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코 4 저번 화를 보고 끄적끄적...

도수코 4 저번 화 보셨나요?

그동안 정하은이 줄기차게 황현주 싫어하고, 황현주는 그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드디어 저번 화에서 이유가 밝혀지더군요.

정하은이 황현주를 싫어하는 이유가 "너 날 따라하잖아"였던 겁니다.

황현주는 전혀 의식도 하지 못했는데, 정하은은 매의 눈으로 상대를 관찰하면서 언제 무슨 옷을 갈아입는지, 향수를 쓰는지 다 체크해두고, 그런 '우연한 행동'을 황현주가 자신을 따라하는 것으로 단정하고 미움을 퍼붓고 있었던 거예요.

그걸 보니까 제 학창시절에 겪었던 몇몇 도끼병 환자들이 생각났어요.

 

최초로 겪은 도끼병 환자는 중학교 3학년 때 짝지(친해서 함께 앉은 건 아니고, 자리 배정을 그렇게 받아서)였는데 항상 손거울을 들고 자기 얼굴을 들여다봤어요. 그러면서 자기 너무 예쁘다, 길 걸어가면 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본다고 주장했죠.

사실 제가 보기에도 걔가 꽤 이쁜 얼굴이긴 했기 때문에 그 말을 믿고 '어머 그래 부럽다' 하고 맞장구를 쳤는데 한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짝궁이 화를 버럭! 내면서 '선생님이 수업시간 내내 나만 쳐다봤어! 미쳤나봐!'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선생님들은 걔만 쳐다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 물론 이따금씩 아이컨텍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걔가 주장하는대로 "수업시간 내내" 쳐다본 적은 절대 없었단 말입니다.

그 당시엔 '공주병'이란 유행어가 없었던 시기고, 제 성격상 타인에게 깊은 관심을 두질 않는 편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그 와중에도 그 짝궁이 꽤 관찰하는 재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은 했네요.

 

두 번째로 겪은 도끼병 환자는 고등학교 2학년 반장이었는데 걔는 윗 친구처럼 예쁜 얼굴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도끼병 증세가 있다는 사실은 학우들에게 주워들었죠. "쟤는 수업시간 내내 선생님이 자기만 쳐다본다고 화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 생각보다 이런 증세를 앓는 애들이 꽤 많구나... 외모 여부와 상관없이' 하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은 어떤 사건을 겪은 뒤 확신으로 굳어졌죠.

 

어떤 사건이냐면, 제 옆 줄에 A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A는 제가 앉아 있는 줄의 B라는 애와 갈등을 겪고 일방적인 절교를 당했어요. A라는 애 성격이 다소 침침해서 수업시간 때 곧잘 B를 흘끔흘끔 쳐다보더라구요.

저는 A와 B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신경을 안 썼는데, 어느 날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가 앉아 있는 줄의 여학생들 전부가 제각기 'A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믿고, "A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불평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작 B는 A와의 불편한 관계가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고요.

 

 

그런데 정하은을 보면 제가 겪은 도끼병 환자들은 굉장히 귀여운 수준이었구나(아 물론 당시에도 난 얘들 귀엽다고 생각했었고) 싶더라고요. 그냥 상대방이 날 쳐다봐! 하면서 투정만 하면 모르겠는데, '응징해주마!' 하면서 직접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괴롭히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면서 상대방에게만 모든 탓을 돌리고. 당하는 입장에선 이게 웬 봉변이랍니까.

 

도전 수퍼모델 시리즈가 악녀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있긴 한데, 정하은은 정도가 지나치단 생각이 드네요. 그런 행동이 방송용 컨셉이 아니라 진짜 진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면 상담사 찾아가서 성격교정 받아보거나, 친구들에게 진지한 충고를 들었으면 싶어요.

