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자랑

저는 자타가 인정하는 동생덕후 동생불출입니다. 그렇다고 사생팬은 아니고요...

 

저의 동생님은 어찌나 깜찍하신지 서른이 넘어서고 얼굴살이 빠짐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점진적 노화의 과정에도 끄떡없이 여전히 귀여우시며

입으로는 직장생활로 찌들어간다고 하지만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너그러워져 본래의 영리함에 덕성까지 갖춰가고 계시며

시크한 척 하면서도 배려심이 넘치시며 약자에겐 약하고 강자에겐 강하시며

철없는 언니에게 가방 사라고 용돈까지 주시면서(딱 한 번 받았지만 감격) 툭하면 히트쳐서 직장 그만두게 해달라고 언니의 면도 세워주시는 그런 분입니다.

오오 동생느님...

 

제 방에 놀러와 떠들다 잠들다 갈 때에 그냥 가면 섭하다고 제가 찡얼거리면 '뭘 맨날 보는데'라고 시크하게 말하지만 다음날부터는 꼭 갈 때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시며

제가 머리도 쓰다듬고 귀도 쓰다듬고 눈썹도 코도 뺨도 쓰담쓰담하면서 아유 귀여워 우리 귀염둥이는 왜 이리 귀엽지 똑같은 레파토리의 찬양을 늘어놓아도 귀찮아하지 않고 관대히 흐뭇하게 넘기시며

밖에서 귀염둥이란 말을 쓰면 질색하다가도 작게 말했다고 봐달라는 듯이 깨갱 꼬리를 내리면 눈 한 번 흘기고 마는 매섭지만 정감있는 행동을 보이시며

언니랑 있어서 그래 언니랑 있으니 좋지? 따위의 감상강요에도 바로 응하지도 않지만 버럭하지도 않는 대범한 깍쟁이의 풍모를... 응?

뭔가 모순이 있는 듯 하지만 넘어갑니다.

 

아무튼 어찌나 귀엽고 귀여우며 나날이 귀여워지시는지 이거 참 큰일입니다.

어릴 때부터 동생님이 미모사인 줄 알고 본성질인 버럭을 억누르고 다정다정불출 사랑을 퍼부었더니 점점 더 사이는 좋아지고 이해는 깊어지고 애정은 샘솟는 결과가!

동생님이 퇴근해서 들어오는 모습만 보아도 절로 미소가 나오고 귀염둥이란 소리가 입밖으로 자동발사되니 이거 참

이래서야 동생은 그렇다치고 저는 결혼이나 할라는지......

저는 이 콩깍지가 평생 안 벗겨질 것 같으니 동생이랑 천년만년 호호심술할머니들이 될 때까지 손 잡고 재미나게 살면 좋겠는데

동생은 또 동생대로 콩깍지 씌이는 사람이랑 살고 싶어할 것 같아요. 흑흑. 가상의 매부가 벌써 원망스럽습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오늘도 동생님은 야근으로 데이트할 연인따위 만들지 못하고 회사에 계시는데

해맑게 언제 오나 기다리는 반백수 언니를 보니 어마마마는 꽁기꽁기한 심사를 감출 수가 없으신 듯......

둘 중에 하나라도 가라는 어마마마의 말씀에 "우린 하나 가면 둘 다 가야돼. 하나 가면 남은 사람이 너무 외로워져."라고 재잘거려놓고

주말이면 동생님과 저는 와우나 달리면서 시시덕대겠지요.

엄마 미안......

하지만 지금이 행복한 걸 어째요. 이게 다 저에게 귀여운 동생을 낳아주신 어마마마께서 자초하신...... 아니, 아닙니다.

 

 

 

    • 앗... 구보님 그런 여동생이 있었다니...!

