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예술이라고 면죄부를 갖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먼 외계에서 벌어지는 우주쇼도 아니고, 어쨌든 사회 내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커피숍에서 서빙하거나, 사무실에서 엑셀 작업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실내 흡연은 분명히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잖아요. 게다가 담배 연기까지 물씬 피어올라야 극에 몰입되는 것도 아니고. 가짜 담배를 써도 될 걸 굳이 왜 실제 담배를 피우는 걸까요.
저는 사회 내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공통된 수준의 어떤 원칙 같은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이상해요. 교육이나 종교에 관계된 것들에는 특히 엄격한 도덕적, 윤리적 원칙이 기대되잖아요. 그것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언행이나, 심지어 사생활 같은 부분에서도. 그렇다면 예술은 그런 스펙트럼의 맞은편 부분에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그 정도의 레이어도 상상이 안된다니, 이 생각이야말로 제게는 정말 피해 요소로 느껴지네요. ㄷㄷ
JKewell// 맞는 말입니다. 저도 예술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 담배 연기 감수하고 볼 필요있나란 생각을 해요. 근데 이상하게 하나의 예술은 하나의 살아있는 인격체처럼 느껴져서 감상하고 싶은 욕구가 들면 참을 수 없이 미칠 것 같은 상태가 해요. 전 아직도 오래 전에 제게 안나 카레니나 결말을 스포일링한 전 애인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 부분은 저도 딱 하나로 정리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제가 댓글을 단 원글의 짧은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전 예술을 즐겨 소비하거나 창작하는 사람들 특유의 예술적 자의식 과잉이 불편하고 짜증날 때가 많거든요. 사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거지만, 타인을 억압하거나 혹은 타인의 권리(이 경우는 건강)을 침해하는 것을 예술을 한단 이유 하나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고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가르강튀아// 제가 댓글 단 원글을 보세요. 저 짧은 글에 제가 반응한 것에 대한 대댓글로 좀 오바하고 있다고 생각 안합니까? 기본적으로 전 사회 윤리나 규범, 법 등이 가진 폭력적 획일화를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게 개인의 권리와 인격을 침해하는, 폭력을 저도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단 댓글은 단지 '예술'이란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도 그 행위를 비난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예술적 자의식이 짜증날 뿐입니다. 예술이 뭐가 대단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제게는 이게 더 폭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제 댓글이 오바한것은 사실이죠. 써놓고 실소했지만 님이 저 사태에서 예술적 자의식을 이끌어 낸 것도 과잉반응 같아서 적합한 수준의 대답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게 기억 나는군요. 그야말로 , 저 짧은 글에서 예술가나 예술의 짜증스런 자의식만 추출된다는게 신기하잖아요?
좀 더 님이 직접 쓰신 키워드를 중심으로 좁혀서 이야기하면 담배 연기가 리얼하게 피어오르는 연극을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발상이 피해를 끼친다는 거에요. 예술은 만드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고 보는 사람의, 또는 님 표현대로 사회 속의 것일진데. 어째서 담배와 비흡연 관객, 그리고 연극이라는 단서에서 창작자인 예술가나 작품의 자의식적인 면만 추출하나요?
꼭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앞자리에 앉았다 담배냄새 때문에 공연내내 미친듯이 괴로웠던 일을 두어번 겪은 뒤로 공연시 담배사용에 대해 적극 반대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 청소년도 보는 공연인데도 진짜 담배를 태우는건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극특성상 필요한 설정을 무조건 없애라는건 아니고 담배모양 소품을 사용한다거나 그에 대체되는 것들로 바꾸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그게 싫으면 공연 주의사항에라도 넣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저같이 담배냄새 싫어하는 사람은 안보러가면 되니까요. 금연장소를 지정하는 목적을 생각한다면 공연장 금연도 지켜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적인 묘사가 중요한 연극이 있죠. 연출가의 판단이고요. 연극에서 흡연장면이 사실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 이해가 잘 안 가요.
지난 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맨 앞줄에서 보고 왔습니다. 모든 출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연극이었어요. 담배를 권하고 거절하고 함께 피우면서 관계가 설정돼죠. 술과 재즈, 담배연기 자욱한 포커게임..으로 뉴올리언즈의 분위기가 표현되기도 하고요. 이 작품에서 담배가 사라진다면 저는 더 이상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아니지 않나 싶네요. 그게 금연초나 실제 간접흡연으로 인한 영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담배모양의 연기나는 소품을 쓴다는 건 찬성합니다. 그런데 금연초를 사용한다거나 소품용 가짜담배가 개발된다거나 하는 건 찬성인데, 공연장의 흡연장면이 딱 떨어지게 '간접흡연'으로 인한 문제만일까요? TV에서 담배가 사라진 건 간접흡연 문제가 아니라 흡연장면이 흡연을 조장한다거나 그런 이유가 더 컸던 것 같은데요.
담배를 피는 장면에서 담배냄새를 맡을 수 있고, 라면을 먹는 장면에서 라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게 (소극장) 연극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담배가 극연출에 중요한가 아닌가는 연출자와 극단이 판단할 문제지 다른 이들의 몫은 아닌 거 같습니다. 윗분 말씀처럼 흡연장면이 있는 극에서 미리 안내를 하고 있다면 더욱 문제삼을 일은 아닌 거 같구요. 만약 안내가 미흡하다면 이 부분을 법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싶네요. 그 이후의 문제는 관객 선택의 몫이고, 만약 흡연장면이 있는 극을 간접흡연 없이 즐기고자 하는 관객의 요구가 늘어나고 시장이 형성된다면 거기에 타협하는 연출자들이 가짜담배를 사용하는 버전의 극을 올리게 되겠죠.
이 글 보니 대학 때 연극(문학회에서 하는 문학의 밤에서 한 시극이라고 하는 게 정확)에서 주인공을 맡아본 적이 있는데, 무대 위에서 담배 피우는 씬이 있었어요. 진짜 담배를 직접 피워야 한다고 연출자가 주문해서, 그땐 담배맛도 모르고 겉멋에 피우던 초짜 흡연자였지만 주문대로 그냥 피웠죠(코로 연기가 나와바렸;;;). 그 당시 처음보는 환갑 지난 동문들도 행사 끝나고는 저만 기억할 만큼 삼류 학생연극이래도 극적인 효과는 있었다 라고... 생뚱맞지만 다소 근거 있는 댓글을 달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