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운빨로 점수를 주는 대학 수업은 그렇게 불공평한 것인가?

피클 님께서 이런 글을 올리셨더랬죠.

 

http://djuna.cine21.com/xe/index.php?mid=board&page=2&document_srl=6451864

 

저는 글쓴분이 대학생이나 된 동생분 교양 수업에 20%를 차지하는 매주 보는 쪽지 시험 방식이 불공평함에 함께 공분할 것을 촉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시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고 그래서 마치 글쓰신 분이 동생분을 유치원생 같이 생각하시는 거 같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일단 유치원생 대하듯 동생분을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제 생각의 표현이 기분이 나쁘셨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립니다.

 

이 글은 그런데 말씀하신 방식이 정말로 불공평한 평가 방법인가 (그렇게 당연히 공분을 일으켜야 마땅할 만큼?)에 대한 생각입니다.

피클 님께서 요약하신 그 평가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외국어(러시아어) 교양수업시간에 단어 쪽지 시험을 쳤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쪽지 시험이 아니라 빙고게임 등수대로 점수를 줬답니다.

빙고칸에 단어 25개를 적고 줄3개를 이으면 빙고가 되는데 빙고를 한 순서대로 점수를 주게 됩니다.

6명이 한 조를 이루어 1등은 4점, 2등 3점, 3등 2점, 4등 1점, 꼴등(2명)은 0점을 받습니다.

(단, 단어철자를 하나도 틀리지 않는 선에 서요.)

그런데 이게 보너스 점수가 아니고 앞으로 이런 빙고게임을 여러 번 시행해서 수업참여도 20%로 학점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피클님께서는 이것이 실력과 상관없는 운빨이므로 불공평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사실 운처럼 공정한 것은 없습니다. 운은 말그대로 아무 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찬스가 있는 랜덤 이벤트죠.

 

물론 두 가지 반론이 가능합니다.

 

첫째, 실력 혹은 공부한 노력을 평가해야 할 쪽지 시험은 완전무결한 공평함(즉, 운)이 아니라 실력 혹은 노력에 따른 불공평한 결과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거겠죠. 충분히 납득이 가는 반론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쪽지 시험은 그야 말로 쪽지 시험입니다. 중간 고사나 기말 고사가 아닌 거죠. 나머지 80%를 교수가 어떻게 평가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추측을 해본다면 아마도 중간 고사나 기말 고사를 통해 실력을 평가할 것입니다.

 

사실 어느 수업이나 10-20% 정도는 실력보다는 출석, 수업 참여 등 직접적인 실력, 능력이 아닌 태도를 위해 할당이 되죠. 출석 체크도 할 겸 매주 저런 모두에게 공평한 랜덤 방식으로 평가를 해서 총 점수 중 20%를 채우는 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빙고 게임으로 쪽지 시험을 본다는 것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교수의 나름의 노력으로 보여요. 물론 다소 기이하고 완벽히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그게 그렇게 지탄을 받아야 마땅함을 넘어 학교에 문제제기를 해야할 정도의 중대한 문제라고는 전혀 생각이 되지 않죠.

 

둘째, 만일 쪽지 시험을 한번만 본다면 그것은 분명 불공평할 것입니다. 만일 한번 사는 인생이 완전히 운으로만 결정된다면 운이 안 따라준 사람들에게는 그것처럼 불공평한 게 없죠. 수많은 문학, 예술 작품의 테마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다행히 쪽지 시험은 여러 번 시행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여러 번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매 시간은 아니더라도 매주 1번씩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대략 12-15번 사이가 되겠죠. 이 정도가 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인들에게 있어서 좋은 운빨과 나쁜 운빨은 대략 상쇄가 됩니다. 그리고 개별 학생들의 점수는 전체 평균에 수렴이 되죠. 20%라고 하지만 실제 이 쪽지 시험을 통한 수업 참여도 부분은 변별력이 별로 없게 되죠.

