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관상 후기 (스포 있음)

관상 감상 이러니 어감이 안 좋아서 관상 후기로.........

 

최근 열심히 사극을 쓰고 있는 관계로 볼까말까 망설이던 영화였지만

어차피 추석때면 볼 것 같은데, 한 주 빨리 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잘 만들었다고 말 할 수는 있지만 완성도가 애매한 영화입니다.

 

흥행코드는 전반부의 캐릭터코메디와 후반부의 거대한 역사의 파도 앞에 선 개인사 등으로 확실하지만

일단 관상이라는 제목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내에서 펼쳐지는 관상에 대한 이야기가 좀 후져요

다음으로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팩트를 가지고 너무 쉽게 가는 면이 있지요

 

앞서의 관상이야기는 일단

이른바 점쟁이라는 캐릭터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남의 길흉을 점치면서도 자신의 운명은 모른다라는 설정을 너무 날림으로 때웁니다.

그래서 수양이 마지막에 송강호에게 말로 그 설정에 대한 일침을 확실히 놓지만 감흥이 너무 안 나는 이유가 됩니다.

또 이런 부분도 있겠죠,

일반 관상가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호상이나 이리상처럼 대체적인 틀거리에서 판가름한다면

이 영화속 송강호처럼 초일류의 관상가라면 그 틀거리를 벗어나는 무언가를 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물론 관상을 미신짓거리로 보거나, 겨우 관상쟁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다면 일반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그러기엔 일단 영화 속 송강호의 캐릭터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득력적인 부분에서 걸리고요

다음으론 당대의 관상쟁이는 지금의 무당-사기꾼 스탠스로 판단할 수 없는 독보적인 전문가 스탠스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 속 송강호는 분명 사기꾼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묘사되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가 스토리를 위해 너무 관상이라는 부분을 취사선택한 것이 과하다는 것이죠

 

극적재미와는 별도로 좀 더 관상가로서의 송강호캐릭터를 확장시켜 본다면

송강호는 김종서를 볼 때 그의 운명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를 선택하겠죠

마치 제갈양처럼.......그리고 다음으로 역시 수양대군을 본 다음 자신의 운명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바꿀 수는 없는 것이죠.......그는 이미 선택을 했으니.........

이것이 캐릭터로서는 맞는 균형잡힌 당대의 초일류 관상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계유정난 팩트는

무엇이 쉽게 가는 것이고, 어렵게 간다는 건 무어냐 하는 질문이 있을텐데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의 문제겠죠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사실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사람은 수양-단종-김종서지

송강호와 그 주변 인물들이 아니죠,

이것이 물론 거대권력자들의 힘 앞에서 민초나부랑이들은 그냥 끌려간다라는 명제하에 별 부담없이 받아들여지지만

그렇다고 중반부까지의 주인공들을 이렇게 방치해 놓은 건 안 될 말이죠

당연히 영화에서도 대충 두 가지 상황을 가져다 놓고 주인공들에게 뭘 시켜대지만 역부족입니다.

이것이 다 쉽게 계유정난이라는 실제 아주 극적인 상황을 가지고 너무 쉽게 스토리를 짜다보니 만들어지는 일입니다.

 

어렵게 간다면

첫째로는 일단 송강호 캐릭터를 키우는 방식이 있겠죠

그의 선택이 좀 더 무게감이 있고 어느 한 쪽을 좌지지우지 할 수 있으면 영화는 많이 달라집니다.

재료가 없지는 않아요, 완전 낭비된 김혜수만 좀 더 활용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다음으론 평면적인 수양과 김종서의 캐릭터를 좀 더 양면적으로 바꾸는 겁니다.

선과악의 대립처럼 보여지는 영화속 상황 (물론 김종서는 상대적으로 양면적으로 그려지긴 하지만요)

을 애매하게 바꾸어 놓는 것도 어려운 것은 아니죠........선례도 많았구요

 

하지만 이 영화는 당연히 쉽게 갑니다.

어렵게 가는 게 더 재미도 떨어지고, 잘 쓰는 것도 어려우니까요........

 

앞으로

한국 사극영화의 미래는 아직도 밝습니다.

영화적 쟝르물들을 현대물로 풀어내기에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너무 역동적이라 캐릭터 몰입을 시키는데 어려운 면이 맍죠

하지만 사극은 좀 더 쟝르물을 펼쳐놓고 놀 기가 쉬운 판이죠

한 두가지만 틀거나 소재주의 기획도 꽤 사람들이 관대하게 받아들여주니까요.......

 

지금까지의 한국사극영화들의 흥행은 대충 이런식으로 성공한 편이었는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관상정도의 호화캐스트에 예산에, 영진위대상각본정도면 어느정도 영화의 급을 높일 필요가 있는데

과연 이 영화가 그정도인지는 모르겠어요

내년에 나올 사극대작들을 기대하겟습니다.

 

 

 

 

 

 

 

 

  

 

 

 

 

 

 

 

 

 

 

 

    • 영화가 관상을 제대로 써 먹지 못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마지막 수양의 대사는 '남의 길흉을 점치지만 자신의 운명은 모른다는 설정'이 아니라 '아들의 운명을 알고 있었지만 막을 수 없었던 아비의 부정'에 방점이 찍혀 있던 것 아닌가요? 그게 계유정난의 벌어질 일들을 알면서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주인공의 무력한 상황과 연관이 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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