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본 부산영화제 영화들 잡담
한 줄 요약 : <숏텀12>를 놓치지 마세요!
지금까지 본 영화를 우선 스포 없이 써보겠습니다 ㅎㅎ
1일차
<빅+플로>는 잤습니다아.. 드니 코테 감독 영화는 볼 때마다 자는데 어째서인지 나올 때마다 보게 되네요 ㅋㅋㅋ
여주인공이 얼핏 샬롯 갱스부르를 3초 정도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잠결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이번 영화제 기대작 중 하나였는데, 역시 좋더군요. 저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보다 더 좋았어요.
누가 고레에다 감독이 통속적인 영화를 가장 통속적이지 않게 만든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자식을 키우다보니 아기 때 애가 바꼈더라, 하는 거 2000년대에 나오던 <가을동화>스러운 이야기잖아요 ㅎㅎㅎ
시놉시스 보면서 와아, 이런 모험을? 싶었는데.. 저희엄마한테는 권했더니 '거 이야기가 너무 빤하잖아' 하며 안 봐도 알 거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맞아요, 뭐 애를 바꾸든지 안 바꾸든지 결국 선택지는 몇 개 없는 이야기겠죠. 근데 정말 짠하게 잘 만들었고
이런 이야기들은 자칫하면 관객을 울리면서도 눈물 흘리는 관객이 '내가 이런 유치하고 촌스러운 이야기에 울다니!'하고 조금 억울해질 수 있는데(?) 그런 기분은 들지 않더군요.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는데, 패치워크 가족이 많은 나라에서 이 이야기로 비슷한 류의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네요.
필립 가렐의 신작 <질투>는 또 좋았어요. 사실 작년인가 재작년에 들고 온 <댓 썸머>는 그저 그랬는데,
오랜만에 <새벽의 경계>나 <야성적 순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더군요. (물론 전 <야성적 순수>를 훨씬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음악도 역시나 좋구요. OST가 발매된다면 해외구매로 사고싶을 정도..
2일차
레아 세이두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그랜드 센트럴>을 봤는데요.
아아, 너무 재밌다아... 라고 생각하면서 졸았어요 ㅠㅠㅠ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현매하러 나갔더니 커피를 폭풍드링킹하고 가도 1회차는 여지없이 졸게되더군요 흑흑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했단 말인가..
너무 아쉬워서 다시 보려고 내일 상영 표를 다시 끊어놨어요. 개봉을 안할 가능성이 커보여서요, 레아 세이두가 그래도 인기 있으니 소규모로라도 하려나.. 근데 방사능 이야기라서..
어떻게 보면 좀 촌스러울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방사능처럼 위험한 사랑! 피폭되는 것처럼 잔잔하게 마음에 젖어드는 관계!' 이렇게 정리하면 엄청 좀 촌스럽잖아요?ㅋㅋㅋㅋ
근데 왜때문인지 그런 느낌을 못 받았어요. 레아 세이두와 불어때문인가..
후반부에는 그래도 잠 다 깨고 말짱하게 봤는데 엔딩부분과 크레딧 올라가는 부분까지 다 좋았어요. 프랑스에서 온 미모의 여자 분이 (그냥 보면 배우이신 줄 알았을 듯) 만드셨던데
GV시간의 답변도 굉장히 영민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를 봤는데요.
이것도 사실 기대를 안하고 갔는데 오즈 야스지로의 계절 시리즈와 비슷하단 얘기를 언뜻 듣고 갔거든요.
근데 정말 현대판 <만춘> 같은 느낌도 들고, 화면은 좀 너무 밝고 예뻐서 읭? 하긴 했어요. 검정인 부분도 떠보이는 느낌? 인스타그램 보정 느낌? ㅋㅎㅎ
일본 영화 특유의 코믹함이 있는데 방심하는 순간 울컥하게 만듭니다 ㅠㅠ
3일차
사실 1회차에 <새벽의 저주>를 예매해놨다가, 도저히 1회차에는 또 졸 거 같아서.. 하루종일 피곤하느니 걍 1회차 때 집에가서 잠이나 자자 싶어서 표를 팔아버리고
집에서 쿨쿨 자다가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부터 봤어요.