 

아마 교수가 바라던 바일 것입니다. 큰 변별력 없이 학생들에게 골고루 점수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참여(수업 참여도라고 했으니까!)를 이끄는 방식이죠.

 

제 생각의 요지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방법이 완벽하다거나 이상적인, 그리고 철저히 공정하다고 교수를 옹호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제가 교수라면 저런 방식을 택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이런 방식이 피클님께서 사랑하는 가족이 당하면 누구라도 억울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그런 부당한 처사인 건가 할 때, 생각해보면 전혀 그런 건 아니라는 점이죠.

 

여기서 뱀발을 하나 더 달아보자면, 저는 기본적으로 수업의 구성과 평가방식은 선생(시간 강사 건 종신 교수 건)에게 일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죠. 제 3자가 나서거나 개입되어야 할 상황은 아주 제한적이어야 합니다. 정말 평가 방식이 누가 보더라도 불공정하고 사회의 핵심적인 합의와 도덕에 도전하는 식이어서 단순히 당사자들(선생과 학생)에게만 맞길 수 없고 사회적 공론화가 되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얼마전에 마광수 교수의 평가 방식이 공론화가 되어서 말이 많았는데, 사실 저는 그 이슈가 정말 사회적으로 토론이 되어야 하는 이슈인가 의구심이 많이 들었었거든요. 물론 그 사건의 이면에는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할 여러 사회적 이슈들이 많이 관련되어 있긴 했지만 말이죠. 충분히 납득이 되는 교수의 무리수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이해해 주고 싶지 않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학생들의 오바가 낳은 갈등인데 충분히 교수와 학생 간의 대화와 토론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지 않았을까(혹은 그렇게 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뱀발이 길어졌네요. 죄송.

    • 통계적으로 "대략 상쇄"된다고 해도 불이익을 받는 학생이 한둘만 있어도 불공정한 건 불공정한 거죠 (공정함의 정의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공부의 결과로서의 실력이 평가로 직결되지 않을 수도 있단 의미에서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양수업 수강생 수는 모르지만 집단 크기 자체가 별로 크지 않아서 크게 보면 상쇄된단 얘기가 어느 정도 적용될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기본적으론 교수의 평가는 어느 한도만 넘지 않는다면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특정한 방식이 재량 범위 내에 있는지 아닌지는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은데요. 아, 저라면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수업은 수강을 안했을 겁니다. 제가 수강생이라도 꽤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 지적에 동의합니다. 저도 기이한 방식이고 절대적으로 공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게다가 평가의 대부분을 그런 식으로 한다면 그건 정말 문제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편차가 별로 없는 20%의 반영이 저 방식의 결과라면, 그것이 당연히 말도 안되게 불공정하니까 외부적 제재가 요구되는 방식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거죠.

        저는 저 정도면 교수가 부작용(을 완벽히 방지할 수는 없지만)을 나름대로 통제한 다소 무리할 수도 있는 실험적인 방식을 시도해 본게 아닌가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데, 말씀하신대로 유난히도 운이 없어 무시할 수 없을만한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소수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있을 수밖에 없죠). 저에게 굳이 저 방식을 써야 된다 한다면 당연히 그런 학생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보조적 제도를 마련할텐데 저 교수가 그런 것까지 염두를 하고 있는지는 저도 알 수가 없죠.
    • 우선 전제부터...평가에 있어 운은 공정한게 아닙니다. 대학 학점을 누가 로또 맞듯 추첨이나 행운에 맡기는건 공정, 불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괴상한 일입니다. '평가'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의지와 노력 그 자체나 그 결과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태도' 역시 확률적 요소가 아니죠. 수업에 대한 관심을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의지입니다. 더군다나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근간이 되는 대학이라는 기관의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수업시간에 보여주는 관심은 점수를 주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죠. '태도'의 정의를 무엇으로 내릴 것이며, 그 정도가 어디까지냐는 물론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행운'이나 '확률'에 비교할 바는 아닙니다.

