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프러시안블루

*

이 글은 쉬르레알리즘을 적극 견지하는 글임을 밝힙니다. 정말? 그리하여 비문과 오문이 많을 것임을 우선 양해바랍니다.

저는 이 글에서 그것을 막을 의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서사 위주의 글에 익숙하신 분은 뭐라는 거야! 화내지 마시고 skip 하시면 되겠습니다.

 

 

 

 

 

어느 해 자축하는 생일 선물로 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를 읽은 저는 다시 이 책을 읽게 될 동기를 자연스레 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올해 생일 즈음해서 이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많은 매체를 접할 때도 물론 그러하겠지만

독서를 하는 내내 문장과 문장 사이사이의 그것들과 나자신이 살아오면서 축적해온 많은 경험들과 정보와의 교접 및 혼융을 바라봄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 미셸 우엘벡의 <지도와 영토>를 읽으며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을 떠올리며(두 사람은 다  프랑스작가죠.  의도된 건 아니겠지만 그 독특한 시선의 계보가 참 잘 이어져서 다행이다 홀로 감동스러워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만의 연결입니다. 카프카는 니체를 만났을까, 포는 칸트를 읽었을까 같은 분명 접점이 보이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접점을 보는 저만의 궁금증.... 그 관계점에 대해 얘기한 사람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제가 좀 게을러서요.

 

- <지도와 영토>의 주인공 제드는 사진작가이자 화가이기도 한데요. 제가 늘 소재로 쓰고 싶었던 프러시안 블루들이 난무하여 급좌절... 블루만 가지고도 참 할 얘기가 많죠. 성녀 마리아의 옷이 언제부터 블루로 치장되었나, 블루 염색을 위해 온통 푸르렀던 시냇물들, 이브 클랭의 블루, 어느 눈먼 감독의 파란 화면의 영화.....

 

- 로댕의 비서로 잠시 일했던 릴케는 러시아에서 어떤 시적 영감을 얻었을까. 이성복의 프랑스 시절 연작시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같은(저는 이성복 시 중에서 이 시리즈가 가장 좋아요.) 것들이 나왔을테지 .... 릴케 시전집을  열심히 파봐라! 응? 아, 그...그래....

 

- <지도와 영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 다가오는 게 겁나서 독서는 중반부터 느려집니다. 그때의 감동이 퇴색되면 어쩌나 하는 근심.

 

- 예술가. 처음엔 모방에서 시작된 아마추어들이 고갱으로, 고흐로서 폭발하던 지점, 그것은 힉스 입자만큼이나 파악하기 어려운 지점.

 

 

우스꽝스러운 결심이지만 올해부터 저는 생일을 홀로 지낼 생각입니다. 누군가를 불러 축하를 엎드려 절받기 식으로 받으며 정작 상대를 챙기는 상황을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해왔나 싶어요. 그것을 교감이라고 생각하며 말이죠. 작년엔 대선 얘기에 열올리며 그 순간의 나는 음식을 씹고 떠드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어요. 참나! 내가 태어난 날은 이미 사라졌고, 내가 인식한 것도 아닌 타인이 알려준 것에 불과한 날을 매년 생일이랍시고 챙기는 거 자체가 코미디. 웜홀이라도 기대하고 있는건지? 설마라구요.(네 이가 처음 자라고 빠진 날도 기념해라! -  증오의 마지막 사랑니로부터)  

 

 

- 미셸 우엘벡의 다른 소설 <소립자>였던가.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비트겐슈타인이 홀로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아이슬랜드(?)의 황량한 벌판을 떠올렸어요.

  비트겐슈타인씨,  과연 '의미를 찾지 말고 용도를 찾아' 사는 게 적절했던 겁니까?

  어쨌거나 부먹 찍먹 같은 거 아닙니까. 선택한 자가 그만큼 감내하는 삶을 살면 그뿐인데,(이미 부먹으로 나왔어! 으헉;;; 이 집이 최고래매!?!?) 

  살면 살수록 우리는 공동체라 누군가의 선택이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는 걸 막을 수가 없네요.

  제가 비트겐슈타인 책을 부산도서에서 굳이 샀던 건 의미 때문이었을까요, 용도때문이었을까요?

  그리고 아직도 지니고 있는 것은 의미 때문일까요, 용도때문일까요?

  사라진 부산도서만 불쌍하게 되었어요. 그래봤자 누가 알아주겠어요. 사라진 종로서적만큼도 가치부여를 못 받을텐데. 어, 생각할수록 불쌍해지잖아.;;;

  태풍이 불어도 너는 그 자리에 없네. 무너질 것도 없는 이 강력한 빈 자리라니!

  (뭐야, 아직도 거기 있냐? 불쌍한 건 넌데? 쯧쯧 - 부산도서로부터) 

 

 

 

하여간 이 글은 이렇게 중구난방하다가 끝납니다.

 

 

 

 

 

   

 

 

 

    • 아, 저는 우엘벡이 <소립자>를 썼을 때, 비트겐슈타인이 <논리 철학-논고>를 썼을 때랑 비슷한 감정을 느꼈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우엘벡은 이로써 하나의 유토피아를 완성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마치 비트겐슈타인이 논고를 쓰고 철학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착각으로 시골로 가 교사가 되었던 것처럼요.

      <소립자>를 읽고 우엘벡 팬이 되어서 그의 다른 책들도 읽었지만, <지도와 영토>는 사 놓기만 하고 안 읽고 있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한 권씩 안 읽고 버티다가, 뭔가 계시를 받은 것처럼 읽고 싶은 순간이 오면 그 때 읽으려고 안 읽고 있었죠.하하하.
    • 소립자..읽을땐 담담히 읽었던거 같은데 두고두고 여러 장면이 곰곰 생각나는 작품이더군요. 읽기 쉬운편도 아니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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