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숭례관...친구가 죽었을 때도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여기 장례식장이었는데
같은 곳을 7번이나 오게 되었네요.
아마 살아가면서 계속 이곳을 오게 될 것 같아요.
긴 인생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데 돌아보니
이별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이제는 꽤 높은 지층을 이루게 되었네요.
지난 토요일 저녁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내 온기의 근원이었던... 나를 가장 사랑해줬던...
내가 사랑했던 한 사람을 이제 잃게 되었네요.
각자의 삶이 버거웠던 부모님 대신 저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비만 많이 내려도 힘드니까 학교 가지 말라고 걱정해 주셨는데...
꽃게찜 같은 것도 하나하나 살을 발라서 해주시곤 했는데...
어쩌면 어두울 수 있었던 인생이었는데
할머니가 나를 사랑해줘서 그래서...
제 과거가 어두운 빛깔로 기억되진 않아요.
할머니는 주무시다 웃는 얼굴로 가셨어요.
언제나 식탁에 꽃 한 송이를 놓아두는 분이 셨는데
모든 걸 다한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편하고 예쁘게 가셨어요.
그래도 많이 슬프긴 하지만 맑고 잔잔하고 따뜻한 슬픔 같은 거네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정인데... 후회도 미련도 한스러움도 없네요.
병원에서 한 시간 두 시간 온기가 점점 사그라져 가는 걸 느끼면서
살아 계실 때 조금은 부족했던 말도 다 쏟아 내었네요.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할머니 오래 오래 기억하겠다고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도 기억하겠다고
이제 영원히 안녕 할머니
그렇게 말하고 볼에 키스하고
얼굴을 만져보고 손잡아 드리고...
웃으면서 가셨듯이 저도 웃으면서
보내드릴 수 있었네요.
할머니를 위한 방 한 칸 마음에 만들어서
평생 이 모든 것들을 간직하며 살 것 같아요.
그리고 받았던 사랑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전해 줘야겠죠
좀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어요.
제 온기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