      한번하건 여러번하건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확률적 요소가 들어가는 일이 평가의 기준이거나 중요한 요소라면 그 수업과 그 수업의 평가방식은 결코 정상적인 것이라 할 수 없을겁니다.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부당성을 지적하면 그만이라지만, 아무리 강사라해도 선생-학생간에 형성되는 권력관계의 문제때문에 지적이라는 것도 쉬운일은 아닙니다.
      • 제 전제는 '평가에 있어' 운이 공정하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운은 공정하다는 거죠. 일반론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통계적 개념이죠. 당연히 수업 평가를 운으로 하는 게 공정하진 않죠. 노력과 실력, 성과에 따라 차등(불평등)해야 공정한 거죠. 말씀하신 바에 이의는 전혀 없습니다.

        저 역시 저 평가방식이 아주 기이하다고 생각하는데(본문에 밝혔던가요), 과연 정상이냐 비정상이냐 문제로 보지는 않고, 교수가 그런 평가방식을 어떤 교육적 목적 아래서 사용하려고 하는지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저 교수가 아니니까 그냥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선의를 가지고 의도를 추측해 본다면, 학생들의 수업참여를 높이고자 생각해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거죠 (네, 그런게 아니라 그냥 변태 같은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죠). 물론 그게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만.

        수업/교육의 본질을 해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보다는 보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권력관계에 대한 말씀은 동의하고요.
        • 대학수업에서 언급된 '평가'가 적절하냐 그렇지 않으냐를 이야기하는데 평가와는 상관없는 '운'에 대한 일반론을 이야기하시면 안되죠. 현실의 수업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 등장할법한 교육 실험의 장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어야할 이유도 없고요. 실용적인 차원이라고 하셨는데, 빙고가 어떤 의미에서 실용적인지 모르겠군요.
    • 1.운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위로 운의 작용을 제외할 수 있으면 제외하는 것이 좋습니다.

      2.이 문제가 우,씨, 하고 넘어갈 정도의 사안인지 아니면 적극 항의할 사안인지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이 판단에 따라서 가족이 나설 문제인지, 가족 내에서 공분해주고 게시판에선 단순 푸념에 머물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겠죠.

      불쾌감과 분노의 양질 차이는 있을지라도 ㅡ실은 전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굳이 한 마디 할 만큼 지나쳤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ㅡ분명히 교수가(추가합니다) 이런 식의 평가는 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부분이라면 지금 한 쪽의 정보만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지만 설명된 평가방식 자체에 대해서는 상대방 말이 더 필요해 보이진 않고요.
      • 추천이요.

        덧붙여보면, 현실적으로 시험에서 운을 빼내려는 시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듯 하네요. 학점이 학생들의 재산이라는 식의 사고가 생긴지 얼마 안 된 것도 있을 것이고.

        또, 유형이라던가, 패턴이라던가, 시험범위라던가, 출제포인트라던가, 이런 것도 '운' 에 들어간다고 해보면 문제는 복잡해 지는데...
      • 1. 운은 공정합니다. 통계적인 개념으로 말한 거에요. 한번 사는 인생에 나쁜 운만큼 그 사람에게 불공정한 것은 없죠. 그런 차원에선 공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확률이 있다는 것, 이벤트가 반복될 때 좋은 운과 나쁜 운이 상쇄되면서 각 개인들의 운은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공정합니다. 본문에 쉽게 쓴다고 썼는데 잘 설명을 못했나봐요.

