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재스민을 보고나서야 알게 된 것(스포가 있을지도)


어쩌면  이 영화는 미아패로에 관한 이야기겠지요. 십대의 외국인 계집애와 바람을 피우는 남편.

모든 돈을 다 잃을 것이 뻔한데도 전화기를 들었던 건 오히려 그녀가 순진했다는 증거가 아니었을려나요.

그 순간에 오히려 마음이 먹먹해지더군요.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살아야만 했을까, 를 생각했어요. 

정비공과 연애? 병원 접수원? 혹은 추파를 던지던 의사와의 결혼?

어쨌든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 건 맞았죠. 그런데 영화 속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기만하거나 거짓말을 하더군요.

유부남이거나 바람을 피거나.



예전에 사귀던 남자는 연출전공이었는데, 

저에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나오는 블랑쉬랑 같다는 소릴 종종 하곤 했어요.

연극이랑 영화 모두 보지 않았던 터라 그 말이 뭘 뜻하는지 어렴풋이 짐작만 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야 낱낱이 알게 되었네요.


그녀처럼 다운 그레이드 된 주제에도 차마 팔지 못한 옷과 가방, 악세서리가 있고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등의 몇몇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돈도 안되는데 무언가를 추구한답시고 월급이 적은 직업에 종사하는 제가 우스워보였나봐요. 

하지만 또한 그런 이유로 나를 좋아했는데. 

저런 모든 게 지겨워진 후에는 떠나갔고요.

많이 슬펐는데 그건 그가 떠나서가 아니라 왜 나의 인생에는 무언가가 없어지거나 사라지기만 하는 걸까

라는 생각때문이었어요. 지금도 많은 부분이 텅 비어 있지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죠. 

그래서 과거로도 돌아갈 수 없고 미래로도 나아갈 수도 없는 재스민을 너무나 이해할 수 있었어요.  

블루문이 계속 들려오는 것도. 나도 그렇게 과거의 음악들이 아직까지 플레이리스트를 꽉 채우고 있으니.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그녀처럼 신경증으로 까지 번져서는 안되겠다 다짐을 하며 극장을 나왔어요.

벤치에 앉아서 혼잣말을 하는 무서운 여자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정말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제가 좋아하는 블루문 특급이군요. 이 에피소드 정말 재밌었죠. 아픈 부분이 더 번지지 않으려면 예방이 필요한데, 이 분야는 정말 예방을 안해요. 사회 전체가 병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죠.
      • 아, 기억하시는군요! 지금은 미드를 안보지만 옛날엔 이 드라마 오프닝 음악만 나와도 마음이 설레곤 했어요. 세상이 달콤해보였던 그때. 다행이 저는 재스민만큼 예민하진 않은가봐요. 근근히 버텨나가고 있답니다...
    •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니까 굉장히 숨막히는 절망감도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현실이라면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재스민처럼 부유한 생활에 본인이 생계를 책임져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이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뭘까요. 남자에게 경제적인 면을 온통 의지하고 사는게 얼마나 불안정한 일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네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빠져서 영화도 소설도 몇 번씩 보곤 했는데 나랑 동질적인 인물도 아닌데 왜 그렇게 끌리는 캐릭터인지 모르겠어요. 한 인간이 몰락하는걸 보는 비극적인 쾌감일까요.
      • 네..저도 딱 그런 기분이었는데, 그나마 미국이었으니 작은 선택지라도 있었지 한국이라면 캐셔나 식당 정도 밖에는 구할 수 있는 직업이 마땅히 없겠더라고요. 그럴수록 더 현실적으로 살아야 하는데...저한테는 우울함을 남긴 영화네요. 혹자는 미국판 밀양이라는 말도 하던데, 블랑쉬도 재스민도 전도연도 그렇게 극악한 인물들도 아님에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씁쓸하기 그지없죠. 운이 좀 없거나 약하거나 그랬을 뿐인데 말예요. 허영이 큰 죄인걸까요.
        • 다본인이자초한거죠 재스민의 가장 큰 패착은 남편의 외도에 눈이뒤집혀서 그를 신고한거죠.. 그냥 이혼만했어도 두둑한 위자료로 생활유지가 가능했을것이고 외모도 훌륭하니 다른남자 달라붙는건 일도 아니었을텐데...
          • 맞아요. 그래서 그 지점에서 그녀의 선택이 놀라웠어요. 돈만 바라보는 여자였다면 분명히 위자료를 선택했을텐데(나중에 비록 후회는 하게되지만), 그녀가 꿈꿨던 게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더 공감이 갔고요.
    • 후배랑 보고 나오면서 저 여자 저러다 맥도날드할머니처럼 되면 어쩌냐고 끌탕을..ㅜㅜ
      • 아...저도 딱 맥도날드 할머니 생각이 났는데...ㅠㅠ 비행기에서부터 그 전조가 보였죠 사실은...ㅠ
    • 과거로 돌아갈수도 미래로나아갈수도 없다...공감되는 글이네요
      영화른 보진않았는데 인생의 노선이 갑자기바뀐경우 일단은 있는그대로 인정하는것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지않으것같아요 (빚이있다면 씀씀이를줄인다 와같이 단순하게)
      하지만 왜 내게이런일이 란 질문을하게되면 더 덜그럭 거리는 거겠죠
      그치만 저도 자스민같은성향이 다분있어서 그게 쉽게 되진않더군요ㅎ
      원래영화를 볼려고했는데 보지말아야겠어요ㅜㅜ
      • 아, 영화가 그렇게 고통스러운건 아니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마구 공감을 하며 보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빨려들어갔다는...빙의라고 하나요ㅎ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첫번째 단추, 그런게 그게 참 괴롭죠. 왜냐하는 원인 파악보다는 수습할 수 있는 답을 찾는 편이 빠르겠죠.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한 작업 같아요.
        조금씩 외부와 나를 맞춰가는 것, 그녀도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그렇게 적응을 하지 않으려나 싶었어요.
        너무 병들기 전에 그 괴리가 맞춰졌으면 하고 마음 속으로 빌어줬네요.
        우디 영감 영화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특유의 밝은 느낌은 살아있으니 영화 꼭 보세요 ^^
    • 우디앨런은 중산층을 풍자하지만 실은 중산층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을 해요. 영화도 재스민의 추락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재스민의 그 뭐라고 해야하나., 아름다움이라는 말은 아닌 것 같고 매력이라는 단어도 아닌 것 같고 아무튼 그 애처로움에 거의 홀리고 나오게 되죠. 전 그랬어요. 완전히 홀렸어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뒤 흔드는 영화였어요.
      • 후에 케이트 블란쳇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우디앨런이 재스민 역을 하고 싶었지만 남자라서 그녀에게 넘겼다는 에피소드를 말하더라고요. 우디 자신의 이야기이자, 자기가 속했던 계급의 이야기를 그려낸...
        저도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종류의 느낌에 압도당했는데, 쾌락적이고 속물적인 것들이 필연적으로 지니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었어요. 끝이 뻔히 보여서 더 안타까운 종류의... 그녀의 불안정한 눈빛이 내내 마음에 걸리네요. 정작 케이트 블란쳇은 반듯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하던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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