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작품이 나쁘다기 보다는 이번에 신작을 두고 16억 선인세로 계약했다는 거 자체에 무지 화가 났었거든요. 16억이면 100만부 팔려야 손익 분기점 넘긴다는데 '색채가 없는...'은 지금까지 한 40만부 밖에 못 팔았데요. 그런데 민음사가 16억 회수 하려고 이 작품에 모든 광고를 쏟아부었는데, 그것 때문에 나와야 할 많은 책들이 다 못나온 거죠. 분명히 16억 선인세 사건은 독서 시장 자체에 너무나 큰 나쁜 영향만 줬어요. 이제 좀 선인세 거품이 많이 걷혀지면 좋겠어요.
이건 더 이상한데요. 기업으로선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결단이었을텐데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야 할 건 출판사의 재정에 대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고은이나 다른 유명작가가 탔다면 새로운 거품을 야기했을 거고요. 그렇다고 해서 하루키가 만약 이번 노벨문학상의 후광을 업었었다고 가정한들 그 후에도 판매량이 '다자키 쓰쿠루'의 인세를 상회하지 못한다면 그의 신작에 다시 16억원이나 줄 일은 없을 겁니다. 하루키가 인플레이션처럼 상승만 하는 작가도 아니고요. 이런 점보다도 '~이 상을 타야 했다'라는 이야기는 고은을 통해 많이 봤지만 시장의 지나친 인센티브때문에 '상을 타면 안 된다'는 주장은 하루키와 민음사한테는 몰라도 독자로선 수상을 가늠해야 할 기준인 문학성과는 연관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기분좋은 일로 연결되는지는 과연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돈을 지불하고도 그만큼 안 팔리고 망한다면 시장은 위축될테고 다른 작가들의 인세도 줄어버리는 순환이 시작될 지도 모르죠. 하루키야 아직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에요.
제가 상을 타면 안 된다라고 적었고 latte alla fragola님은 상을 타지 못해서 다행이다라고 적어주셨는데, 제목에도 있지만 본문 쓰신 분이 정확하게는 하루키가 못타서 기분이 좋다 라고 하셨죠. 다만 이 말이 그저 감상이라기엔 하루키의 문학성이 떨어졌다 라던가, 이번 작품으로 상을 타기엔 무리였다 라는 떠오르기 쉬운 문구가 아니라서 난감한 겁니다. 16억원이라는 화폐 단위에 얽혀 거품이라는 인식에 감정적으로 문학상 결과를 소고하셨다는 이야기로 읽히거든요? 지나친 선인세 때문에 생겨나는 거품에 대한 지적은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이건 좀 더 다른 상황에서 노벨문학상 수상결과와 무관하게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했어야 할 담론일 겁니다. 이 분의 감정적인 문제에 3자가 끼어드는 것도 우습지만 하루키가 못 타고 민음사가 헛물들이킨 결과가, 과연 한 사람의 기분좋은 마음으로 끝나는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책이고 인정받고 있어서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 작가에요. 그런 마음들이 하루키에게 16억원을 지불하게 한 겁니다. 그렇게 떠난 이성을 붙잡고 그 가격이 합리적었는지 출판업계가 재고해야 할 시점에, 하루키가 수상 불발된 소식으로 기분이 좋다고 한다면 이성을 다시 한 번 놓치고 돈에 대한 감정이 어지럽게 충돌하는 지점이겠죠.
위에 고은 선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실제로 가능성이 있긴 한건가요? 그 왜 영국 도박사들이 순위권에 올려놓을정도로요. 보니깐 이번에 도박배당이 하루키가 1위고, 2위였던 작가가 탔더만요. 무슨 도박사들도 10위권 밖으로 보는데, 괜히 우리끼리 난리를 부리는건지 아니면 5위권 안에는 드는 수준인지 궁금해서요.
히스테릭하다고는 안했는데요.일본인들이 항상 하는 리액션(일상적이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과하다고 보여질 수도 있는) 얘기에요.노벨상 중계를 보면서 손모으고 긴장하다가 하루키가 못탔다고 (관계자도 일반 시민이)눈물을 흘리는 화면은 제가 보기에 충분히 오버스러워요.뭐 이런 거야 항상 하는 연출이죠.
제가 어느 나라 사람은 이렇고, 또 다른 나라 사람은 저렇고 이런 일반화에 거부감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언론 보도 (반응이 아니고요, 그림 좋은 건 아마 대다수일 수도 있는 "허허 그거 참 섭섭하네" 이러는 사람이 아니고 울부짖는 사람이겠죠)라고 생각합니다. 으하하하님은 일본 거주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 사람들 오버하는 게" 이런 표현이 개인적 감상이라도 다른 사람이 이런 얘기하는 것보다 더 힘(?)이 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 저같은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덧붙인 겁니다. 개인적 감상이니까 반론이나 뭐 이런 건 아니고요.
하루키 참 좋은 작가이지만 노벨상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노벨상 수상작들 읽다보면 한림원이 쉬운 사람들이 아니야 하며 감탄하는지라(물론 읭?스러운 수상자들도 가끔 있지만) 마음놓고 있었는데; 어제 노벨상 발표 몇시간 전에 하루키 vs 앨리스먼로 2파전이라는 외국기사 읽고 흠칫했네요 ㅎㅎ 제 생각에 하루키는 간헐적으로 계속 희망고문 당하다 못 탈 것 같아요.
민음사는 저에게 호감 출판사라(저에겐 믿고보는 민음사번역이라서;), 이번일은 별 생각 없는데 하루키와 money 관련해서 제가 마음에 안들었던 일화는, 몇년전에 1Q84 특별제작 한정판을 영국출판사가 내놓았는데 고가인데도 매진됐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짜증나더라고요; 무슨 엄청난 대가 작품이라고 100만원 가량 주며 사는 영국인들이 있는건가, 그걸 또 좋다고 자기서재에 꽂아놓겠지 하는(...)