        2. 판단이 다를 수 있죠. 그래서 저는 다른 판단의 의견을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개진한 겁니다. 제가 원글에 답글로 "굳이 한 마디"를 했지만 이 글은 그것과는 상관없는 저 평가 방식에 대한 제 판단을 적은 글이죠. "이런 식의 평가"란 것은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1. 겨우 4 개월 한 학기의 기간에 충분히 시행이 거듭될 수 없을 듯합니다. 1회 시행보다는 물론 확률에 가까워지겠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공정하게 배분된다고 할 수도 없죠. 배제할 수 있는 것에 일부러 운을 개입시키는 것에도 반대하고요.
          2. '평가'는 교수의 평가를 말합니다. '굳이 한 마디'를 하시든 아니든 그건 미재님 판단이니 제가 뭐라고 할 이유는 없고요. '한 마디'의 내용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할 뿐입니다. 그 글에서 미재님의 말씀에 대해서는 일견 동의되는 바도 있고 해서 읽는 선에서 그쳤고, 이 글에 대해서는 밝히고 싶은 의견이 있어서 댓글을 달았죠.

          피클님 글에 대해 댓글을 달아라 말아라 동의해라 마라 하는 뜻이 아니란 얘깁니다. '평가'를 아무래도 '미재 님의 피클 님 원글에 대한 평가'로 이해하신 듯 해 부연합니다.


          '굳이 한 마디 하지 않고 지나갔다'는 문장은 또 굳이 왜 썼느냐 물으실까봐 미리 분명히 밝힙니다. ('평가'의 의미를 물으신 걸로 보아 이 부분에서 기분이 좀 상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피클 님 글 읽으면서 다소 갸우뚱 한 부분이 있었지만 뭐라고 이의제기하기에는 의문 제기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어서 그냥 지나갔다는 뜻이고요, 글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반응 중 하나로 제 행동을 예시한 것이죠. 저 역시 다소 동의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는 뜻으로요.


          메피스토님 댓글에 대한 대댓글에서 수업/교육의 본질을 해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보다는 보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하셨는데 저도 이 점에 동의해요.
    • 불공정한거죠. 점수를 운으로 주는건 교육기관에서 할일이 아니죠.
    • 출석 점수나 수업 참여 점수는 사실상 기본 점수 개념이라고 봐야죠 더구나 교양 수업이라면 더더욱 그렇구요

      제 생각에도 빙고 게임으로 평가된 수업 참여 점수가 학점 A와 B를 가를 정도로 변별력 있게 활용될 확률은 극히 희박해 보이네요



      7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조를 짜고 스몰 게임으로 시간을 때우는데 교수가 그 모두를 통솔하긴 힘들지요 꾀부리는 학생들도 많을테고 이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교수의 동기유발 방법 및 으름장 정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교수들도 학생들이 팀플 같은 거 싫어하는 거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거 다 알죠 SNL에서 2주에 걸친 꼭지의 아이템으로 활용된 적도 있는데요 다만 교수들 입장에서도 강독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면 학교에서 간섭하기도 하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죠

      그래서 정상적인 교수의 수업이라면 실라버스의 점수 평가 기준과는 상관없이 시험이나 개인 에세이로 유의미한 변별력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클 님 동생 분이 신입생이신가 생각도 드네요 그 학교에서 처음 수업하는 교수님이 아닌 이상 크게 흥분할 일이 아닐 확률이 큰 것 같고요

      정 그래도 납득이 안가시면 일단 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서 그 교수님의 전적(?) 등을 문의하며 의견을 모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과연 저 교수가 빙고게임 결과를 꼼꼼하게 기말점수에 반영하기는 할지 궁금하네요.

      외국어 초급강의라면 최대한 자주 이런 식의 '평가'를 도입해야 학생들이 그나마 단어라도 외워오고 그래야 강의 진행이 원활합니다. 3주에 한번 퀴즈를 본다고 하면 퀴즈 본 다음 한두 시간은 학생들이 수업을 기가막히게 따라옵니다. 왜? 단어를 외웠으니까. 거기서 2주쯤 더 지나면 강의실에 앉아있는 건 좀비고요.
      저같은 경우 초급강의를 할 때는 한 학기에 대여섯 번 쪽지시험(단어 암기 위주)을 보는데 미리 말해둡니다. 그 중 실제 채점해서 성적에 반영하는 건 한두번이라고요. 나머지는 시험 본 직후 옆사람이랑 바꿔 그자리에서 채점하게 하지요. 그렇게 두번쯤 '헛'시험을 본 다음 방심했을 때 진짜 시험을 보면 방심하고 공부 안 해온 학생들이 있게 마련이고... 결국 운이죠 뭐.

