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영화, 어떻게 보시나요?
질문이 좀 웃기죠? 보고 싶으면 그냥 영화관가서 보면 됩니다만, 저에게 있어 애니메이션은 조금 다른 문제로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전체관람가를 받은 작품이니 만큼 어린 아이들과 같이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직 집중력이 떨어지는 애들이다 보니 영화 중간에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트리거나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요. 특히나 더빙버전인 경우엔 더 그렇죠. 아예 심야시간대에 자막버전으로 편성되면 완전 땡큐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해서 <몬스터 대학교>를 꼭 보고 싶어요. <월-E>나 <업>같은 작품을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데 관람 환경 때문에 많이 고민됩니다. 아이들이 떠드는 거야 너무 당연해서 별로 애들한텐 조용히 하라고 싶진 않아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제가 오히려 피해서 영화를 보고 싶죠. 저도 꼬마시절에 영화관에서 자주 산만하게 굴었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게 지루해서 몸을 베베 꼬기도 했죠. 물론 애들이 다 떠들고 산만하게 구는 건 아닙니다만, 확률적으로 봤을 때 아이들이 영화관에 많이 오면 시끌시끌해 질 가능성은 매우 높아집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과 애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강하게 충돌합니다.
얼마 전 참석한 홍상수 감독이 <우리선희> GV행사에서 영화 심의를 항상 ‘19세 이상 관람가’로 신청한다는 걸 듣고 놀랐습니다. 영화에서 잔인한 폭력장면과 노출이 없다 할지라도 내용의 이해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고등학생들이 가만히 영화를 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개중엔 성숙한 고등학생들이 있을 거라고 덧붙이셨습니다만.) 내용의 이해도는 분명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분명히 겉으로 드러나기에 성인관객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겠냐고 하시더군요. 완전 공감했습니다. 홍감독님의 생각에 지지하구요.
얼마 전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을 봤는데요.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관람하더군요. 아마 학교 선생이 보라고 시킨 거 같아요. 근데 얘네들 태도가 아주 가관이더군요. 중간에 스마트폰을 켜서 대놓고 전화를 하지 않나 서로 낄낄대면서 농담을 주고받지 않나 들락날락 거리지 않나. 엔딩크레딧이 보이자마자 박차고 일어나면서 큰소리로 쌍욕을 퍼붓습니다. 존나 XX 재미없네, 와 XX 이딴 게 다 있냐 XX. 담임 XX. 제가 고등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저렇게까지 막 나가진 않았는데요. 지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관객들이 있는데도 저렇게 교실에서 행동하듯이 할 수 있나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긴 <링컨>이 고등학생이 보기에 쉽지가 않은 영화죠.
예전엔 영화를 심의하는 항목 중에 ‘내용의 난해함’을 보고 왜 이런 항목이 있을까 의아해 했었어요. 내용을 몰라도 어린아이들이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었거든요. 링컨사태(!)를 계기로 확 깨달았습니다.
어쨌든 다시 애니메이션 영화로 돌아오면요. 자막버전은 그나마 좀 아이들이 덜 올 것 같은데 <슈퍼배드2>는 자막버전이 거의 없군요. 전문가님들 평들에 의하면 그다지 이전 작품의 훌륭함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싶네요. 컴퓨터 그래픽의 때깔과 질감을 영화관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요.
딜레마입니다.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