    • 저도 지난주 도수코 보면서 약간 소름이... 제가 가는 여초카페에서도 어떤 분께서 주구장창 친구욕을 하셨는데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자길 따라한다고.. 그래서 답글 다는 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따라하냐, 물어봤더니 스트라이프티를 입고 청남방을 입고 치마레깅스를 입고.. 뭐 그런 거더라구요. 그래서 '그거 요즘 유행이잖아요;; 전철만 타도 생제임스 입은 도플갱어들 진짜 많은데..' 하는 댓글이 달리니까 정말 님들 모르면 말을 마시라며!! 답정너st로 화를 내고 했던 분이 있었.. 누구나 사춘기 때 자의식 과잉 시절이 있으니 그 기분 왜 모르겠습니까만은 (그리고 실제로 간혹가다 남이 보기에도 좀 읭싶은 경우도 있긴 하죠. 웹툰 <치즈 인 더 트랩> 손민수처럼..) 보통은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그런 시절도 졸업하기 마련인데 정하은은 음... 더구나 그걸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할 정도로 자기의 착각일 수 있다거나, 유치한 짓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게 더 무섭더라구요.
    • 정하은은 제작진의 이번 시즌 악마 편집에 걸려든 희생양인가 생각하다가 자작댓글 사건 이후로 이건 좀 아니다 싶긴 한데 또 이전 시즌 출연자들 얘기 들어보면 경쟁이 진행되는 동안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나중에 방송 보면 내가 왜 저랬나 싶기도 하다더군요. 아무래도 제작진이 편집 이외에도 그렇게 몰고가기도 할테고...
    • 그런데 이상하게 같은 생활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면 알게 모르게 행동이라던지 습관이 닮아가더라구요.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저희 어머니는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때 자기 반찬 집는대로 할머니(그러니까 시어머니)의 젓가락이 따라오더라고 하면서 왠지 신경쓰이고 기분나쁘다고 그러셨죠.
      그 말을 들은 뒤로 관찰해 봤는데 저희 할머니가 좀 말씀이 많으신 편이라 밥을 드시면서 계속 얘기를 하시는데 진짜 어머니가 반찬 젓가락질을 하는대로 따라가시더라구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얘기하는데 정신이 팔려 무의식적으로 젓가락이 따라가는 것 같았어요. 좀 신기했어요.

      기숙사 생활을 할 때 공동 욕실을 쓰는데 희한하게 다들 가만히 있다 옆방 사람이 씻으러 갈 준비를 하려고 부스럭거리고 있으면
      그게 신호탄이 되었는지 다른 사람들도 다 씻으러 갈 준비를 하고 그랬어요.
      사람 없을 때 가면 편할텐데 씻으러 가는 게 귀찮아서 늑장 부리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씻으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진짜 씻으러 갈 때가 됐다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요.

      꼭 공주병이라거나 자기중심적이라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경우도 많겠지만요.
      • 저도 그 캡모자나 체중 잴 때 옷 간소하게 입는 거 어떤 지점에서 거슬렸는지 알겠다 싶으면서도
        두 번째 문단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거 원래 단체생활하면 그러지 않나? 싶더라구요. 깜빡하고 있다가 누가 뭐 하는 거 보면 '아 맞다ㅋ' 하면서 챙겨오는 거..
        그냥 나때문에 '연상돼서' 했다고 생각하지 '날 너무 동경해서 날 따라하려고' 라고는 생각 안할 텐데, 뭐여 저건.. 싶더라구요.

        근데 또 한편으론 첫 번째 문단에 말씀하신 부분처럼 그 행동 자체보다도 그렇게 군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덤덤하거나 불쾌하거나 하는 게 갈리는 게 큰 거 같기도 하네요.
        시어머니가 며느리 먹는 반찬만 뒤이어 먹는다 -> 내가 먹는 게 아깝나? 라든가, 꽁기꽁기한 기분이 될 수 있듯이
        도슈코도 도전자들끼리 서로 과민해져있는 상태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요.
        • 보면 다른 사람은 안 따라하는 것 같은데 꼭 한명이 따라하는 것 같고 계속 신경쓰이고 그러죠.
          할머니가 아무 의식없이 한 행동인 건 분명히 맞는데 왜 다른 누구도 아닌 며느리 젓가락질을 따라갔는가 하는 건 저도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죠(위치선정의 문제인지도).

          아무튼 저도 초딩 때 그렇게 신경쓰이는 친구가 있었는데 "너 왜 나 따라해?" 라는 말이 입 밖으로 꾸역꾸역 나오면서도
          왠지 그 말을 하면 내가 더 이상한 애 될까봐 끝까지 그 말은 안 했네요.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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