      저는 프랑스에서 라틴어 기초반을 들었는데(학부강의 청강) 아시다시피 라틴어는 외울게 많습니다. 매시간 동사변화 따위의 숙제가 나오고 독사 같은 선생이 매시간 50여명의 수강생을 한명한명 지목해서 확인합니다. 그걸로 처음 30분은 지나가죠. 사실 그게 이상적인 건데 언제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요.

      여러 명이 조를 짜서 빙고 방식으로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이해는 되지 않고, 약간 무리한 점은 있지만 저 정도 '운'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요즘 학생들은 학점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서 아예 전부 객관식으로 내지 않는 이상 꼭 따지려 드는데 올드스쿨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대학의 각종 평가방식도 기계적 객관성, 공정성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죠. 수능 같은 국가검정시험이 아니잖아요.

      똑같이 12시간 동안 달달 암기하고 들어갔는데 문제지가 두 종류라서 한 명은 A받고 또 한 명은 F를 받는 방식(제가 학교 다닐 때 저희과 한 과목이 그랬습니다. 재수강은 필수, 3수강은 선택이라 선후배 만남의 장이었죠)도 당연히 허용이 되어야 하는게 대학이죠.
      • 딴소리지만 좀비라는 표현 재미져요
    • "제 3자가 나서거나 개입되어야 할 상황은 아주 제한적이어야 합니다."

      원글을 쓴 동생분이 억울하다고 했고, 언니도 공감을 하니까 그런 글을 올린거겠죠. 개입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언니분이 교수한테 전화해서 동생 대신에 항의를 한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동생 대신에 억울한 심정을 올린게 무슨 유치원생 대하는 듯 한다느니, 제 3자 개입이라느니 하는 말까지 들을 정도의 일인가요.
    • 운이 많이 개입되는 행위는 (실력에 대해) 불공평한 거 맞아요. 주식투자나 슬롯머신이 공평한가요? 그 분야에 전혀 실력이 없거나 정보가 없는 사람도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점에선 공평할 수도 있지만요. 특히 성적평가에서 '운'을 기준으로 한다면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공평한 겁니다. 그러므로 해당 강사가 쪽지시험 결과를 성적에 크게 반영한다면 항의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이 논의와 상관없는 얘기지만 정말 부모나 다른 사람이 학점 올려달라거나 평가방식에 불만있다면서 전화나 이메일 안 했으면 합니다. "아파서 오늘 못 나갈 것 같다."고 회사에 대신 전화 걸어주는 것보다 더 황당해요. 어떤 아버님(해병대 출신임을 강조)은 동료한테 밤길 조심하라, 고 했다는데 그렇게 하면 오히려 자식한테 마이너스라는 걸 왜들 모르실까요...
    • 오태커님과 본문에 동의합니다. 우선적으로, 어떤 평가방법을 사용하건 시험에 운이라는 요소는 배제될 수 없습니다. 주관식 평가는 당연히 선생님의 관심분야나 심지어는 채점시각에, 하다못해 가형 나형으로 치는 객관식 시험도 문제 배치 순서와 그 난이도에 따라서 바뀌는데요.

