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재미있게 봤네요(스포 있음)

이상하게도 작년에 본 사극영화 <후궁>이 오버랩되더군요. 꽉 찬 스토리를 헐레벌떡 따라가기 바쁘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관상도 후궁만큼이나 러닝타임 내내 가쁘게 스토리가 이어지고 그 결과로 후궁처럼 뭔가 조여주고 풀어주는 맛이 없는 모양새가 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물론 스토리의 재미 면에선 관상이 후궁보다 낫습니다. 미술과 음악, 의상은 후궁이 관상에 압승했고요. 관상 첫 장면에 김혜수가 뭐라 표현하기 힘든 요상한 헤어와 옷차림으로 등장할 때 '아이고 이 영화에서 미술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겠구나' 생각했는데 역시나-_-;;;

요즘 만들어지는 사극미술 보면 돈 들인 티는 확실히 나는데 어째 80년대 어우동이나 황진이보다 촌스럽고 후져보이는지.  임권택의 춘향전 같은 억 소리 나는 그림을 기대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너무 별로예요.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이 꽤 있는데... 하긴 전 한재림의 전작도 딱히 인상 깊진 않았네요.

 

배우와 각본이 살린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조정석더러 조선시대로 간 납득이라고들 많이 말하는데 전 딱히 납득이란 생각은 안 들었어요. 유머러스하고 된장국물 같은 그런 느낌이 조정석이란 배우 특유의 개성이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

송강호는 언제나처럼 좋긴 한데 더 좋게 보여질 수 있는 부분에서 연출이 받쳐주질 못한 것 같습니다. 전 영화에서 내경이 관상을 보면서 사람을 통찰하는 장면이 참 재미있었는데 그 부분이 뜻밖에도 그냥 설렁설렁 빠르게 휙휙 지나칩니다. 주인공의 빼어난 능력을 과시하는 장면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는 속도로 처리해버린 거죠.

이정재는 <순애보> 이후부터 연기 못하는 배우란 생각을 버렸기 때문에 이번에도 딱 제 역량 발휘했구나 정도. 그런데 내경과 달리 수양대군은 연출빨을 좀 받은 인상이에요. 수양대군이 처음 등장할 때 편집이나 음악 등은 작정하고 배우를 돋보이게 해줬구나 싶었거든요. <신세계>에서 다소 답답하던 이정재 연기를 생각하면 이 친구는 배역에 따라서 약간 기복이 있는 것 같아요. 비열하고 변태적이고 빵 터뜨리는 그런 배역을 만나면 참 잘하는데 뭔가 감추고 자신을 다스리는 배역에선 상대적으로 인상이 깊질 않아요.

이종석은 비중은 크지 않지만 예쁘게 나옵니다. 김혜수는 이 게시판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 그대로 '낭비'된 느낌이에요.

 

사람들이 말하는 만큼 뒷심부족은 아니에요. 전 오히려 수양대군 등장 이후부터 훨씬 재미나게 봤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관상은 영화보단 드라마에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캐릭터들도 재미있고 좀더 풀어놓을 이야기가 영화 뒤에 더 존재할 것 같거든요. 장편소설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아 그리고 음악이 정말 죄악입니다. 영화 수준을 두 단계는 떨어뜨려놓은 주범입니다.-_-;

 

웬지 첫장면에서 아마데우스의 첫장면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네요.

 

참참... 수양대군 마지막 대사에서 뿜었어요. 수양대군 아들도 결국 죽는데 자긴 그걸 모르고 희희낙락....

    • 음악이 죄악... (맞춤법 지적 아닙니다)
    • 그러고보니 아마데우스 오프닝과 흡사하네요. 그리고 <관상> 장편소설 버전이 개봉에 맞춰서 출간됐더라고요.
    • 후궁은 정말...별로였는데 새미포르노에 겨우 구색을 갖춘 시나리오.
      이정재 연기는 좋아해요. 하녀에서도 참 좋았어요.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할 때도 느낌 좋더라구요~
      조정석은 한동안 납득이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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