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경주여행 + 아델 이야기(부국제) 감상 후기
맨날 듀나인만 외치고 많은것을 얻어갔으니 후기 남겨봅니다.
-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서 일박이일 여행을 했습니다. 메인은 부산국제영화제였고, 부산은 많이 가봐서 경주를 들렀다 가는 걸로 정했습니다.
[경주 이야기]
- 경주가 뭐 우와 대박! 이런 느낌의 여행지는 아닐 것이라고는 예상 했지만, 생각보다 더 익숙한 풍경에 놀랐습니다. (저는 본가가 지방입니다)
초등학교때 가보고 아주 오랜만에 처음 가는 곳인데도 낯설지가 않은 이건 뭘까요;
- 낮에 서울에서 신경주역 도착해서 불국사 갔다가 박물관 돌고 시내쪽 주요 관광지들 갔습니다.
불국사는 요즘 수도권 궁 투어를 해서 생각보다 더 작게 느껴지는 스케일에 놀랐고, 석가탑은 보수공사 중이었으며 그래도 사람은 참 많더군요.
- 별채반에서 곤달비 비빔밥을 먹었는데, 음.. 괜찮았습니다. 다만 은근히 가족단위가 많아서 저 혼자가니 신기해하시더군요;
그리고 황남빵도 조금 덜 달다는 형님네 집에서 사먹었는데 따끈할때 먹으니 꽤 먹을만 하더군요.
팥도 단 것도 안 좋아하는데 나오자마자 천마총까지 걸으면서 서너개를 집어먹었습니다....하하
아참, 그리고 중요한 건. 밀면식당은 14년 2월까지 휴업이라고 하네요.
- 날씨가 예술이었습니다. 은근히 보문단지 쪽에 숙소잡고 차타고 달리면 좋을 듯했고, 낮에 시내쪽 여유있게 걸으면서 돌았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고 생각되더군요.
혼자 여행하시는 여자 분도 많았고 게하에 머문 분들도 여자분들이 대다수였는데 저는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해서 어울리지 않고 아주 일찍 잠들었습니다..
외쿡인이 아침에 토스트먹는 저한테 말 걸려고 하시는거 같던데 부끄러워 저도 모르게 모른척하고 말았더랬습니다..... 하하;
- 길을 헤매다 야경으로 보려던 안압지에 가지 못하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는데...
이미 아홉시가 다 되어 있었고, 스마트폰에서 안내하는 정류장은 그 위치에 없더군요.
서너분께 길을 물었지만 모른다고 하거나 가는 버스가 없다고만 하시더군요. 차라리 걸어가는게 빨랐을테지만 너무 늦었고 혼자 걷긴 외진 길이라
저의 남다르게 어두운 방향감각을 고려해서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덕분에 그날 밤은 조금 침울해졌습니다.
- 최소 1박 2일은 해야 될거 같더라고요. 1박을 하긴 했지만 당일치기같은 제 일정은 너무 빠듯해서 마음이 급했습니다.
하지만 멀어서 언제올지 모르니 갈 곳은 가야한다는 마음이라 과감히 포기 못하겠더군요.
혼자 여행하시는 분도 많고 어린 아이들 데려온 가족 관광객이 더 많고. 어쨌거나 혼자 여행에 대한 의미가 큰 여행이었습니다.
[부국제와 아델이야기]
- 부산 국제영화제는 처음이었습니다. 사람도 많고, 영화제 기간이라 더 젊음이 넘치고, 자주 와봤지만 그래도 항상 멋진 도시
새삼 부산이 더 좋더라고요 저는. 아드레날린이 팍팍 치솟더군요.
- 아델 이야기는 표도 일찌감치 예매했고, 저의 최고 기대작으로 기대 또한 컸습니다. 혼자 여행으로 그동안 덮어두었던 앞으로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런 제 자신의 "성장"에 대한 염려와 막막함이 절정일 때 영화를 보게 됐네요. 어쩌다보니.