<새벽의 저주> 관람 분위기가 몹시 흥겨웠단 얘길 듣고 조금 후회하긴 했으나 ㅠㅠㅎㅎ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를 말똥하게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전 코엔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몇 편 보진 않았지만 <시리어스 맨> 같은 건 지루하기까지 했고요.
근데 이번 영화는 몹시 재밌더군요. 코엔 영화 중에 가장 코엔 형제의 색깔은 덜한 거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가장 대중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대신에 코엔 형제 영화를 평소 좋아하던 지인들은 이번 영화를 좀 심드렁하게 본 편이었어요.
원래 음악영화를 볼 때는 무장해제되는데, 심지어 포크와 고양이가 나오다니 제겐 너무 완벽한 영화였습니다.
뭔가 포크하면, 금발 머리의 주근깨 많은 소녀가 하이웨이스트 청바지를 입고 서있으면 그 옆을 중대형견이 지키고 있을 거 같은 그런 이미지가 있었는데.. 고양이라니! >ㅅ<
그 다음은 <풍경>이었는데 장률 감독이 처음 찍은 다큐멘터리래요. 사실 저는 좀 실망.. 다큐인데 너무 극영화스러운 요소들이 느껴져서 거슬렸어요.
그런 요소가 없는 부분도 그냥 기술적인 퀄리티는 좋지만 처음 다큐멘터리 도전하는 영화과 대학생들이 찍는 거랑 뭐가 다른 거지, 싶기도 하고..
인물들과 카메라가 전혀 친해보이지 않아서 짧은 기간동안 찍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GV 때 답변으로도 긴 기간은 아니었던 거 같네요.)
장률 감독 본인은 앞으로 극영화를 할지 다큐를 할지, 다큐도 너무 재밌어서 고민된다고 말하시던데 저는 개인적인 바람으로 그냥 다큐 말고 극영화 쪽으로 계속 찍어주시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어떤 시선>을 봤는데요. 감독들이 다들 기대돼서 곧 개봉할 영화지만 영화제 때 봤어요.
우선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는.. 다 좋았어요.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보고, 근데 극 중 설정 중에 약간 꽁기꽁기한 부분이 있긴 했어요.
10대 소년들이 지하도 같은 데에 들어가서 위를 올려다보면 도보에 있는 여자들이 서있는 다리 밑이 보이는 건데요. 이렇게 글로 풀어쓰니 뭔가 더 부적절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영상으로 볼 땐 그냥 가볍게 나옵니다. 짧은 컷이지만 여자들의 치마속(팬티까지)이 보이기도 하구요. 근데 좀.. 읭? 싶긴 하더라구요.
아무리 청소년시절이고 (중학생이었던 거 같아요) 소년들의 짓궂은 장난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 교복 입은 남자애가 지하철 계단 같은 데서 몰카로 사진 찍고 키득거리고 지인이 이런 경우도 당한 적이 있어서
그냥 웃고 넘기기엔 찝찝한 기분? ㅎㅎ 시골 논밭에서 서리 막 하고 나서 '에이, 어린 시절 추억이잖아요~'하는 그런 느낌..
그치만 요즘 세태는 '~해서 불편하네요'라는 말도 비웃음 사기 십상이고 내가 너무 유머를 다큐로 받는 건가.. 심지어 '놀이를 망치는 사람'인가 예민폐를 일컫는 전문용어까지 있던데.. 싶어서 그냥 짜져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인권위에서 만든 영화면서 여자들 치마속을 비추는 컷이라니...!! 싶은 건 어쩔 수 없네요...Torr..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중>은 그냥 웃으면서 볼만했어요. 웃음소리가 많이 터져나왔던 거 같네요 ㅎㅎ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은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더군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다루는 영화 자체가 거의 없었던 거 같은데, 그 점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4일차
왕빙 감독의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부터 봤어요. 1회차 영화는 꼭 잔다는 징크스 때문에 이 영화를 안 자고 보기 위해 극장 가서 현매를 하고 다시 집에 와서 1시간이라도 자고 다시 또 극장으로 가는 비효율적인 짓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버렸네요 OTL 그것도 아주 푹...
