영화 새삼스럽게 무시무시한 걸작이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그냥 멍때리면서 릴렉스하게 보다가 10여분쯤 지나서
부터 정신이 번쩍들면서 헤드폰을 끼고 불끄고 초집중해서 봤습니다. 10분마다 감탄하면서요...... 10년전에 봤을때도 좋았지만 옆자리의 여자친구가 너무 비명을 질러서 뭔가
영화에 대한 기억이 여자친구의 비명으로 점철되었던게 있었거든요. 제 인생에 첫 여자친구였고 그날도 비가 엄청왔었고 서울극장이었고...... 기본적으로 잘 만든 스릴러지만
제가 이번에 보면서 이 영화에 놀란건 영화 전반에 흐르는 말로 설명못할 애처로운 정서랄까요? 그런것들이 확 와닿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게 참 신기한게 봉준호 특유의 한국적
상황의 개그와 그 서글픈 정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는 겁니다. 거기다 그림도 좋고 음악은 진짜 환상적이고. 허허허허.....이럴수가 있나요? 한시간쯤 보다가는 잠시 멈추
고 맥주캔을 땄습니다. 그리고 참 새삼스럽게도 살인의 추억이란 제목이 너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이 영화는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를 추억하듯이 그리고 있거든요...
마지막 엔딩크래딧이 뜰때쯤에는 놀랍게도 이 영화 자체가 약간 신비스럽게까지 느껴지더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10년전 살인의 추억을 봤던 추억의 시점으로 돌아가더군요.
수많은 명장면과 배우들의 연기가 다 좋았지만 이번에 보면서 김뢰하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 또 한국영화의 약점이라면 시대극을 찍을때 고증이 개판이라는건데 이 영화는 정말
80년대처럼 보여요. 그래서 놀랐네요. 써니같은 영화를 보면 80년대를 재현하는척하다 마는데 살인의추억은 정말로 80년대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에요. (박해일 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