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나열]음악으로도 입덧 유발, 잠시 휴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 한국 여자분들이 젤 예뻐요, 그리고...
1. 오랫만에, 예전에 종종 들르던 블로그를 들러서 좀 구경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살림과 요리에 육아 이야기까지 볼 수 있는 곳인데,
낮게 깔리는 이곳의 BGM을 듣고 있자니 속이 울컥, 하네요.
이곳은 제가 임신 초기, 한창 입덧하던 중에 들렀던 블로그거든요.
입덧으로 오만 것이 다 비위에 뒤틀릴 때에, 기분전환할 겸
자주 이 예쁘장한 블로그에 들렀었는데...음악 자체는 무척 잔잔한, 여성의 부드러운 보컬이 깔리는 곡이에요.
(시끄럽거나 비트가 강한 곡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입덧의 기억도 슬몃슬몃 지워져 가는 지금, 그 때 들었던 음악만으로도
속이 다시 뒤틀릴 수 있다니.
저도 무진장 예민한가봅니다. 하지만 저의 예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이런 현상이 참 신기하네요.
2. 아기를 데리고 한국에 잠깐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의 잠깐 휴가 같은 거예요.
3.엊그제는 일부러 버스까지 타고 가서 양재천을 걸었습니다. 혼자서.
오랫만에 풀벌레 소리, 시냇가에 흔들리는 물 그림자에 젖어 걸으려니
한결 환기가 되는 듯했습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생각들도 틈을 잡아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저는 요즘 '네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를 떠올려 봐라' 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사실 절대적으로 행복했던 시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요.
인생에서의 행복, 이라면 아무래도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누군가와 사랑할 때 아픔이나 괴로움 없이 오로지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은 너무 짧은 것 같아요.
초기의 가슴 터질 듯한 시기가 지나면 생활이나 주변 상황에 치여 곤란하고 힘든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것 없이 그저 행복했던 시기라면,
역시 저는 중학교 3학년 때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그 때 양볼 통통하고 예쁘지 않은 여중생이었지만,
그때는 저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들이 많았어요.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을 처음 듣고 좋아하게 되었던 때도 그때였어요. 머라이어 캐리뿐 아니라 팝음악을 본격적으로 즐겨 듣기 시작한 때도 그 때였죠.
'Music box'를 카세트에 걸어 들으면서 잠이 들었고, 'DreamLover'를 들으면서 대상도 없는 달콤한 기분에 젖어들곤 했어요.
실제로 그 시기에는 양재천을 산책한 적이 없지만, 여름밤 양재천 산책을 할 때면 저는 언제나 그 시기에 들었던 'Underneath the Star'가 떠오릅니다.
(여름밤 산책을 할 때 한 번 들어보세요.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회냉면을 먹은 후 팥빙수를 후식으로 맛보면 더없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된 때도 그 때였어요.
그 해에는 정말 회냉면+팥빙수(제과점에서 내오는, 젤리가 든 팥빙수예요)를 즐겨 먹었었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졌죠.
무엇보다 그 때에는 반에서 6~7명의 친구들과 정해 놓고 어울려 다녔는데- 정말 친한 친구들은 저 그룹 내의 2~3명이었지만, 소풍 등에서는 다같이 모여 노는 편이 즐거웠어요-
서로 별다른 싸움도 없고, 정말 재미지게 보냈어요.
친한 친구가 있어서 일상을 같이한다는 것이 그 시기를 행복하게 해준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여름이 지나고서는 저와 가장 친했던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해지고...뭐 그런 사소한 이유로, 예전만큼 틈 없는 사이로 지내지는 못했지만요.
그 시기에는 왜 그리 친구가 모든 것이 되어 버리는 걸까요.
친구가 내 곁에 있고 없음이 행복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버리고.
그 시기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제 아이가 십여 년 뒤에 그런 시기를 맞이할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안타까워요.
주변의 모든 것이 잘 보고 들리지 않는 시기. 자기 주변의 친구들만이 세상을 판별하는 절대기준이 되어버리는 시기.
그런 시기가 있어야 또 성장하겠지만, 그런 맹목의 시기를 보내야 한다는 것은...또 그런 시기 속에서 즐거워하기도 하겠지만 괴로워하기도 할 자녀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부모로서 쉬운 일만을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쨌든 제 인생에서 그렇게 행복이 오래도록 지속된 시기는 그 때뿐인 듯해요.