<철서구>를 비롯한 왕빙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볼 때에도, 비록 런닝타임은 길지만 졸린 영화는 아니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어디까지나 전날 숙면을 취한 상태에서 보면 그렇단 거지 피곤할 때보면 잠들기 최고 좋은 영화들이긴 한가봐요.
시작하자마자 한 40분 졸다가 깨서 건너편에 앉은 지인들을 보니 둘 다 푹 자고 있더군요 ㅋㅋㅋ 다행이다 나만 잔 게 아니었어_☆
했는데 조금 있다가 제 왼쪽 편 남자분이 주무시고 그 뒤엔 오른쪽 편 남자분이 주무시고 그 다음엔 제가 또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남자분이 코를 골며 주무시는데..
시작할 땐 만석이었던 객석이 4시간 뒤 불켜지니 텅텅 비었다는 함정..
다들 힘들긴 마찬가지였나봐요. 아, 근데 영화 시작하자마자 왼쪽 편에서 어떤 중년?이라기엔 조금 젊은 커플분들이 아이패드를 키시더군요 -_- 너무 밝고 크고 환해서 노트북 들고 들어오신 줄 알았다능..
제가 바로 뒷자리거나 옆자리였으면 눈부시다고 언질을 했을 텐데 그 주변 관객분들은 인내심이 강하신지 꽤 오래 참으시더군요. 계속 아이패드를 껐다 켰다 지속적으로 하셔서.. (아, 아이패드 아니고 갤노트일 수도..)
대화도 엄청 길게 자주 하시더라구요. 지루한 맘은 알겠지만 그럼 차라리 나가시지.. 라고 생각할 때쯤 어떤 분이 아이패드 눈부시다고 얘기하셔서 끄시더니 더이상 할 일이 없어지셨는지
두 분이 같이 나가시더군요. 극장에서 스마트폰도 아니고 아이패드,갤노트 급의 기기를 키는 건 무슨 패기죠...?
구로나 비록 졸았지만 저는 왕빙 감독 좋아요!
한 3시간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1시간 정도는 그냥 지렁이가 꿈틀하기만 해도 흥미로운 약간 그런 기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좋아요!! GV가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내내 웃질 않으셔서 무섭긴 했지만요 ㅋㅋ
그리고 한국 독립영화인 <못>과 <셔틀콕>을 봤어요.
<못>은 제목의 뜻이 벽에 박는 못이 아니라, 연못 할 때 못이랑 못 부정사 (can't)의 못이라는 의미라던데 영문제목은 MOT 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내심 H.O.T.가 high-five of teenager 인가 뭐 그런 얄구진 뜻이 있었던 것처럼
Memory of teenager 이런 거면 소리내서 비웃어줘야지,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는 전혀 없었나봐요 ㅋㅋㅋ 제 상상력이 얄구진 걸로 판명 났어요..
영화는 재밌었어요, 신선한 얼굴들이 많아서 더 좋았지요. 근데 영화상에서는 그렇게 잘생긴 줄 모르겠더니 GV 하는 데에 배우분들 오신 걸 보니 정말 실물을 보니 배우는 배우구나!!
화면과 달리 너무 잘생기고 이뻐서들 못 알아보겠다.. 싶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는 한겨울에 물에 들어가고 이런 장면들이 많던데 감독이란 사람들은 역시 악당이다, 하는 생각이 ㅎㅎㅎㅎ
<셔틀콕>은 잘 만든 영화였어요. 후반에 약간 늘어지는 부분도 있고 은근히 관광영화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저는 당연히 지자체에서 도시프로젝트처럼 지원을 받아서 관광영화스럽게 만들었겠거니 했는데 크레딧과 질의응답 듣다보니 그건 아닌 거 같더라구요!)