- 한마디로 요약하면 저는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후반부 일부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가끔 주인공의 감정선이 극단적이라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뭐 극중 나이와 캐릭터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죠. 너무 완벽했다고까진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델이 울거나 행복해할때 저도 크게 동요하는게 느껴지더군요. 짙은 멜로와 감정묘사가 전부인 영화입니다. 사실 스토리의 큰 흐름은 예측 가능하잖아요.
- 레아 세이두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실제론 아델만 보였습니다. 오히려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 엠마 역의 감정선은 이해 안될 때가 있었어요. 사실 제대로 그려지지도 않지만요.
말 그대로 아델 이야기였습니다.
- 문제의 그 씬은... 강하더군요. 놀랐습니다. 개봉시 삭제될 것이 분명한 장면들이 보이더라고요. 감독이 참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듯 보였습니다. 그게 꼭 섹스신에 국한된 의민 아니고요.
장면들이 조금 남자 감독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제 맘에 백프로 들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취향일 수 있습니다.
- 기억상실도 쥐어짜는 배경음악도 없는 멜로 영화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 제 근처 앉은 분들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 그분들은 실망하신 듯 했습니다. 지루했다는 분도 있는 것 같고. 물론 넋놓고 보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어떤 분은 엠마가 남자였다면 뭐 특별할게 있냐고 하시던데 그 얘기엔 동의할 수 없네요.
- 놓친 부분이 많은 것 같고, 제가 영화에 대해 더 알았더라면 더 읽을 수 있을까 싶은 부분도 많았습니다. 뭔가 근질근질 답답합니다. 전문가의 평론을 읽어서 가려운 부분을 긁고 싶은데
듀나님은 이번에 못 보신다는 것 같고, 국내 개봉은 언제가 될까요. 빨리 다시 보고 싶습니다.
[아델 이야기 조금 더] - 여기서부터는 스토리에 대한 감상이 들어가므로 그것조차 원치 않는 분께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는 이 아이의 앞날이 정말 궁금합니다. 영화가 얼핏 친절하지 않게 끝난 기분이에요. 왠지 쓸쓸하고 착잡합니다.
비흡연자인 제가 영화가 끝난 후에 왠지 담배 생각이 나더군요.
저 애는 앞으로 대체 어떻게 살까, 싶은 마음까지 들고.
결말이 암시하는 미래가 과연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것일까, 싶기도 하고 (왜인지 모를 배신감이 드는데요? 하하)
그러다가도 이 아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냥 자신의 선택대로 길을 갈 거라고 믿어도 되겠다고 안심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러네요.
- 500일의 썸머에서 조토끼군의 결말에는 노골적인 극복과 희망이 있습니다. 건축가로서의 미래를 선택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며 심지어 대놓고 "어썸"을 만나잖아요
- 아델에서는 많은 것을 던져주지만 끝에선 이 아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암시를 별로 던져주지 않아요.
여전히 저의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막막하게, 그렇게 끝나요. 이제 앞으로 무엇도 선택할 수 있겠죠.
그래도 현재의 이 모든 것들로부터는 이제 막 등 돌리려고 한다는 것 정도는 생각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아델에게 있어서 "성장"이란 무엇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래서인지 처음엔 결국 이렇게 끝나나 싶던 결말 때문에, 오히려 여운이 깁니다.
- 영화에서 지금보다는 약간 더 친절한 결말을 욕심냈던 건, 감정 흐름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그대로 차단되어 버린 느낌이어서 저까지 졸지에 참담해져버린 탓인거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조금이라도 간접 경험하고 싶은 욕심때문일 가능성이 크죠.
저는 이렇게 생각할 여지가 많은 마무리도 좋습니다. 결론이 항상 그리 친절하고 닫혀있을 필요는 없지요.
- 영화를 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제 주변엔 아무도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