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겠지만 길고양이들은 별 생각 없이 귀엽다고 입양받아 키웠다가 여러 사정으로 못 키우니까 버려서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죠.(물론 스스로 집을 나가서 길고양이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요). 지금도 계속해서 벌어지는 일이고요. 지난 20여년 사이에 길고양이의 수가 얼마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죠. 서울에 쥐가 거의 멸종했잖아요.
간단히 말해 고양이 박해자들 못지않게 무책임한 고양이 애호가들도 문제인거죠. 파양이 얼마나 자주 이루어지는지.. 파양을 하려는데 데려갈 사람이 없으면 버리는 거죠 뭐. 중성화수술을 안 해서 발정기에 가출하는 경우도 절대적으로 주인책임이고요.
그러니 충분히 알아보고, 장기적으로 자기가 키울 수 있는지 충분히 고려한 후에 자신이 생기면 입양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고양이가 뛰어놀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지, 정기검진과 각종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못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돈 없으면 짐승 키우지 마세요), 고양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줄 수 있는지(아침에 나가 밤늦게 들어와서 집에서 잠만 자는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는 건 진짜 나쁜 짓입니다), 고양이에게 청결한 환경을 유지해줄 수 있는 부지런함을 갖추고 있는지도 생각해야 하고요(사료를 무진장 부어놓고 물도 거의 양동이로 받아놓은 다음 5-6일은 기본이고 어떨때는 열흘 이상도 집에 안 들어오는 사람도 봤습니다. 당연히 화장실은 그 기간 동안 못 갈아주는 거고요.)
또 웃겼던 건 자그마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출퇴근이 버스로 한 시간씩 걸리는데 매일 고양이를 데리고 (버스로) 왔다갔다 한다고 했던 것.
미혼의 경우 결혼을 해서 배우자나 집안에서 고양이를 반대할 때 끝까지 싸울 의지가 있는지,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배우자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천식에 걸리고 피를 토해도 눈하나 깜짝 안할 자신이 있는지 등도 체크해야 하죠.
가족 중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어 베란다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분도 봤고, 원래 고양이를 키우던 분인데 남의 고양이를 한 달 맡았다가 천식 걸린 분도 봤습니다. 종과 개체에 따라 다르지만 알러지 유발이 심한 녀석은 답이 없죠. 배우자가 일년내내 알러지약을 과용하고 잠자리에 들면 세시간 이내에 기침하면서 일어나서 집밖에 나가 한시간은 있어야 기침이 가라앉고... 그러면 고양이를 다른 집에 보내든지 이혼하는 수밖에 없죠. 그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아도 배우자의 고양이 때문에 알러지 약을 달고 살면서 매일 콧물 기침에 시달리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 글의 전제는 오래 키운 고양이를 다른 집에 보내는 게 몹쓸 짓이라는 것이고요. 그게 별것 아니라면 물론 얘기는 달라집니다만.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할 때는 누구나 오래 키우고 싶어해요.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겠죠. 가족과 고양이 중 누구를 버릴 것인가. 아니 그 전에 고양이는 가족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사람을 버리든 고양이를 버리든 그건 매한가지로 똑같이 '가족'을 '버리는' 게 됩니다. 사람을 버리고 고양이를 선택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다른 판단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보편적인 수준의 주장과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오래 키우던 고양이를 버리는 것은 몹쓸 짓 맞습니다만, 사람이 몹쓸 사람이라기보다 상황이 그런 경우도 있죠. 길고양이 보호(양성화(?))의 경우 애묘인들의 분노 충족보다는 대중의 보편적인 공감대 형성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증오감이나 공포감을 조성하지 마세요.
오버는 님이 하는 것 같은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오래 키우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환경의 변화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깊게 안 합니다. 애완동물이 나이 드는 것에만 집중파고 본인이 나이드는 것에는 둔감하죠. 저도 열두살 된 개를 키우고 있는데 처음 데려올땐 결혼할때도 데려가면 되겠지 라고 가볍게 상상만 했지 현실적인 결심은 안 했어요. 대부분이 그럽니다. 님이 이런식으로 반응하는게 오히려 공포감이 드는군요.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나는 일들을 공포감 운운하며 덮으려 하니까요.
무분별하게 물과 사료를 줘서 개체수를 늘리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이 심해져요. 고양이에 대한 테러는 그런 불만의 축적도 한몫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누며 살면 좋지만, 그건 말뿐으로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어버린지 오래, 사실 도시의 길고양이 개체수는 이미 충분히 많죠. 직접 나서고 싶다면 TNR 사업에 동참하세요. 동물 단체에 후원을 하는 것도 쉬운 방법 중 하나고요.
오태커님 의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게 됩니다. 아무나 동물을 물건처럼 사는 일 반대해요. 아기때 귀엽다고 쉽게들 들이지만 길게는 십 몇 년 평생을 책임질 능력이나 책임감이 없는 인간은 동물을 '애호' 할 자격도 없지요. 어떤 식으로든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도대체 우리나라처럼 동물을 혐오하는 문화를 가진 나라가 또 있던가요? 나는 아니더라도 나랑 같은 종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연대 책임 의식이 생기지 않나요?
얼마나 싫길래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공간 출입구를 시멘트로 막아버리나요? 얼마나 싫으면 힘 없는 어린 생명체의 눈을 뽑고 정수리에 대못을 박나요?
우리 동네만 해도 길냥이에게 먹이주는 사람, 못본 듯 해요. 최소한 동서남북 300미터 이내에요. 먹이 그릇을 아무리 인적 드문 곳에 놔둬도, 곧 누군가가 치워버립니다. 저같이 한겨울 혹한기에나 드문드문 챙겨주는 사람이 뭐 이런 말할 자격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개체수 증량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