      평가에 아예 노력의 반영을 배제한 것도 아니고 (철자는 외워와야 함, 20%만 반영함)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저기는 대학이잖아요. 세컨더리 에듀케이션까지는 가급적이면 균일한 방식으로 전국적으로 통일된 교과과정을 얼마나 배웠나를 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초급 외국어이든 동양철학사의 심화주제이건 일단 저기는 학문하는 장소입니다. 원칙적으로 선생님에게 교수법 선택의 자유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대학생이면 성인인데 가급적 가족의 개입은 자제하는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조교들한테 건너듣는데 학사지원부에 별의별 전화 다 옵니다. 우리 애가 성적이 안나왔다는 기본이고, 생리휴가 썼는데 왜 미인정이냐, 인기강좌가 마감이라서 우리 애가 수강신청을 못했다, 인원 늘려달라. 심지어는 다른 선생님 같은 강의가 개설되어 있는 상태. 대학원에도 저런 전화 옵니다ㅋ

      그 나이 되도록 원칙적인 갈등해결방법을 모르거나 해태하고 엄마 치맛자락에 숨어있는건 본인도 자랄 기회를 놓치는 것일 뿐더러 남한테도 민폐입니다.

      수업방법이 마음에 안 든다면 본인이 선생님한테 어필해야 하는 것이 성인이고 거기에서 입을 불이익의 가능성은 본인이 평가방법을 바꾸고 싶은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에요.
    • 점수를 따지 못한 학생들끼리 연대해서 강사님에게 점수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레프트라던지)하는 건 어떨까요? 그럼 노력해서 빙고게임을 승리한 조가 또 억울한것일까요 어렵네요 ㅠㅠ
    • 빙고게임이라는게 운삼기칠이 아닐까 합니다. 모두가 말할법한 단어를 거점에 배치하고 나만 아는 단어를 적절히 배치해서 승리하는 게임인데 단어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약간의 빙고요령만 익힌다면 유리한 게임인데요. 이걸 평가방법으로 활용하는게 그닥 바람직하진 않네요. 불공정한 게임이 아닐런지
    •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결국 마지막은 대동단결해서 강의평가죠.
      요즘은 강의평점 낮으면 다음학기부터 얄짤없이 강의 안주더만요.
      그런데 빙고란게 그리 권장할만한 평가방식은 아니지만 부당하고 억울하다고는 생각이 안 드네요.
    • 빙고 잘하기를 가르치는 수업이라면 불공평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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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쓴다고 수고하셨네요^^ 남의 일인데도 이렇게 그 수업을 하는 교수처럼 발벗고 나서서 반박을 하는 의견을 개진하시다니 욕보셨네요"ㅋ"(←제 동생이 이의를 제기한 메일에 그 교수 답장쓸 때 사용한 표현인데 생각나서 써봤어요.) 겉만 봤을 땐 글 자체가 꽤나 논리정연해 보이고 싶어하는 듯한 인상이네요. 제 생각 표현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 공분을 유도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으셨다는데 그러려면 여기에 글을 남기는 것보다 해당 대학 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항의전화를 넣거나 아고라에 글을 쓰거나 언론사에 제보했겠죠. 그게 더 효과적이니까요. 여기에 글을 올린 것은 제가 아는 인터넷 커뮤니티 중에서 듀게가 일리있는 의견과 반응을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고 저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각도 참고하고 싶어 글을 올렸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듀게는 익명게시판인데 여기서 공분을 유도한다고 해도 해당 교수에게 영향이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적어도 미심쩍은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물음을 던지는 건 미재 님이 글을 올리고 의사를 표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저는 빙고게임 자체가 수업태도와 무슨 연관이 있길래 이런 방식으로 평가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교수의 의견에 반박하느냐 반박하지 않느냐와 관련된 수업참여도를 측정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학점이 갈리는데 영향을 주든 안주든 운에 의한 점수가 미미하게라도 점수에 반영된다는 게 참 이상합니다. 이런 방법에 이의가 없었다면 이미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각 학교에서 '빙고게임에 의한 점수 배분'방식이 평가방법으로 이미 널리 시행되고 있겠지요.
      - 그리고 이런 방법이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평가받으면 수업의욕이나 학습동기가 과연 높아질까요? 보너스점수도 아닌데? 제 동생은 이 시험 전까지는 교수가 해당 언어국가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며 재치있게 수업을 해서 호감도가 높았습니다. 비록 제 동생에 한해서의 경우이지만 수업에 대한 호감도와 학습의욕은 상실되었습니다.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하진 않았더라도 수강취소-아직 수업일수의 1/3이 지나지 않았으니-라던가 학기 말 교수강의평가서를 작성할 때나마 소극적이더라도 의견을 표시하겠지요. 교수는 자신의 방법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데 제 동생이 메일로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방법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으니 앞으로도 여러 번 시행하겠다고 답했습니다.
      - 거기다 교수계획표에 "수업참여도 20%(빙고게임 여러 번 시행하여 등수에 따라 점수배분)"이라고 떳떳하게 적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구요. 1학년 대상의 1학년이 주로 듣는 수업이고 수강편람을 보니 올해 처음 수업을 맡게 된 강사라서 그런지 지금까지는 여기에 관해 논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유학을 8년가량 오래 했다고 들었는데 이런 안일하고 어이없는 평가방법을 쓰다니 한국 실정을 모르시는 분 같습니다.)
      - 수업을 교수의 재량에 맡긴다는 건 교수가 어처구니 없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한 해서죠. 유치원 놀이시간도 아니고 대학교에서 빙고게임에 의해 채점이 행해진다는 게 상식 밖의 일이니까요.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평균점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개인의 점수가 중요합니다. 만약, 한 학생이 계속해서 0점을 연달아 맞으면 그 학생에게는 이 방법이 부당한 처사가 아닐까요? 이 수업 외에 다른 수업에서 교수님들이 객관적인 기준과 평가로 점수를 배분하는 건 상대평가를 하는 상황에서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여 학생도 보호하고 교수님들도 보호하는 방법이기에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합니다.

