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았던 혹은 구렸던 대학강의 얘기해 보아요

 

 아래 단어빙고게임 글을 보니 대학시절이 떠오릅니다 학교를 꽤 오래 ㅠㅠ 다녔던지라 대학생활이 엊그제 갔네요

 

참 별로였던 강의가 있었던 방면에 정말 괜찮았던 강의도 있었던거 같아요 강의는 좋았지만 평가방법이 저로선 억울했던 강의도 있고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우선 가장 괜찮았던 강의는 그냥 강의 자체가 너무 훌륭한 강의였습니다. 교육학이었는데 강사님은 타학교 출신이었는데요. 조별 발표도 없고 학생들 참여도 없이 2시간 내내 선생님 혼자 계속 말했습니다 근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알곡져서 마치 좋은 책 한권을 듣다 나온 기분이었어요. 기본적으로 강사님이 아는 게 너무 많으셔서 말이 계속 터져 나오는 것이겠지만 강의 준비를 얼마나 열심히 하셨을까요 에이뿔 받아서 데이트 신청하려 했는데 ㅋ 학점이 망해서 우씽 ㅠㅠㅠㅠ

 

또 기억나는건 학생들 레포트 받은 거 중에 좋았던거 두 세개를 화면에 띄워서 왜 이 학생들 레포트가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조목조목 설명해주시는 강사님이었어요. 단박에  내 점수가 왜 구린지 바로 납득이 가더라구요. 같은 학생인데 왜 이렇게 수준차이가 나는건지 ㅠㅠ

 

역사학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이 시험문제 10개를 미리 공지해 주셨어요 그중에 5개가 시험문제라 하셨는데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 문제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좋았다 생각합니다.

 

좋은 강의라기 보다는 인상적이었던 수업이 수업시간전에 교가를 제창케한 교수님이셨는데 재밌었어요 평생 언제 대학교 교가를 불러보겠어요 ㅋㅋ 학생수도 적고 점심시간이라서 짜장면도 시켜먹으면서 유쾌한 시간이었는데 관대하셔서 일정 수준만 보이면 비 이상은 학점을 주셨어요. 궁극적으로 이런 할랑한 수업이 있어선 안되겠지만 학생들도 만족했고 일종의 추억이 되버렸네요

 

구렸던 강의라기 보다는 구림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한 제 자신의 한심함을 일깨우는 에피소드도 있어요 연극의 이해였는데 강사님이 이 연극을 본 티켓을 제출하면 플러스 알파점수를 주신댔어요. 근데 전 그 공연시간대에 알바가 있었거든요 결국 점수를 못 땄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멍청하고 한심한게 연극을 못보는 사람을 위해 다른 방법으로 점수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말하지 못한거였어요. 강사님이 어떻게 모든 학생을 만족시키고 헛점 없는 평가방법을 생각해내겠어요 한두사람쯤은 억울할 수가 있는건데 그냥 꿀먹벙해서 어휴

 

꼭 듣고 싶은 강의가 있었는데 강의소개시간에 분명 강사님이 추가강의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못 박았거든요.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학생들은 찾아가서 추가신청을 받았다는거에요 그래서 따졌다니 '그 학생이 얼마나 강의 듣고 싶었으면 내가 분명히 안된다고 했는데도 찾아와서 부탁했겠느냐 넌 그런 노력이라도 했느냐?' 또 꿀먹벙 해서 혼자서 툴툴거린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라도 데꿀멍해야 했던 거 아닐까 하네요.

 

 

 

 

 

 

 

 

 

    • 제 전공 강의는 아니고 국문과 강의를 종종 들었는데 비평 강의 하시는 교수님이 좋았습니다. 강의 중 들려주는 말씀도 좋았고요. 화장실 낙서에도 그 분 강의 좋다는 낙서가 있을 정도 ; 동의 댓글까지 달렸더만요.-_-a
      같은 국문과 교수님 강의 중에 연극개론이라고 학점도 잘 주고 강의도 재미있고 중간중간 하시는 말씀도 좋은 강의가 있었는데 이 분 국문과 전공 수업에서 일대일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어찌나 짜증을 내는지. 연예인 보는 것 같았죠.
      지금은 돌아가신 정운영 교수님 정치경제학 수업도 좋았어요. 당시에는 시간강사였는데 젊은 시간강사 특유의 분위기(?)그런 것도 좋아서 한동안 흠모했었죠. 맨 앞 자리에서 쉬는 시간에 학생들과 잡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반면 제 전공에선 외부인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교수님이 포진해 있었는데 막상 강의의 질은 기대만 못 했어요. 책이 나았던 듯. 그리고 당시 시간 강사로 오시던 젊은 선생님들의 강의는 모두 좋았어요. 물이 갈려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수업시간에 턱 괴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괜찮았던 강의도 있고 역시 지금 생각해도 별로인 강의도 있고 그래요.

      최악의 강의는 이천년대 중반쯤 성희롱 발언으로 발칵 뒤집고 퇴직한 모 교수의 서양정치사 강의를 잊을 수가 없군요. 불쾌한 말 한 번 내뱉을 때마다 입맛 다시는 것처럼 낼름거리던 그 붉은 혀를 잊을 수가 없네요. 강의 수준도 별로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 너무 빡빡하고 빡셌던 전공 과목이 생각나네요.

      중간, 기말 시험 문제에 "25자 이내로 설명할 것. 넘어가면 감점, 쓸데 없이 장황하면 오답으로 간주" 라고 친절한 조건을 거셨던 교수님. 공학과목이라 가능했던 조건이죠.

