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이 된다면?

로또가 처음 생겼을 때 마치 저는 조만간 일등의 자리가 저에게로 올것만 같은 착각을 하였습니다. 그것이 비록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적다하여도 내 인생에 로또 1등은 반드시 올거라는 알수 없는 확신을 하였던 거죠. 그것은 마치 어렸을 때, 대학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던 나이에 나는 서울대 아니면 눈 좀 낮춰서 연고대를 들어갈 것이며 훗날 대통령이나 그에 버금가는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 했던 것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1회 로또가 지나가고 2회 로또가 지나가고, 몇 십명의 당첨자가 인생 역전을 하는 동안 언젠가 그 차례가 나에게도 올것이라는 기대를 접지 못했고, 없는 돈이나마 꾸준히 로또를 사서 모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당첨번호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마냥 제가 샀던 번호를 요리조리 피해갔다는 점입니다. 큰맘 먹고 만원어치 산 로또에서 번호가 단 한개도 안 맞았다면 그 사람은 그 나람대로의 대단한 확률을 체험한 것일터인데, 그런 일이 수시로 반복된다면 그것은 로또는 너의 인생과 절대 인연이 없으니 차라리 그 돈 모아서 맛난거나 사먹으라는 신의 계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은 짜잘짜잘한 운들을 모아서 한번에 1등의 복을 내려주려는 신의 뜻으로 해석하였고, 그 막연한 기대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 몇년에 이르는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백몇십억에 달했던 로또 1등 당첨금은 십수억원으로 줄었고, 한번에 한두명 나올까말까 했던 로또는 많으면 두자리수의 일등을 배출하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갑절이나 늘어났습니다. 언제 한번은 10억도 안되는 1등 당첨금을 본적이 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기도 하고, 일생 일대의 행운이 겨우 그 정도로 끝난 것을 직접 체험하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로또 1등이 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옛날부터 생각해봤는데, 저는 어디 상가 건물이나 사서 월세나 받으면서 공부하고 싶은거 공부하고, 놀고 싶은거 놀면서 사는 무난한 삶을 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당첨금 가지고 상가 건물은 커녕 집 한채 사면 끝인 것 같아서 그런 계획은 접어두어야만 했고, 지금 일은 계속 하되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을 보면 돈이 많아지만 돈 자체를 잊어버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돈이 아닌 삶 그 자체에 충실해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세상은 계속 불공평해지고 있고, 그 불공평함은 점점 고착화되가고 있습니다. 그 말인 즉슨 이제 점점 아래에 있던 사람이 위로 올라가기 힘드어지고, 위에 있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위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유치원에서부터 체계적인 사립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과 이제 갈때까지 가게된 공교육속에서 살아온 사람은 서로 만날수없는 평행선을 달리게 될 것이고, 그런 일들이 옛날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꿈꿀수 없는 로또 1등의 그것과 같은 꼴이 되버리는 현실이 더욱 선명해 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삶의 충실한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부럽습니다. 돈 그 자체를 생각지 않고, 인생에 무언가를 올인할 수 있는 그들은 언제나 돌아갈 길이 있기 때문에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지요. 간혹 그럼 사람들을 롤모델로 삼아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뛰어드는 사람이 있는데 열의 아홉은 현실에 좌절하고 낙심하며 쓸쓸히 돌아서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열의 하나는 성공해서 다른 보통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희망을 줍니다.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들 처럼 말이죠. "젊음과 열정"이라는 말로 화려하게 포장했지만, 결국 다른 이의 피와 땀과 인생을 밟고 만들어진 백골탑인 것을....

 

그래서 청춘이 아파야 하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혐오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과연 몇명을 밟고 올라서서 그 자리에 서게되었나요. 그렇다면 당신이 그자리에 서기 위해 희생한 그들의 청춘과 열정과 노력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되는 것인가요?

 

뭐 그런거죠. 인생 뭐 있겠습니까?

아침에 마실 우유 하나 참고 로또 한장으로 다음 한주를 버티는 것이겠지요.

부디 그런 헛된 기대보다 지금 밤을 새는 나의 노력이 좀 더 밝은 미래를 기대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 행운이 온 사람들은 말 그대로 벼락 두번 맞을 팔자고 행운은 바라면 오지 않는거죠.
      바라지 않게 되면 그때 옵니다 그럼 오나마나죠.
      마찬가지로 지금도 바라지 않으면 온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행운이나 악운이나 그것들과 만난다는건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니 행운을 크게 바랄 일도 아닌거 같습니다.
    • 우리 가족은 로또 할 생각은 꿈에서라도 안 한다는 게 장점이에요

      일요일에 번호 발표 할때 네 식구가 숫자 6개씩 (겹치지 않게) 찍으면 단 한 명도 숫자 한 개도 못 맞추는 기적을 매주 경험해서 -_-
    • 미국의 거액 복권 당첨자 대부분이 삶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조사를 보면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하나봅니다. 펑펑 쓰다 거지가 되거나 인생 망치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건 그게 그만큼 흔치 않고 화제거리가 되기 때문이죠.
      • 안심하고 1등 당첨되도 되겠군요
    • 2등만 되어도 좋겠지만, 일단 요즘은 로또를 사지않네요. 이런저런 삶의 물질적인 기반이 마련된다면 아무래도 자유롭겠죠. 마음에 여유도 더 생길테구요. 그래도 그런 행운없이도 벌어서 먹고살수있으니 그것나름대로 대박은 아니지만 소박한 행운이라고 만족하며살아요.
    • 친구하나가.. 로또 1회부터 100회까지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5게임 만원어치씩(첨에는 한게임이 2천원)샀는데..
      단한번도 5등조차도 한번도 당첨되지 않았다지요.
      그 이후 한번도 사지 않았대요.
      그 얘기를 며칠전 듣는데 왠지 서글펐어요.
    • 에이.로또 겨우 일만원어치 사시고 하나도 당첨안된건 그것대로 대단한 일이 아니라 확률상 지극히 일반적인 범주겠죠.
    • 로또를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계층이라는 기사를 봤네요. 그것 말고는 희망이 없다는거겠지만 무모해보이긴 해요. 그것도 다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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