      - 동생은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린지도 모릅니다. 동생은 이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메일을 교수에게 보냈지만 교수 답장을 보니 교수 자신은 이 방법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앞으로도 여러 번에 걸쳐 계속 시행하겠으며 빙고게임이 아니라 단어시험을 치게될 경우 자신은 깐깐해서 문제를 어렵게 낼 테니 학생인 너에게 불리할거라고 협박하더군요. (교수의 메일에 있는 표현을 고대로 빌려쓰면 "아마 시험형태로 대체한다면 쪽지시험이 많이 어려워질거라는 사실은 아셔야 할것 같네요. 제가 시험 성적 매길땐 쫌 깐깐하거든요 ㅋ")
      - 이 문제에 대해 결국 동생 자신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겠지요. 저는 주변인 입장에서 조언을 할 뿐이구요. 항의를 한다면 보통 어떤 절차를 통해 항의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디에다 해야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 정보를 얻고 싶었는데 일이 커진 것 같군요.
    • 근데 빙고가 정말 완전히 운으로만 하는 게임이 아니잖아요? 위에 어떤분이 말씀하셨듯이 단어를 많이 아는 사람이 잘하는거면 실력대로 나오는거 아닌가요? 이게 그냥 안수생성해서 점수주는 것도 아닌데 왜 시험지 날려서 점수주는 것 마냥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근데 뭐 제가 보기엔 실패한 농담에 고집부리는 것 같긴하네요 재미없다고 반응이 나오면 관둬야죠. 그냥 수업진행을 위해서 이런저런 게임을 해보는거라면 모르겠는데 그걸로 학점을 준다고 해서 애들이 단어 잘못골라서 배치했다가 학점깎이는거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게 한다면 그것도 참 민폐롭긴 하네요. 변경기간에 알았으면 걍 바꿔버리기라고 할텐데 사실 정말 맘에 안드는 강의라고 뒤늦게 깨달아도 시간표 망가지고 다음학기에 부담이 쌓이고 해서 걍 꾸역꾸역 들은 수업도 사실 있긴했죠 뭐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진 않지만요



      뭐 이래저래 구질구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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