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웃고만 보고 있을 수 없는 블랙코미디의 핵인 재스민이란 인물의 캐리커쳐를 완벽하게 그려냈어요.
우디알렌 영감의 최근 몇년간의 작품들 모두 즐겁게 키득거리며 잘 봤는데 케이트 블란쳇을 만나니 특유의 풍자가 무시무시하도록 리얼하게 다가오더군요.
극장에서 내내 주변분들은 큭큭거리며 보는데, 보는 내내 저는 웃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디서 만나본 듯한 느낌. 짧은 미국체류 기간동안 일과 일상에서 잠시 마주쳤던 소위 교양있고 자신의 계급에대한 확고한 자각이 있는 속물 백인 여성들과의 미묘하게 불편했던 찰나의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더군요. 재스민같은 사람, 분명히 있지요. 이걸 이렇게 미국이란 사회의 한 단면을 수직적 수평적으로 잘라내어 돋보기를 들이댄 듯 묘사해 낸 우디알렌 영감의 대사와 에피소드 연출이 새삼 대단하다 느껴져요.
그러고보니 계급이 다른 두 미국인 자매를 그려내는데 호주 출신 케이트 블란쳇과 영국 출신인 배우 샐리 호킨스가 각각 나온다는 것도 흥미롭네요. 비 미국태생 배우들이 더 잘해내는 것이 드문 일도 아니지만요.
그의 최근작에서 중상류층 미국 백인 여성들이 줄곧 허영과 가벼움, 허세스러움, 기만의 아이콘으로 그려지는 것도 재밌는 공통점이다 싶어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레이첼 아담스, 투 롬 위드 러브의 엘렌 페이지,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의 재스민까지. 물론 앞의 두 사람의 극 중 비중은 재스민만큼 높지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