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물농장 방문기.

강원도쪽에 일이 있었어요.
거기서 업무를 마치고 식당에서 주인분께 식사대접을 받았는데 저희에게 할당해준 자리에 어떤 우락부락하고 투박스러워보이는 아저씨가 대뜸 앉더라고요. 

누구지.누구지 했는데..주인분과 아는사이였나봐요.
그 아저씨의 정체는 알수없는채로 함께 식사를 했는데 주인분이 갑자기 동물농장이 주변에 있다고 꼭 한번 들려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뭔 뜬금없는 동물농장인가..싶었는데. 알고보니 그 우락부락 아저씨가 동물농장 사장이셨어요.

그래서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끌려가듯 사장님 손붙잡고 운영하신다는 동물농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대관령 마을 구석에 아주 좁고 밖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골목을 지나서 입구가 있더라고요.사람들은 잘 찾지도 못할것 같았어요.
큰 정문앞에는 '돈키호테'라는 이름이 붙어있었어요.매우 컬러플하고 동화스러운 동물들이 아크릴물감으로 그려진 대형 입간판이었는데...

그 느낌이...무슨 오래된 서커스단. 소규모의 동네 놀이공원같은 묘하게 촌스럽고 묘하게 이국스러운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죠.대학생들이 그려줬대요..요즘 대학생들 장난아니라면서...


정문부터가 크지 않았고 마을의 좁은 거리와 연결되어 있는 그곳은 크게 뭔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느낌이었어요. 동네에 시즌마다 개장하는 작은 눈썰매장 입구 분위기 같기도 하고..

뭔가 어중간하고 매우 협소하며 참 조잡스러웠죠.

그런데 정문을 지나 들어간 그곳 풍경이...뭐랄까. 재밌더라고요.
작은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짦은 오르막길이 있는데 그 위로 벌거숭이 동산 두개가 있어요.지금은 흔치 않지만 예전에 산과 아파트가 공존하던 그때. 

뒤로가면 개구리잡고 놀만한 그런 마을 동산 있잖아요.오르는데 시간도 별로 안걸리고 높지도 않는 그런 뒷산.그런게 펼쳐지더라고요.

두개가 오묘한 곡선을 그리며 능선을 만들고 있었고 푸릇푸릇하게 풀이 돋아있었죠.

거기서 아이들이 한손엔 모두 채집통을 들고 막 뛰어다니고 있었어요..좋다고...
그리고 동물들이..멀리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동물들이 방목되어 있었어요.
토끼..양..돼지..망아지..그런 특수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자주 보는것고 아닌 얘매한 그 동물들이 아이들과 함께 막 뛰어다니고 있는거에요..그 묘한 두개의 동산에서...
그것은 흡사 텔레토비 동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아이들 손에 든 채집통은 사료통이라고 하더라고요.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면 일인당 하나씩 나눠준대요.돌아다니면서 동물들 먹이라고...

다들 가족단위의 사람들이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능선을 오르면서 사장님이 이것저것 설명해줬어요.
자기는 진짜 기막한 동물농장이 만들고 싶었대요.에버랜드나 그런데 가면 훨씬 다양하고 진귀한 동물들이 있지만 그렇게 관람하는 동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자기는 여기를 운영하며 전혀 제한을 만들지 않았다는거에요.
마음대로 만지고 마음대로 할수 있게 관람객들도 방목한다고..

사슴이나 말등 보다 신경이 날카롭고 다루기 어려운 동물들은 울타리에 있었고 울타리에 들어갈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것들도 가까이 가서 만저보는데는 어떤 제한이 없었어요.
방목된 토끼들은 여기저기 동산에 굴을 만들어 놨는데 그것들은 동산 안쪽에 있는 토끼굴 건물과 연결되어 있어서 왔다갔다 한대요..

동물들 식사를 주긴하지만 잘 먹지를 않는게 관람객들이 한명한명씩 사료통을 들고 나눠주고 다니니까..아침에는 동물들이 사료통을 들고 있는 관람객들에게 막 스스로 다가와서 

사료얻어먹으려고 재롱도 부리고 하는데 오후만 되도 배불러져서 도망다니기 바쁘대요..
그런데 동물들이 확실히 사람손을 많이 타서그런지 손을 대도 그렇게 피하지 않더라고요. 양도 그렇고 돼지도 그렇고..진짜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 느낌..

몇가지가 궁금했어요.
일단 사람들 손을 그렇게 타면 동물들 스트레스가 크지 않겠느냐.하는점..
실제 스트레스가 있고 어떤 동물들은 못견디고 급사하고 그렇기도 하대요.하지만 삼년을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많았는데 지금 존재하는 10종가량의 동물들이 

운영하면서 가장 사람들과 친밀감 있고 이런 환경에 적응을 하는 동물들로 추려진거라고 하더라고요.
축협과 계약되어 동물들 관리가 되고 있고요.
처음에는 ' 내가 대관령에 서울에서나 볼수 있는 그런 볼거리를 만들어 사람을 끌테다'는 생각으로 막 대형 파충류들 수백마리를 들여놓고 건물에서 건물에서 운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환경적응이 어려워 당나귀를 해봤고 차츰 범위를 넒히며 실험하다 지금에 정착했다고..