      (????)
    • 응흥흫ㅎ흐흫흥

      글 읽는데 광대 승천할 거 같아요

      용모는 닮진 않았지만 심술미소만은 닮았다는 여동생 이야기시군요ㅋ

      저도 여동생전공자 한 사람 아는데 아주 보기 좋더라고요~~~
      • 네 그 여동생 이야기입니다ㅋㅋㅋ
        저도 전공을 여동생전공으로 갈아타야 할까봐요. 아니 이미 석사일지도??
    • 저의 처형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 "가상의 매부"로부터
      • 주방의 바보가 되어오시면 고려를 해보겠... (쳇ㅠㅜ)
    • 헉 저랑 똑같아요!!!ㅋㅋㅋ저도 동생이 아주 이뻐죽겠어요 자는 모습도 뭐먹는모습도 심지어 싸울때도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팍 터집니다; 저도 동생을 귀염둥이라고 불러요ㅋㅋ 저희집 귀염둥이는 살짝 고양이같은 성격과 외모로 강아지같은 언니를 조련도 합니다ㅋ 오늘 먼저 집에와서 밥 차리고 기다리는데 야근한다고ㅜ저도 동생이랑 언젠가 떨어질 생각하면 눈물이;;ㅜㅜ 아아 더 잘해줘야겠어요ㅜ 이쁘고귀엽고깜찍하고사랑스러워요ㅋㅋ
      • 그렇죠! 이쁘고귀엽고깜찍하고사랑스러워요!!! 역시 동생은 귀염둥이라 불러야 맛이죠. 끄덕끄덕. 역시 귀염둥이는 좀 새침한 구석이 있는 쪽이... 후후후후후후. 동생불출의 왕도를 아시는군요!
    • 저도 그런 동생이 있어요. 씹어먹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요. 머리는 너무 복잡하고 기분은 더 내려갈 곳도 없이 바닥을 치고 그런 때에, 옆 방에서 라디오스타 같은 걸 보면서 꺄룩꺄룩 대는 동생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그 즉시 행복해집니다. 더 없도록 평온해져요.

      자고 있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곰돌이 닮은 발가락부터 머리카락 갈라진 곳 한 올 한 올까지 남김없이, 어처구니 없게 귀엽습니다. 세상에 이런 존재가 가능할까 싶어요. 얘 주변사람들도 얘를 만화캐릭같다고 한다는데 진짜 웃기고 귀엽고 착한데다가 예쁘거든요. 야근집야근집 하느라 남자사람을 만날 기회조차 없다는 게 너어어어무 안타까워요ㅠㅠㅠㅠ
      • 맞아요. 자는 모습 너무너무 어처구니 없게 귀여워요. 자면서 입매를 오물거리는 걸 보면 아우 그냥 귀여워서 깨물고싶다니까요. 저는 머리 복잡하고 기분이 바닥일 때 동생을 불러다 옆을 턱턱 치면서 누우라고 시켜놓고 옆에 누워서 한 손을 꼭 잡아달라고 해요. 그러면 평화가 찾아옵니다. 귀찮을 법도 한데 해주는 걸 보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저도 사실 제 동생의 매력을 남자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데 그치만 알면 제 경쟁상대(응?)가 늘잖아요! 직장에서 누가 귀엽다고 했다고 하면 도끼눈을 뜨면서 '누구야?! 누가 내 동생의 매력을 알아챈겨!!'라고 추궁합니다. 동생은 어처구니없어하지만... 동생님의 매력은 저만 알고... 아니아니 제가 더 많이 알고있어야 한다구요ㅠㅠ
    • 이히히힝프힇히 요런 웃음 지으며 읽었어요. ㅋㅋ
      특히 봄의속삭임님은 새벽의 변기 노역 이후로도 동생님을 이렇게나 사모하시다니 아아 글로리ㅠ,ㅠ
      • 아아 그러고보니 봄의속삭임님은...!

        성인이셨군요. ㅠㅠ
      • 흐흐 감사합니다. 저도 제가 썼지만 좀 좋아요.
    • 저의 로망인(?)자매의 우애를 만땅 채워주시는 은혜로운 글입니다 왕왕
      • 우왕왕. 자매는 좋은 것입니다. 은혜로운 것입니다. 특히 동생님은 은총입니다!!
    • 혹시 벌칙수행중이신가요? ㅋㅋㅋ
      농담입니다 ㅎㅎ
      • 만약 이 글이 내일 사라지면 그건 제가 지운 게 아니라 동생이 지운 것일 겁니다 ㅋㅋㅋ
    • 자매는 좋은 것입니다22

      제 동생 자랑을 하자면

      통조림병이나 음료수 병을 못 딸 때 동생에게 부탁하면 항상 따줍니다. 심지어 자다가도 일어나서 따줍니다.

      저보다 키가 커서 높은 선반의 물건을 꺼내줍니다.