그때 저는 만화를 그리는 아이로 반에 알려져 있었는데, 사실 제 그림은 모 만화가의 그림체를 표절한 것이었어요;
순정만화가지만 귀엽고 단순한 그림체로 그림을 그리는,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은 분의 그림이었는데
저는 그분의 그림체를 본뜨긴 했지만 캐릭터는 제 식으로 살을 붙여서 재미있는 만화들을 많이 그렸습니다.
중학교 1~2학년 때엔 순정만화를 주로 그렸지만 3학년 때에는 명랑만화를 많이 그렸는데
지금도 제가 제 자신의 개그감에 무릎을 탁 치며(...) 그림을 그려나갔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렇게 그린 만화들을, 제 친한 친구들은 물론 데면데면한 사이이던 같은 반 남자아이들 몇몇까지 빌려서 돌려가며 보곤 했었고
빨리 뒷이야기를 그려달라고 친구들은 조르곤 했었죠.
아쉬워요. 이제는 그때의 개그감이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아요. 그림을 전공하기 위해 만화에서 회화로 돌아선 이후로는
만화체도 잘 그릴 수 없게 되었고, 머리도 굳어졌는지 만화적인 사고도 잘 되질 않아요.
이제는 그때처럼 새로이 듣고 감동하여 즐기게 되는 곡들도 별로 없어졌어요. 그때엔 접하는 곡들마다 귀에 마음에 감흥이 있었는데 말이죠.(당연하게도, 그때엔 이름난 팝 명곡도
처음 듣기 시작하던 때였으니까요)
4.1년 동안 한국을 떠나 지내다 돌아와 보니,
여자분들이 모두 예뻐 보여요.
일단 옷차림들이 예쁩니다.
제가 종종 들르는 여초 사이트에서 우리나라 젊은 여자들의 옷차림이 너무 일률적이고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 촌스럽게 느껴진다...이런 글을 읽었었는데,
외국에서 한동안 지내다 오니 오히려 그 일률적이라면 일률적인(?) 멋내기가 더 예뻐 보여요.
일단 우리나라 여자들의 옷차림새는, 제가 살던 곳에서 본 사람들의 옷차림에 비하면 정돈되고 심플한 느낌이 있어요.
디테일은 장식적이거나 복잡해도, 전체적인 실루엣을 잘 다듬은 그런 느낌의 옷차림새랄까.
일단 컬러감이 너무 튀지 않아서 눈이 편하더라고요. 제가 살던 곳은 컬러감이 두드러지다 못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옷차림도 많았거든요. 일단 몸에 두른 아이템들의 컬러가 서로 맞지 않고 부딪히는 경우.
물론 그곳의 장점도 있어요. 워낙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하고, 무엇을 입어도 우리나라처럼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신체와 결부지어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지라.
그래도 한국에서 나고자란 저에게는 너무 지나친 개성(!)은 피곤한가봅니다. 우리나라 아가씨들의 비교적 정돈된, 단정한 옷차림이 더 보기에 편해요.
반바지에 맞추어 잘 제모하고 다듬은 하얀 다리들도 너무 예뻐요(<-이것은 안 쓰는 편이 더 나은 말이었을까요? 하지만 정말 보기에 예쁜 걸 어떡해요;;
마치 인형의 플라스틱 다리처럼 느껴지는데,저는 그 편이 서구식 미인의 건강하고 근육이 잡힌 브론즈빛 각선미보다 더 예뻐 보이더군요.)
아무튼, 번화가를 걸으면 마주치는 젊은 여자분들이 모두 너무나 예뻐 보여서 하트하트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어요.
한국 여자분들이 제일 예뻐요!(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5.예전에 듀게에, 사용하고 있는 펜탁스 카메라를 수리해 계속 쓸지,
아니면 새 카메라(네츄라 클래시카)를 새로 살지 고민하는 글을 올렸는데,
결국 한국에 와서 새 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네츄라 클래시카로요.
추천해주신 콘탁스도 탐나긴 했는데, 가격이 제 예산에 넘사벽이었어요.
중고로 알아보니, 조금만 큰맘먹고 지르면 네츄라 클래시카는 구입할 수 있겠더라고요.
새 카메라를 사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모은 돈으로 꼭 사고 싶었던 것을 구입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첫롤을 찍어서 사진기 성능은 확인해 보았구요.
다음 롤에 좋은 사진이 나오면, 살짝 올려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