아무튼 묘한 곳이었어요..
그 동산의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예상치못한 규모하며..거기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뭔가 요상하고 우스꽝스러운 광경들 하며..
막 동산 위쪽에 이상한 작은 나무정승같은데 다섯개가 원형으로 꽃혀있었는데 그게 뭐하는곳인가 해서 물었더니 부끄럽게 곧 철거할거라고..아무것도 없어서 허전해서

그냥 꽂아봤다고 했는데..제가 봤을때 그건 무슨 인디언 무덤같기도 하고 캠핑표지같기도 했는데 그 투박하고 이상한 그런게 그 동산이랑 너무 잘어울리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거에요.
거기 있는 모든것들이 좀 다 그래요..막 위쪽에 나무 보트를 줄에 매달아서 아이들이 바이킹.혹은 그네처럼 타고 있었는데 그게 세련된 놀이기구 느낌이 났던게 아니라 

무슨 흑인마을 한켠에 매달려있을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실제 이전에 했던 사업에서 남은걸 그냥 그렇게 세워봤대요.놀이기구가 없어서..

예전 말괄량이 삐삐같은 그런애들이 모여서 놀만한 그런 관경..
진짜 억세고 투박한데 묘하게 매력적이고.한국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외국스럽다기도 뭐한..되게 국적불명의 분위기...

사장님이 좀 돈키호테스럽더라고요.이런쪽 사업만 몇십년을 했는데 이 동물농장이 지금은 제일 만족스럽대요.자기는 매우 자랑스럽다고..

다른쪽에서도 벤치마킹한다고 왔는데 너무 모른다고..이런건 감성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감수성들이 다른 사장이나 지단체장들에겐 없다고..

자기는 마굿간같은 분위기의 그런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어느정도 그 비젼과 들어맞는 곳을 만드신것 같긴했어요.사실 여러가지 문제들이 산재해있어 보이기도 했지만요.

지금 계획은 그 두개의 동산을 내년 오월에 맞춰 민들레로 가득 채우고 민들레축제를 벌이는 일이래요.지금 민들레 종자들 싹틔우는 작업하고 있다고..

찾아봤더니 민들레축제는 전국에 없었다면서..여기가 민들레로 가득 채워지면 진짜 장관이지 않겠냐며..
그것도 다 마음대로 밞고 다니라고 그냥 둘거래요.

조울증에 가까운 들뜬감정과 자기확신과 자기애로 가득찬 사업가들을 대하는건 제게 참 피곤한 일이에요.그런사람들은 저를 불편하게 해요.

이 사장님도 그런부분들이 있었는데..그 비전이라는게 뭐랄까..천진하기도 하고 해맑아서 재밌더라고요.

    • 왠지 애데리고 한번 가보고 싶은데요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묘사하신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펼쳐지면서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특히 그 '뭔가 촌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 묘사가 너무 실감나서 그림이 잘 그려졌어요.
    • 대관령 '당나귀목장 돈키호테'에 다녀오셨구만요. ^^ 근처의 대관령 '아기 동물목장'과 더불어 아이들 데리고 많이들 가는 곳이죠. 나름 대관령 관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 불편한 진실인데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다거나 비전이 뚜렷해서 돈많이 벌고 그러는거 아니더군요. 그냥 이것저것 하면서 시행착오 겪으면서 그 중간에 망하지 않으면 성공해서 돈많이 버는거더군요. 괜히 나중에 성공해서 자서전이니 뭐니 언플하면서 자기계발스러운 성공신화를 덧붙여서 그렇지 실상은 확률게임이죠.
    • 사진 찾아봤는데 빵터졌어요. 간판 묘사 리얼해요. 나쁘지 않네요. 정말 나쁘지 않아요.
    • 오..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잘 읽었어요.
    • 홈페이지를 찾아봤는데 상상했던 것보다는 더 잘해놨네요.
      어린애들은 돈 많이 처들인 시설많은 대형 놀이동산뿐만 아니라 이렇게 촌스럽고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인 놀 곳도 나름대로 좋아하고 잘놀더군요.
    • 재밌을 거 같아요. 소개 고마워요.
    • 꿈 얘기같아요. 상상력 자극하는 내용이네요.
    • 최근에 쥬쥬동물원이던가요? 좀 문제 많은 중소형 동물원 이야기를 들어거 걱정반 마음으로 글 읽었는데 이런 경우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ㅋㅋ 어차피 인간에 친숙한 가축 종류이고ㅋ 서울대공원동물원 가도 아동용 패팅동물원이 따로 있어요 그보다 규모가 좀 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뭐
    • 좋긴한데 사람이 대량으로 몰리면 본질이 망가질거 같아서 염려도 되고 그렇네요.. 분명 취지는 좋아보이는데, 뭔가... 마지막에 불편해하시는거 저도 어렴풋이 공감은 가는데 왜 그런건지가 참 딱잘라 뭐라고 말하기 힘들죠.
    • 방금 블로그와 해당홈페이지를 봤는데..실제로 보면 그네 사진들로는 알수없는 오묘한 느낌들이 있어요.사진들은 참 평범한데..

      입구앞쪽에 무슨 폐품으로 만든 로봇이 서있더라고요.막 위에는 솜으로 만든 눈이 쌓여있고, 자동차엔진인가 드럼통인가 뭔가를 베이스로 막 하드디스크며, 티비며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은...
      좀 흉물스럽기도 하고 괴상하기도하고..농장과 참 안어울리기도 하고 그런데..그게 무슨 마스코트처럼 입구에 떡하니 서있어요.
      여긴 그런 느낌?;;

      그쪽 대학생미술대회에서 수상을 한 작품들을 다 사오신거래요.그런 참 요상한게 4개가 전시되어 있는데....아무튼 재밌는곳이에요.
    • 블로그 사진이 너무 멋지게 나와서 꽤 괜찮잖아? 했다가 바이킹그네 보고 크게 웃었어요 ㅋㅋ 근데 어린 아이들은 지이인짜 좋아할 거 같아요. 웬만한 에버랜드같은 곳보다 환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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