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너무 재밌는데 계속하기엔 양심에 걸려요...

개인적으로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끈덕지게 붙들고 있지는 못해요.
눈요깃거리에 혹해서 해봤다가 금새 포기하게 되죠.
게임에도 인내가 필요하고, 시행착오들이 존재해야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잖아요.
대체적으로 그걸 못견디는것 같아요. 혹했다가 금새 답답해지는 기분을 느끼는데,그래서 엔딩을 본게 없고,
그마저 요즘은 거의 안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저에게도 시작하면 도저히 멈출수 없는 프링글스같은 게임이 있어요.
바로 '왕의 하사품'...러시아에서 오래된 게임을 리메이크한거죠.
히어로즈마이트앤매직에 흥미와 매력을 느끼면서도 뭔가 게임이 주는 피로감과 높은 장벽들이
매번 저를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이 게임은 히마메에서 제가 느낀 그런 불편함들만 쏙 뺀 인스턴트스러운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수년전에 뭣 모르고 1편, 기사버젼을 시작했다가 거의 몇주를 거기에 매몰되서 생활했어요.
게임에 제가 몰입해서 그 지경이 되면 뭔가 위기의식이 발동해요.안된다..안된다...조금만 더하면 엔딩을 볼지도 모르지만
왠지 더이상 하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막 머리를 지배하며 전 지워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죠.
그리고 게임을 몇시간씩 마구해서 머리가 꽉 막히고,기분이 불쾌해진 상황에서 게임이 질리다.는 느낌이 드는 그 타이밍에 그냥 다 지워버려요.
그리고 저는 게임에서 벗어나요.

그런데 이 방법이 부작용이 있는것 같아요, 그러니까 마구마구 관심을 쏟았던 대상을 이런식으로 어중간하게 끝내버리고 나면 
욕구불만 같은게 속으로 싸이는지..뭔가 새로운 시발점이 생기면 또 불같이 달려들어 그짓을 하게되는거에요.
시발점이라 하면 후속작이 나오거나..갑자기 인생에 여유가 생기거나 그럴때요.

이 왕의 하사품.게임이 유독 심해서, 1편도 그랬고, 2편도 그랬고,이번에 시작했던 바이킹버젼인 3편도 그렇게 일주일간 몰입하다가
어제 화들짝 놀라서 한창 물이오른 상황에서 또 지웠어요.

이 게임은..그러니까 게임에 중독되게 되는 요소들만 단촐하게, 악마적으로 엮은 게임같아요.
레벨업...아이템과 아군병력의 콜렉팅..끊임없이 변화하는 배경변화..스토리진행도 글로만 표현되고 딱 이게 전부죠. 
긴장해야할 액션이나 콘트롤도 필요치 않아서 느긋하게 진행하면 되는게임이에요.
가장 중요한게 레벨을 올리면 그 성과가 즉각적으로, 가시적으로 딱 드러나고, 새로운 능력하나 더 활용해보고자..그 능력들의 수치를 더 높여보고자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들죠. 적들은 병력이 고정된 상태라서 목표가 확실하고 그 드라마틱한 변화에 만족도가 크거든요.
게임을 하다보면 관성적이 되기마련인데..능력의 조그마한 변화로 어제 어럽된 게임이 오늘은 수월해지며 전세 자체가 나의 수십분 투자로 획획 바뀌니까..막 새로운 기능으로 날 괴롭히던 악들을 너무나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니까..
이게 할 맛을 내는것 같아요.

딴소리인데 삶도 이런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 그런생각이 들어서 서글퍼요.
그러나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삶자체를 레벨시스템처럼 인식하며 게임에서 능력치를 올리고 레벨을 올리듯 그렇게 자신을 갈고닦으며, 승진 등을 어떤 전리품처럼 여기며 추진해나가는거겠죠?
손쉽게 가시적인 목표와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게임에 비해 삶에서의 업적들이란 훨씬 미묘하고 인풋이 분명치 않고, 커다란 인내가 필요하기에 저는 그 과정을 버티지 못하겠는거에요..
수많은 온라인게임 중독자들 또한 그 억울함을 게임으로 대리만족하는걸까요?..
이 게임은 참 재밌고,그냥 계속 하게 되는데.. 하다보면 삶의 비루함이 더욱 크게 와닿고, 내 아바타 능력 채워주면서 느끼는 허탈함때문에 후딱 지우게 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 킹즈 바운티 재밌었죠. 저도 공주가 주인공인 2편까지 했던 거 같네요
      3편도 나왔나보군요..

      백수에겐 악마같은 것이지만
      게임이 내성적인 사람이 스트레스 풀기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잠시 일상에서 도망가게 해주죠.
    • 킹즈 바운티가 원래 웹 말고 이런 버전이 있었군요!
      재밌더라고요. 웹에서 바실리나 안드레이들에게 성을 털리다보니 접었지만... 러시아 페북과 연동되어있다고 듣긴 했는데 어쩐지 러시아 마피아에게 약탈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뭐예요.
      저도 언젠가 친구한테 게임 가르쳐주면서 집중하고 있었더니 친구가 이렇게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건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게임은 현실과 달라서 진행이 안 되게 만들어놓지 않는다, 뒤지면 꼭 나오게 되어있다-라고 했더니 덕후 취급 당했......ㅠ
    • 4편입니다..전 게임에 재미붙으면 트레이너를 씁니다..그럼 심지어 하루도 안 돼 그만하게 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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