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사랑한 남자 봤습니다. 마이클 더글라스 최고의 연기
스티븐 소더버그의 잠정 은퇴작인 쇼를 사랑한 남자를 보고 왔습니다. 몇몇 국가에선 극장 개봉했다곤 하지만
제작국가인 미국에선 t.v용 영화로 방영을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본다는건 크게 기대 안 했는데 극장 상영이 잡혔네요.
영화 괜찮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 답게 건조하고 특유의 노란톤의 답답한 색보정은 여전하지만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 답게 역시나 배우들 연기가 좋습니다. 맷 데이먼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마이클 더글라스의 연기가
후덜덜해요. 이걸로 에미상 남우주연상 받았죠.
에미상 받았으니 열연한 보답을 받은거긴 하지만 t.v영화로 방송되는 바람에 아카데미에 못오르는건 정말 아쉽네요.
소규모 개봉이라도 해서 극장에 걸어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후보에 올랐으면 좋겠어요.
극장용 영화로 미국에서 선보였다면 분명 마이클 더글라스는 최소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정도에는 오를 수 있었을것같습니다.
맷 데이먼도 조연상(조연은 아니지만)으로 밀어도 좋을테고요. 영화도 잘 만들었지만 배우들 연기가 t.v세계로 가둬두기엔 너무 아깝죠.
마이클 더글라스같이 마초 이미지가 넘치는 배우가 그 나이에 이런 온 몸을 던지는 게이 연기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도전 했고 화면 장악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그간 마이클 더글라스가 자주 맡아 왔던 악랄한 사업가 이미지와 마초 캐릭터가
자신감 넘치고 다 늙어서도 야망에 대한 집착이 이글이글 타오로는, 피아노 콘서트 퍼포먼스로 미국 연예계를 40년 이상 주물렀던 리버라치 캐릭터
와 맞물리자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일어납니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여러 영화에서 보여줬던 그 눈빛, 부덕하고 일그러진 욕망과 야망으로
가득한 그 눈빛이 반짝이는 요란한 무대 의상과 과장된 가발을 착용하고 거의 변장 수준으로 외모를 꾸민 뒤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치는 리버라치로
변신한 모습은 정말 압도적이었어요.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번 작품도 설렁설렁 만든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는데 연출력은 여전합니다.
이준익도 2녀 반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나왔으니 소더버그도 좀 쉬고 일선에 복귀했으면 좋겠네요.
성형외과 상담실장(?)으로 나오는 로브 로우의 모습도 반가워요. 눈을 감은건지 뜬건지 맹한 표정은 변함없군요.
맷 데이먼은 외모적으로나 나이적으로 봤을 때 미스 캐스팅이긴 한데 그래도 연기를 잘 했고 영화를 보다보면 캐릭터와 동화됩니다.
그래도 좀 더 날렵한 외모의 맷 데이먼보단 어린 배우가 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소더버그가 자기랑 친분이 있는 배우와 작업 하고 싶어
무리를 한듯. 그래도 이 영화에서 리버라치를 홀리는 마성의 어린 금발 꽃미남 게이를 연기하기 위해 몸매 관리는 열심히 했습니다.
맷 데이먼이 맡은 캐릭터의 실존 인물이자 영화의 원작자가 실제로는 개차반이란걸 사전에 알고 봐서 그런지
극중 리버라치를 향한 스콧의 감정과 이 둘의 유대감은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극중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사람은 리버라치와 연인관계를 유지하며 화려한 생활을 했던 젊은 시절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못 잊는것같아요.
애초에 리버라치의 돈에 넘어가 사실상 몸을 팔고 그 댓가로 부를 누리다 마약에 빠지고 자기 관리 제대로 못해서 이별을 통보 받은 뒤 소송을 걸어
위자료를 받았던 인간이니 캐릭터 자체가 비호감이에요. 거기다 실제론 회고담 같은걸 내서 영화 판권으로 팔아 그 수익으로 차를 사고 보석으로
출소했다니 참 답 안 나오는 인간이네요. 그나마 소더버그의 건조한 연출 덕에 이 인물이 원작자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됨에도 각색 과정에서 크게
미화되지 않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