      하긴 그 수업 중 가장 쉬웠던 게 두 번의 시험이었고, 매주 제출해야하는 실험 결과물이 사람을 피말리게 했었어요.
    • 출석+과제+시험으로 평가한 강의가 가장 합리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과제는 조별도 아니고 개인별로 하는 과제고요.
      갯수가 많긴 했지만 그렇게 수업내용을 다지니 시험때 공부가 따로 필요없더군요.
      게다 결과도 합리적이잖아요. 충실하게 들은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는거요.
    • 미술사 전공강의를 들었는데 강사님께서 전국 방방곡곡 문화재를 감상하며 부가적으로 일궈낸 평생의 역작! 전국 문화재 명소 주변 맛집을 항상 강의 종료 5분 전에 집중강의해 주셨어요 좋은 작품을 감상한 후엔 기막힌 음식을 먹어야 비로소 예술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셨죠.

      슬라이드 자료까지 뽑아서 미술사학자답게 메뉴의 차림새와 맛을 너무도 생생하게 강의한 나머지 수업 끝나면 학식이 더더욱 해골바가지물처럼 보일 지경;ㅁ;ㅋ



      체육교양은 말할 것도 없고 연극의 이해나 레크리에이션의 이해같은 참여형 과목은 이론강의 위주의 중간고사 이후엔 실제로 연극을 공연하거나 체육관에서 놀이활동을 하는 걸로 평가를 해서 재미있었고요. 조직폭력배의 똘마니 배역을 맡아서 온갖 추잡스런 짓을 해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ㅋㅋㅋ



      주옥같은 교양수업들도 더러 생각나는데 정작 주전공은 침자국과 지렁이흔적으로 얼룩진 강의노트이고 당연히 성적표도 전공만은 림보... 끄응ㅠㅠㅠ
      • 미술사 선생님 수업 들어보고 싶네요. 혹시 관련해서 책이라도 쓰신 게 있으면 소개 좀 해 주세요!!!
    • 성적과 관련있는 건 아닌데 한국능률협회에서 나와서 한 창의성 증진 강의였나... 그게 재밌었습니다. 나름 알찬 강의였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준 수료증이 막상 취업에 도움이 될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특히 마지막 미니게임에서 제가 마지막 문제를 맞춰서 기억에 남나봐요. 누군가에게-그 때는 조에-도움이 되면 기뻤으니까요.
    • 철학을 계절학기로 들었는데 학장선거에도 나가셨던 곧 은퇴하는 노교수가 맡으셨죠..프랑크프루트대학이던가에서 하이데거를 전공하신 자기 세대에 그런 사람은 자기뿐이라는 자랑을 늘어 놓으시고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는게 속상하다는 말씀도 하시고..뭐 그런 한가한 분위기의 강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제가 하던 노트 필기를 유심히 들여다보시더니 제가 독일어로 적어둔 걸 보고 저보고 다짜고짜 너 철학 안해뷸래? 물으셨죠..전 학기내내 거의 한마디도 안했는데..그러시면서 내가 독일에 보내줄 수도 있다..거기 총장한테 소개서 써주면 된다고 하시더군요..전 제 적성엔 잘 안맞는거 같다 죄송하다고 했죠..쓸쓸해 하시는게 느껴지더군요..
      그런 제의를 몇 번 받았죠..고등학교 때 문학선생님..고고학과 교수..디지털신호 담당 교수에게도..
      제 어디가 마음에 들으셨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 그런 제의를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받으셨다니 타나토스님이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저 같으면 그런 기회가 온다면 덥석 물겠지만 그런 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군요... ㅠ_ㅠ
        • 그냥 몸종으로 삼고 싶다는 건데..
    • 구렸던 강의나 교수님은 없었지만 너무 어려워서 마지막 기말 시험때 막 훌쩍훌쩍 울면서 혼자 마지막까지 남아서 답안을 작성했던 사회학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시험시간이 다섯시간이었는데 다른 언니오빠;들은 두시간 안팍으로 다끝내고 강의실을 떠나셔서..

      교수님이 앞에 앉아계시다가 제가 우니까;; 지켜보다 다가오시더니 잘하고있으니까 천천히 시간 다쓰라고 한마디해주셨더랬죠
    • 지금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계신 정병호 선생님이 유학을 마치고 들어오시자마자 저희 학교에서 인류학 개론을 하셨죠. 1학년2학기 때 수강했는데 무슨 인식론적 혁명이라도 겪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말도 안되게 편한 분위기로 교탁에 걸터앉아 마구잡이로 이 얘기 저 얘기 하셨는데 말그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죠.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고 지금은 흔해빠진 얘기들이겠지만 당시로서는 뭐... 특히 책 많이 읽는 스타일의 운동권 고학년 선배가 들어왔다가 완전히 멘붕을 하더군요.(그분은 저 이상으로 시각이 달라졌을 겁니다.)
    • 헛.... 여기 나온 교수님들 성함 다 알아내서 청강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네요... 스크랩 고고해야겠습니다
    • 전 워낙 대학 들어가 자신이 교양없음을 깨달은 사람이라서 대부분의 강의가 특별했지만, 클래식에 관한 교양강의가 좋았어요. 수업시작 전 적당히 어두운 강의실에서 흘러나오던 클래식 들으면서 자리 찾아들어가던게 참 좋았어요. 뭐 여전히 클래식은 문외한이지만 좀 더 좋아하고 친근해졌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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