      제가 치과 치료를 잘못 받아서 한 밤중에 입에서 피가 줄줄 흐를 때도, 침착하게 저를 데리고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가줬어요. 제가 다리가 부러졌을 땐 두어달 동안 제 수발을 들어줬지요.

      동생이 산 새옷을 제가 먼저 입어도 그러려니 합니다.

      이런 동생 울리는 사내자식은 제가 경기도 인근 야산에 꼼꼼히 ㅡ.ㅡ 묻어줄거에요.
      • 오오오 훌륭한 동생님을 두셨군요. 제 동생은 제 수발은 안 들어줄 것 같은데... 새옷이나 새책을 먼저 개봉하면 화내는데... 큭 음료수병은 따주고 높은 선반의 물건도 꺼내줍니다. 어머 다리 말고 팔이 길어서 어째~라고 놀려도 참아줍니다. 쿨럭;
        저도 제 동생을 가상의 제부(...)가 울리면 한밤중에 콜택시 불러서 쫓아갈 거에요.
    • 저의 동생은 왠수겸 은인
      • 제 동생은 왠수에서 은인으로 진화 중입니다. 하하.
    • 와 저도 언니가 있지만 정말 신기하네요.
      언니를 좋아하긴 하지만 제 언니가 저한테 이러면 굉장히 징그러울 것 같은데;;
      보기 좋고 신기하고 그렇군요.
      • 제 동생도 징그러워 했었죠. 후후후...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는 법! 애정표현은 좋은 것입니다. 눈치를 봐가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지속적으로 퍼붓는 진심어린 애정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빠밤)
    • 내일 가방에 넣어서 오세요. 구경하게. +_+
      • 가방에 넣어 가기엔 도도하셔서요. *>_<*
    • 아, 자매의 우애란 이렇게 달콤한 것인가요? 부럽부럽습니다. 암만 사이좋은 오누이, 우애 좋은 형제라도 이 경지에는 닿기 힘들 것 같아요.
      • 사이좋은 오누이인 친구도 형제자매 간의 최고는 자매요 그 뒤가 오누이요 마지막이 형제라~고 하더군요. 모든 자매가 다 우애 깊은 건 아니겠지만 사이좋은 자매는 정말정말 좋아요.
    • 와~ 신기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시는 건가요??? 이런 경우 처음 봐서 리플 달라고 봤더니 의외로 동생 이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더 놀랐어요!
      • 여기서 나이 차이를 밝히면...(뒷말 생략) 하긴 제 친구들도 만날 놀려요. 동생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야 결혼하지 않겠냐며ㅋㅋ 그래놓고 무리다 결혼 포기해라 하고 뒤이어 놀리는 건 무슨 심보인가!
    • 전 두 동생과 소 닭 보듯 자라서 주위에 각별히 사이 좋은 형제, 자매를 보면 부러운 한편으로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마저 들어요. 남매라 데면데면한 거라고 자기 위안이나... ㅡㅜ
    • 그렇죠 자매와의 깊은 우애는 인생의 축복입니다. 동생과는 인생사의 거의 처음부터 엮여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밀착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존경할만한 품성과 멋진 능력까지 갖춘 내 살 중의 살 뼈 중의 뼈 였다 랄까.

      불의의 사고로 동생을 잃었고 그때엔 차라리 동생이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이런 고통도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삼십년이라도 최고의 자매가 있었다는 건 역시 말할 수 없이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해요. 구들늘보님 글 반갑고 좋아요. 슬프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 부럽네요. 좀 더 좋은 동생이 되어야 할텐데요.
    • 우리 누나 생각나서 로그인했어요. 중년에 다다른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운 적 없고, 얼마나 살뜰하게 챙겨주는지요. 제가 고딩이었을 때는 등짝을 벗겨놓고 여드름을 친히 짜 주기까지 했다는...ㅋㅋ 혼자 외국 사는 데 누나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 생활의 품질도 반 이하로 깎였을 거예요. 이 은혜를 갚을 방도를 딱히 모르겠어서 그냥 누나 이야기 들어주고 맞장구쳐주고 하다 보니 어느새 남매지간이 자매지간으로... ;_;
    • 아니 그 범인을 선처하신 이유가 이거였군요. 형제간 우애가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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