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자고 한 짓이 뭐냐면
갑자기 네이버 계정의 메일을 처음부터 훑었습니다...
그 계정은 대학시절에 처음 만든 것인지, 주고받은 조별과제 중간 결과물과 교수님께 보낸 보고서와 그에 대한 짧은 코멘트가 딸린 답장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이제는 애인도 친구도 아닌 이와 연애 하기 전 주고 받은 메일도 있었습니다. 이걸 발견한 때부터 기분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는데 휴학할 때 교수님이 보내준 긴 메일을 읽고나자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엉키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재능이 있다, 용기 잃지 말고 계속 해라, 내가 도와주겠다...
이젠 그 시절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어요. 전혀 다른 길에 서 있습니다. 트랙 위에 내 발로 들어왔으니 달릴 수밖에요. 그러니 점점 더 그 시절과 멀어지고.
전 어제 술 마시고 새벽 세 시에 택시 타고 들어오는데, 동호대교를 건널 무렵이었어요. 라디오에서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성악가의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괜히 좀 슬펐어요. 다리를 건널 때는 언제나 엄청 외롭지만, 왜 슬픈걸까 생각하니 예전에 정말 사랑했던 사람과 이 다리를 건넜던 기억들이 나더라고요. 택시 안에서 언제나 손 꼭 붙잡고 서로를 바라봤던 기억이요. 슬픈 것과 그 기억 간의 상관이야 잘 모르겠는데 때로는 어떤 감정이 기억을 불러내고 그 기억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 같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