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볼 때는 재밌었는데 다 보고 나니 좀 씁쓸해지더군요. 저는 이 영화가 마치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거리의 정신병자 프리퀄 같았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혼잣말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나 보는 느낌이었어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훌륭하더군요. 미묘한 얼굴 일그러짐, 턱의 경직 같은 것까지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아니 그녀의 아름다움은 산산히 부서지고 추하게 몰락한 데서 빛을 발합니다.
저 같은 경우 우디 앨런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같이 보러 간 동행의 경우 우디 앨런을 매우 좋아하는데, 저는 여전히 이 작품을 보고도 그에게 애정이 가진 않습니다. 그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허세와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에서 오는 고통을 냉정하게 파악합니다. 그러나 그의 시선에는 연민과 동정보다는 냉소와 욕망이 들어있다는 느낌입니다. 이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정말 훌륭한 관찰가이고 뛰어난 작가라는 것에는 이견을 제시할 수 없네요.
씨네21의 이십자평이었나요, 별점 평가였나요. 미아 패로우와 재스민을 놓던데 그건 좀 와닿지 않는 비유 같더군요. 우선 옛날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식으로 놓고 본 것이라면 우디 앨런이 양심 없는 거겠죠. 아니, 좀 더 놓고 들어가봐서 저는 우디 앨런이 자기 사생활을 반영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기보다는 뉴욕의 텅 비고 얕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심정을 스케치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