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대로.

1_ 세계 인구 총회 폐회식에 참석한게 벌써 일주일 전이군요. 손 놓고 있으면 기억은 멀어져가는데 정리하는 건 갈수록 귀찮아져서 안하게 됩니다. 마무리를 못하는 성격이라 이럴때마다 안타까워요. 억지로라도 아무거나 써봐야겠어요. 이렇게.


원했던 바는 세계 규모의 인구 연구 동향의 최신 정보였는데, 그것은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발표 논문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겠는데, 하나는 단일한 가설을 바탕으로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 설명입니다. 그 중에 "일요일에는 안돼"였던가 하는 제목의 일요일이 다른 요일보다 출산률이 떨어진다는걸 입증하는 논문이 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아주 간단한 명제를 하나 놓고 그것을 입증하는거죠. 대부분 아주 작은 지역과 표본집단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이런 지엽적인 정보들은 흥미롭긴 하지만 미시적이며, 체감이 잘 안 됩니다. 두 번째 종류로는 거시적인 분야로써 장기적인 전망을 하는 것이죠. 저로서는 두 번째 종류의 발표들을 찾아 듣는 것이 일단은 좋더군요. 그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으니까요. 전자의 경우 발표가 별로 인기가 없어서 듣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전망치 등을 정리해서 다국가 단위의 단체가 발표하고 나면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흔하더군요. 국립 연구소 및 UN 등에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고, 그 다음이 대학교 산하 연구소, 그리고 나서 대학교에서 나오는 논문들로 질적 차이가 있더랍니다. 대학 논문들이 지엽적인 경우가 많구요.


그래서 체감한 전망은 어떤 것인가 하니, 세계가 상당히 다양한 상태라는 것, 그리고 그 차이가 꽤 광범위하다는 것입니다. 즉 과거에는 꽤 균질한 요건들의 국가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현재는 최고 출산률과 최저 출산률의 차이가 상당하다는거죠. 이는 세계 단체가 감당해야할 전략이 매우 다양해야함을 뜻합니다. 저출산 정책부터 고출산 정책까지 전부 담당해야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PIFF나, UNFPA의 정책이 대륙별로 상이하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구 이동이 있더군요. 바로, 도시화말이죠. 도시화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1. 농업을 하지 않음, 2. 일하는 곳에 살지 않음. 정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은 이미 도시화를 겪을대로 겪어서 이촌향도의 마무리 상태에 있는데, 중국과 인도는 도시화가 근 10년 사이에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간단히, 우리가 겪었던 것들을 지금의 개도국이 겪고 있다고 상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온 거대한 도시와 저소득층이 도시 중심에서 바깥으로 밀려나는 공동화, 그리고 슬럼가의 형성이 현재의 개도국에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도시를 단일 비교한 논문에서는 중국의 거대 도시들이 미국보다 더 많다고 나오더군요. 1000만, 500만 식으로 나눴던거 같아요.


이민자 수의 증가와 국가 단위의 송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더군요. 멕시코 등의 남미에서 미국으로 이민와 번 돈을 송금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텐데, 그 규모가 계속 커져갈 것인가 봅니다. 시민권 자체가 바뀌는 이민 숫자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늘어가는터라 (국적 이동 장벽이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진다 볼 수도 있겠고) 세계구급의 인구 이동이 근미래에는 더욱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이민 이유를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이 일자리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이민자 수의 증가는 각 국가의 국민성을 해체하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시화가 한 국가 내의 특색을 균질화시키는 것 중 하나라면, 이민은 세계의 특색을 장기적으로 균질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것들에 대한 반발 때문에 재특회나 이민자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하지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상 이민자 수의 증가를 막을 방도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한국인이라면 쉽게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이 나오더군요. 다문화는 피할 수 없을 것. 출산율은 쉽게 올라가지 않을 것. 하지만, 동거가 늘어나고 결혼은 줄어들 것, 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더군요.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출생주의와 가족주의는 여기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유럽 국가 중에 출산률 저하를 벗어난 국가들의 공통점이 결혼 자체에 대해 융통성이 높은 나라들이라는 것입니다. 미혼모에 대해 긍정적이며 결혼과 출산을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결혼 제도가 출산을 막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여기에 대해서 한국의 속도위반 결혼이 전체 결혼의 10%라는 것을 들더군요.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주장은 흥미로워서 더 살펴볼 듯 합니다. 다만 가족주의에서 유동적이고 융통성을 가진다는 것이 함의하는 바가 어떤 사회이고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남미는 20대의 동거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지라 그도 참 놀라웠습니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60% 이상이 동거한다고 했던거 같은데. 과연 예측한대로 한국도 동거가 증가할까요?