사실 영화까지만 봤으면 좋을 법 했는데 GV 때 오고 간 질문과 답을 듣다보니 뭔지 모르게 영리한데 정이 안 간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를 소품처럼 쓴 부분도 그렇고 (저는 당연히 미술부에서 제작한 가짜시체인 줄 알았거든요.) 성소수자에 대한 몰이해.. 라고 해야하나요 =.=;
감독 본인도 본인이 계산적으로 택한 부분들이라고 말을 했는데, 듣다보니 정말로 그렇네, 싶었어요. 그치만 영화는, 특히 이주승 배우를 보는 건 재밌었습니다!!
그러나 GV시간에는 또 난감한 질문이..
포털에 이름만 치면 바로 프로필이 뜨는 배우인데, 8편이나 주연한 배우에게 데뷔작이냐, 나이는 몇 살이냐 묻는 건 듣는 입장에서도 민망하더라구요. 팬도 많은데!!! 우유빛깔 이주승!!!
그리고 5일차인 오늘은, 사실 시간에 쫓겨 영화제 내내 글 한 번 안 쓰다가 글 작성을 누른 이유가 오늘 첫 영화 때문이었어요!
<숏텀12>라는 영화였는데, 사실 저도 카탈로그에서조차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고 넘긴 영화였거든요.
아는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만으로 시간표를 짜다보니 완전히 누락된 영화였는데,
영화제 초반부에 보신 분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시기에 예정에도 없이 끼워넣어서 봤거든요.
근데 정말 좋았어요! 진짜진짜 엄청 웃다가 울다가 하고 음악도 진짜 좋고, 꼭 개봉해서 많은 분들이 좋겠는데...!
그 전까지 이번 영화제 베스트3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였는데
바로 1위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ㅎㅎㅎ 내일 상영이 한 번 더 남았더라구요. 매진인지는 확인 못해봤는데 시간 되시는 분들은 현매로라도 보시길!!
1회차 때 안 잔 유일한 영화입니다 ㅎㅎ 엔딩크레딧 끝나면 늘상 박수가 나오는 게 관례지만 이 영화는 끝나자마자 한 번, 엔딩크레딧 다 올라가고 또 한 번 터져나오는 박수가 (저포함) 진짜 진심 폭풍박수의 느낌!!
그리고 <이기적인 거인>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이 영화도 다른 분께서 켄 로치의 <스윗 식스틴>, <케스>, 다르덴의 <자전거 타는 소년>을 섞어놓은 듯한 영화다! 라고 하신 걸 보고 끼워넣은 영화에요.
(사실 저 세 영화를 언급한 표현만 봤을 땐 그래서 기존 작품이랑 다를 게 없어서 나쁘단 건가, 했는데 알고보니 칭찬이었습니다 ㅎㅎㅎ)
<숏텀12>로 한 방 맞은 뒤가 아니었다면 더 인상적으로 느꼈을지도.. 저한테는 저 세 편이 더 좋긴 하지만 어쨌든!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다시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서 <한공주>를 봤는데요. 시놉시스만 봤을 땐 밝고 경쾌한 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훨씬 묵직하고 조금 우울하기도 한 영화였어요.
근데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하더라구요. 한국영화 중에 뭐 볼 거 없나 하는 분께 이 영화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태풍을 뚫고 가서 본 영화는 <탐 앳 더 팜>이었는데, 자비에 돌란은 역시 나르시스트의 느낌이! 약간 빈센트 갈로도 생각나네요, 물론 그 감독 영화 느낌은 아니지만서도
감독이 연출도 하고 연기도 자기가 하고 의상도 자기가 맡은 걸 보면서 참 재능이 많고 그 재능을 발휘하는 걸 즐기는구나 싶었어요.
기대만큼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볼만한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