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종사, 꼭 영화관에서 보세요. + 잔 다르크의 수난도 봤습니다. (결말이나 상세한 내용 없음)

 

 

1. 일대종사

 

 

  추석 연휴가 다 끝나가는 와중에 저는 심야영화로 일대종사를 봤습니다. 보고나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을 챙겨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작품들을 보게 만드는 명작이더군요. 걸작이라는 표현보다는 명작, 아니 표현이 있는지 지금 확신은 가지 않으나 美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씨네21에서 본 인터뷰만으로도 감독 자신의 사고의 깊이가 느껴져 호기심을 자아냈었습니다만, 작품 세계로 보니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낸 지는 꽤 오래 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내용이나 여러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을 들여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만, 영화나 왕가위 작품 좋아하시는 분이 일대종사를 집에서 보시거나 컴퓨터로 보신다면 참 안타까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관에서 보아야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작품입니다. 요 근래에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준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가 특수효과와 바다의 경이로움으로 영상미를 구현해냈다면, 일대종사에서 감독은 자신의 철학적 내용과 소신 있는 영상으로 왕가위라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다른 '무술영화'(무협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네요. 이 영화는 무술을 빌려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해서요.)와 다른 지점에 대해서는 듀나 님이 이미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무협들과 다른 차이가 분명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잡히지 않더군요. 그러나 듀나 님의 묘사대로 '인물들을 길고 좁은 곳에 가두었다'는 것이 그  차이의 지점이라 보입니다.

 

  무엇보다 장쯔이가 참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씨네 21이었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양조위가 자기 분량이 줄어들어 기분 나빠했다는 말을 언뜻 본 것 같은데,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장쯔이를 볼 때마다 참 작품 보는 눈이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단 한 번도 그녀를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물론 얼굴은 '예쁩니다'. 그녀의 개성이라 함은 중국의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해 성공한 강하고 동시에 촌스러운 무엇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양조위의 시선에서 장쯔이는 자신에게 있었을 지는 모르나 부각할 수는 없었던 기품을 가지게 됩니다. 그녀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자로 나옵니다. 위화감 없이 수많은 남성들의 우두머리 자리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그녀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이는 그녀의 스타성과 연관이 된다고 봅니다. 그 시대에 대체 어떤 여성이 남성들 앞을 진두지휘 한답니까? 사실만 빌려서 생각해보면 이상하고 거북스러워야 할 장면인데도 장쯔이는 황녀로 태어난 자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합니다. 듀나님 말씀처럼 그것도 다 그녀의 스타성 때문이겠지요. 단 한 번도 그녀가 스타라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만, 이번에야 그 스타성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중국 고위 관리인 보시라이와 엮였던 스캔들을 머릿속에서 훅, 하고 날려보낸 출연이었습니다.

 

 

2. 잔 다르크의 수난

 

 

  추석 연휴가 다 끝나가는 와중에 저는 역시 잔 다르크의 수난을 봤습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보았습니다. 성적이고 영적인 체험을 하는 듯한 음악과 압도적인 클로즈업의 향연 속에서 마치 내 앞에 잔 다르크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잔 다르크 역할을 한 여배우의 눈망울에서 희노애락이 다 나타나는데 뛰어난 연기더군요. 무성영화라는 이미 사라진 장르에 대해서 그 장르에는 어떤 아우라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단지 과거로 회귀하자는 이야기랑 똑같이 들릴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잔 다르크의 수난에서 잔 다르크의 성스러움을 담아내기에 무성영화가 참으로 적합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네요. 더 깊은 이야기는 나중에 정리해서 리뷰로 쓰고 싶습니다. 다만, 아름답고 성스러워 좋은 영화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 말에 아주 좋은 영화들을 보게 되어 흡족스러웠네요.

 

 

 

    • 말들을 어찌나 잘하는지 무술대결이 무슨 랩배틀 못지 않더라고요.
      • 엌ㅎㅎ 맞아요! 저는 보면서 참 철학적이다 생각했습니다.
    • 일대종사는 진짜 영화관에서 보셔야... 눈이 대호강하는 영화입니다.
      장쯔이는 진짜 미친 듯이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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