지난번에 잠깐 게시판에서 나온 만혼과 중위연령에 대해서라면 전 한국의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건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국가들은 중위연령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1. 유아 사망률이 적을 것. 2. 평균 수명이 높을 것, 을 만족해야하는데 둘 다 만족하는 것일테니까요. 다만 첫 출산이 느려지면서 폐경기와 가까워지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최근에 본 책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렇지만 수정 전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기술은 개인의 인생 설계뿐만 아니라 나라의 인구 구성까지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2003년 미국 동부 보스턴Boston에 '익스텐드 퍼틸리티Extend Fertility'라는 클리닉이 생겼다.
난자를 미리 채취해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원하는 시기에 해동하여 임신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술 비용 1200만 원과 연간 보관비 47만 원을 받고 난자를 보관해 준다. 지금까지 200명 이상의 여성이 난자를 보관했다. 임신 능력이 높은 젊은 시절에 난자를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캐리어 형성이 일단락되어 좋은 남자를 만나면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하는 캐리어 지향의 30대 독신 여성이 많다고 한다. 40대에 난자를 냉동하기 원하는 여성도 많지만, 이 회사는 "이미 난자의 임신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대상 고객을 30대까지로 한정하고 있다. -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 202쪽

이는 협소하게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대중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늦은 출산 문제도 해결이 될 것입니다. (설마 인도의 대리모가 납득 가능하게 합법적인 사회로 들어오리라고는 예상치 못 하겠습니다만.)


세계적인 추세로, 선진국에서 출산률을 높이려면 1. 여성의 취업을 유지시켜야 하며, 2.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야 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미 여성이 남성보다 교육 수준은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여성 남성의 초등/중등/고등 학력을 비교해놓은 인구표가 있는데 나중에 찾아보도록 하죠, 이 글은 대충이나마 기억나는대로 쓰는 중입니다ㅠ) 취업은 높지 않고, 출산 이후 재취업은 더더욱 낮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성이 회사를 다니다가 아이를 낳고도 다시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야 출산률이 오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에 대해 첫 출산과 두번째 출산에 대한 정교한 논문이 있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통틀어 체감한 바로는, 한국은 꽤나 안정적인 선진국에 속해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분명히 한국 내에서는 고통스럽고 힘든 면모도 많고, 고칠 것들이 태산이지만 세계 대부분의 나라보다는 낫다는 것이죠. 한국에서 특정 국가로 이민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193개국 국가 중에 한국을 제외하고 나머지에서 제비뽑기로 가게 된다면 별로 가고 싶지 않겠죠. 좋은 나라보다 좋지 않은 나라를 뽑을 가능성이 정말 높으니 말입니다. IUSSP의 회장이 "이 총회에 개도국 학자들이 많이 참가했으면 싶다. 그리하여 서로 정보를 많이 나누고 함께 인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정보를 알았으면 좋겠다" 식의 말을 했을 때, 개도국에 한국은 포함이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제 느낌으로는 무급에 노동착취를 당하는데도 노조의 도움이나 법적인 재제를 받지 않는 약자가 아닌가 싶더군요. 잠깐 검색해봤는데 자원봉사기본법은 있습니다만, 자원봉사에 대한 정의일 뿐 하루에 몇 시간 이상 시키지 말라거나 얼마 이상의 활동은 다른 식으로 보상을 받는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군요. 세계 인구 총회 같은 경우 영어를 하거나, 프랑스어를 하는 자원봉사자를 더 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좀 고민스러웠습니다. 부산에서는 아마 BIFF도 할텐데 그도 많은 영역이 자원봉사자들로 돌아가게 될텐데 그게 매우 기묘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행사를 돌릴만한 인원을 도시의 대학생/백수들을 흡수하여 자원봉사자들로 가뿐하게 돌릴 수 있다는 이상함이랄까요. 총회나 행사, -제 등이 꾸준히 있는 일이 아닌지라 그런 식으로 인원을 수급해야한다는 건 알겠지만.. 스펙을 미끼로 걸고 노동착취라는 기분은 지울 수 없더군요.


