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보다가 나온 후기 (장면 묘사 스포일러 있음)

별로 김기덕 영화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누가 김기덕을 좋아하는 감독으로 꼽으면 '우잉? 그래?' 하는 축.


그래도 신작이 나오면 꾸준히 챙겨보긴 했어요.

좋아하진 않지만 또 마구 불편하다기보다 그냥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 정도? 였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뫼비우스>도 상영하길래 보러갔습니다아.


쎈 영화나 잔인한 영화를 못 보는 건 아닌데 (<악마를 보았다>나 <추격자> 정도엔 꿈쩍하지 않고 <세르비안 필름>도 약간 임계치긴 해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정도..) 요번엔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영화 시작하고 10분 동안 <트랜스포머> 뺨치는 빠른 컷들이 이어지는데 (물론 뺨치진 않을 겁니다 ㅎㅎㅎ 훨씬 느리겠지만 그냥 평소 느린 편집의 영화만 보던 제 정서에는..)

그게 다 10분 후의 성기 절단을 위한 것이었단 느낌 밖엔 안 들더라구요. 심지어 그 잘라낸 아들의 성기를 엄마가 우적우적 씹어먹고.. 그걸 정면에서 굳이굳이 보여주고!! 

<안티크라이스트> 같은 영화도 큰 거부감없이 봤는데 <뫼비우스>는 영 속이 미식거려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싶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뭣할 정도로 계속 이어지니까, 그나마 조재현이 아들 안고 병원 가는 데서 지금 안 일어나면 못 일어날 거야! 싶길래 벌떡 일어나서 나왔어요.

너무 허겁지겁 나오느라 나오다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무릎도 깨먹고 -_- 집에 와서 '이게 다 김기덕 때문이야!' 를 외치며 아까징끼를 바르고 있습..


하여튼 나오고 나서 시계를 보니 상영 시작하고 14분 지났더군요.

나중에 아는 언니한테 들으니까 조재현이 자기 성기 절단해서 아들한테 준다면서요? (그 언니도 <뫼비우스> 볼 생각이 전혀 없어서 그냥 스포일러를 들으신 듯..)

아니 왜 이렇게까지 찍는 거지....

영화를 다 본 게 아니니 뭐라고 논할 자격은 없겠지만 제가 본 10분만 보자면 그냥 좀 저열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감정이 고조돼서 인물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아니고 이건 그냥 진짜 신체를 훼손하기 위해 봉사하는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내가 다시 김기덕 영화를 보면 사람이 아니다, 까지는 아니지만 다시는 신작이 나와도 안 봐야지라고 마음은 먹었습니다.

하지만 한 때는 김기덕과 더불어 비호감 감독으로 분류됐었던(?) 홍상수도 초기작과 지금의 작품이 주는 느낌의 차이가 크니까

김기덕도 훨씬 다음에 뭔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하면 또 보고싶어서 팔랑댈지도 모르겠네요.


    • 성기 제거나 어머니가 아들의 성기를 입에 넣고 씹어삼키는 것이나 후반 가면 다 그에 상응하는 또다른 요소들이 등장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영화의 구조에 이바지합니다. 성기를 제거하기까지의 파국보다는 성기를 제거하고 어미가 사라진 자리에서 성기를 잃은 두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한 남성의 성기로 대표되는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퍼져 나가고 나아가 고통과 쾌락, 가족과 욕망, 아버지와 어머니, 아버지와 아들, 고통의 시작과 끝 등 서로 다른 혹은 상반되기까지 하는 것들이 실상 하나에서 나온 것이라는 데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납득이 돼요.

      또한 초반 10분의 모든 것들이 성기 절단만을 위해 나온 것이라기엔, 가족의 분할을 미리 전제하듯 각기 다른 프레임 안에 세 인물을 가둔 컷에서 발악에 가까운 다툼, 마지막 몸부림에 가까운 애처로운 모정 등으로 인물들을 프레임 안에 엮고, 남편의 불륜을 바라보는 아들과 엄마를 각각 등장시키고, 남편의 거세에 실패한 어머니가 자위하는 아들을 거세시키게 되는 그 과정 상의 숏들이 그렇게 무의미해 보이지도 않았고요.
      • 댓글 읽고보니 그러쿠낭 그런 거였구나 하고 급 납득.. (저 너무 줏대가 없나요..!!) 하긴 애초에 10분 보고 나왔으면서 '적어도 내가 본 10분에 대해선 말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한 건 좀 오만했던 거 같아요, 저열하단 말도 그냥 오늘 받은 멘붕에 대한 복수심으로 쓴 표현이란 생각이 들어서 약간 창피하네요 ㅎㅎ 수정하고 싶지만 댓글이 붕 뜰 거 같아서 냅두겠습니다!
    • 으익; 피에타도 힘들었어서 원래 안 볼 생각이었지만, 혹시나 궁금해했던 제가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로 쎄네요.
    • 감사합니다. ㅜ 덕분에 피했어요. 영화가 정말 궁금하긴 했는데, 저도 기겁을하고 뛰어나왔을거에요. ㅜ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4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1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