다른 것으로는 세계 단위의 학술적 행사를 한국에서 많이 유치했으면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는 한국어 지원을 해서 한국인들의 참여를 좀 늘렸으면 싶더군요. 적어도 정부시책으로나마 이번에 공개된 논문들이나 총회 등은 한국어 자료를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한국어 이야기를 하니 말인데, 요새는 한국에 있는 대학교이면서도 영어로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어 국내에 학술 정보계에 언어 장벽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을 지경입니다. (국가 기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대학 강의들 중 특정 주제 강의 들이 영어 강의만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하는 푸념일지도 모릅니다.) 안그래도 웹에서의 고급 정보들이 유료화로 속속들이 변해가는데 정부에서 연 것들은 무료 제공을 해주면 좋겠다는건 거지 심보일까요. (조세연구원에서 내는 월간지를 돈 내고 받아야 한다는 푸념일지도 모릅니다-_-)


2_ 벡스코 옆에 부산시립미술관이 있어서 겸사겸사 가봤는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봤던 하정웅 컬렉션 특별선이 부산에 도착해있어서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국의 시립 미술관에서 돌아가면서 하는데 한 번 더 마주치니 그 우연이 웃겼어요. 부산시립미술관은 입장료가 없어요. 지하에는 초등학생들의 작품들이 있었는데 5학년이 그린 대상은 사기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손이유의 작품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올라갔는데, 제가 원했던 작품은 없었습니다. 물어보니 각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다른 미술관에서 보낼 수 있는 작품을 모아서 전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미술관에서 보내주지 않으면 없을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 그걸 알았을 때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샤갈의 공룡이 그려진 작품은 한 번 더 볼 수 있지만 내가 꽂힌 작품은 다시 못 보다니, 그 때가 아슬아슬한 기회였구나 싶었어요. 기증작품전으로 이우환의 작품 몇 개가 있었는데 전 그 사람과는 별로 안 맞다는걸 알았습니다. 단순한건 제 취향이 아니더라구요.


3_ [더 테러 라이브], [감기], [엘리시움]을 봤습니다. [일대종사]는 주변에 하는 곳이 없더군요. 전 이제 외국 SF보다는 한국 스릴러를 더 신뢰하고 볼 수 있겠더군요. [엘리시움]은 영화관에서 본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감기]의 경우, 전 어느 누구에게도 마지막까지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봐서, 블랙 코미디로는 적절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장혁이고, 꼬마애고 모두까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인터넷 여론은 어린이들에게 적대적이지 않나 싶은데, 그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놨단 생각이 들더군요. [감기] 전체에 이기적인 사람들 뿐이고, 전부 이기적인데도 문제가 해결되는게 참 한국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한국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과 실제 그렇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겠죠.) [더 테러 라이브]와 함께 신랄하게 모두까기를 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더 테러 라이브는 테러범을 까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분이라 썩 공평하단 생각은 안들었지만요.) 제 기억에 외국 영화들 중에 보이는대로 마구 까는 영화를 보질 못해서, 이게 한국 영화 특색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도 떠오르구요.)

    • 한국이 선진국인가 개발도상국인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인가에 대한 논쟁을 인터넷 공간에서 종종 보는데, 이미 학계고 국제연합을 위시한 단체에서고 선진국이라고 인정하는데 스스로 아니라고 하는 모습이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잣대는 상위 x개 국이 가질만한 잣대를 몇개 만들고 이를 충족하면 받게되는 상대적인 개념임에 비해서 선진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좀 있으셔서 학교다닐때 개도국이라고 배우셨거나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은 독일정도는 되어야지!"라고 자신만의 선진국 개념을 설파하거나 중에 하나더라구요.





      뭐 여튼 200개국을 1/200으로 뽑아도 한국보다 나은 나라 해봤자 20개 안짝일거같고, 인구비율로 뽑아도, 국가 면적 비율로 뽑아도 비슷할 듯 한데 이정도면 당연히 선진국이죠
    • 개발도상국에 사는 입장에서 한국은 확실한 선진국이에요- 이 나라랑 여러 면에서 비교할 수준이 아니라는. 다만 경제적 성장과 정치, 문화를 비롯한 타 부문의 성장 속도가 서로 다른 데서 오는 혼란이 좀 있는 것 같달까요.
    • forestkwon_ 저는 대충 그런 푸념들이 "애증이 있어서 까는거다" 식으로 감수해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시민도 프랑스를 까고, 독일 시민도 독일을 까니까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만 한국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바는 한국인이 훨씬 이런 부분에 있어 문화적으로는 신랄하지 않나 싶더랍니다. 정치 관련해서도 과연 정말 한국인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세계의 주요 대선 평균 투표율을 보면 그런 생각이 문뜩 문뜩 듭니다.

      늘보만보_ 압축 성장이 주는 것은 선진에 대한 허기겠죠.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보니 그 속도가 둔화될 때 체감이 심하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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